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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묘 카페 <커피 타는 고양이&…

  • 승인 2015-07-01 12: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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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의 고양이가 있는 곳
유기묘 카페 <커피 타는 고양이>

“고양이들은 잘 크고 있어요? 도와드릴 것 있으면 말씀하세요!”
“소식 들었어요. 필요하실 것 같아서 이것저것 가져 왔는데….”
처음 보는 손님들이 스스럼없이 안부를 묻고 고양이를 살핀다. 가게 주인은 손님을 친구처럼 반갑게 맞이한다. 다른 카페에서 본 적 없는 신기하고도 정다운 광경들. 주인과 손님 모두가 한마음으로 꾸려나가는 이곳은 유기묘들의 보금자리 <커피 타는 고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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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발길이 간다


서울 신천 고양이 카페 <커피 타는 고양이>는 학대받고 버려진 38마리의 고양이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건강 문제로 피고름을 흘리고 다니던 고양이와 5층에서 떨어진 고양이, 사람들에게 빗자루로 얻어맞던 고양이 등 이곳 고양이들은 하나같이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었다.
“이동장 네 개를 들고 하루에도 다섯 번씩 병원을 들락거렸어요. 그때 든 병원비가 너무 많아서, 아직도 재정 상태가 좋지는 못해요.” 카페 주인 윤소해 씨는 3년간 수십 마리의 유기묘를 거둬 정성껏 돌봐 왔다. 자금난과 여러 악재가 겹친 지난 세월은 절대 녹록치 않았다. 하지만 소해 씨는 가슴 아픈 이야기를 하던 와중에도 시종일관 웃는 모습을 잃지 않았다.


“뭐든지 긍정적으로 하려는 편이에요. 주인이 힘들다고 축 처져 있으면 누가 그 카페에 오겠어요. 또 방문하고 싶은 카페를 만들고 싶고, 그래서 항상 밝게 있으려 해요.” 사람에게 상처받았음에도 고양이들은 여전히 사람을 좋아했다. 손님이 없던 날엔 외로웠다는 듯 오는 이마다 반기며 달려가 애옹댔다. 그 모습에 힘든 것도 잊고 카페를 운영해 나간 소해 씨다. 그래서일까. <커피 타는 고양이>엔 일명 ‘골수’ 단골이 많다. 과거의 아픔에도 굴하지 않는 고양이들과 소해 씨의 밝은 모습이 사람들의 발길을 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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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과 함께 일궈낸 카페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고양이 그리고 고생하는 소해 씨를 위해 이것저것 챙겨 온다. 보통 조그마한 생필품이나 고양이가 좋아하는 간식 등이다. 제발 그러지 말라고 손사래를 쳐도 도무지 말을 듣지 않는다고. “진짜 못 말려!” 소해 씨가 쭈뼛쭈뼛 선물을 내미는 손님의 등을 장난스럽게 때린다. 손님과 주인 사이라고는 볼 수 없는 유쾌한 모습이다. 이처럼 손님들과 소해 씨가 각별한 사이가 된 건 바로 카페 고양이들 덕분이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건 카페 마스코트인 ‘라떼’의 이야기다.


“생후 5일 된 아기 고양이들을 봉투에 담아 쓰레기통에 버린 거예요. 전화 받고 달려갔는데, 사실 하나만 살아도 다행인 상황이었습니다. 거기서 구해 낸 한 마리가 바로 얘예요.” 소해 씨는 노란 새끼 고양이에게 라떼라는 이름을 붙여 줬다. 헌신적인 돌봄 끝에 기적적으로 건강을 되찾은 고양이 라떼.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수많은 사람들이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새끼 고양이가 어른이 되는 기특한 모습을 함께 지켜보며 울고 웃었다. 그런 그들이 현재도 매일같이 카페를 드나들고 있다. “이 카페는 손님들이 만들어 준 거나 마찬가지예요. 그만두고 싶어도 못 하게 하신다니까요. 정말 날개 없는 천사들 같아요.” 한마음으로 카페를 지켜낸 그들은 이미 <커피 타는 고양이>의 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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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해서 아름다운 나날


젊은 시절 예술가의 꿈을 이루려 유학까지 다녀왔던 소해 씨. 하지만 카페를 맡게 된 지금 소해 씨의 꿈은 고양이들을 향해 있다. 유기묘들을 구조하며 바뀐 미래에 후회는 없을까. 그녀는 환하게 웃었다. “저도 사람인데 편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어요. 하지만 시간을 돌려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요. 과거로 돌아갔을 때 다른 선택을 하는 게 후회라면, 전 후회하지 않아요.”


긴 터널을 지나 온 그녀는 꿈이란 게 꼭 거창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쏟아지는 햇살 아래 늘어져 있는 고양이들의 모습이 소해 씨의 눈길을 붙잡는다. 그녀가 정말로 바라는 건 지금 같은 ‘평범하고 평화로운 일상’이다. “저 고양이는 상처가 많아 구석에만 숨던 녀석이었는데, 이젠 저렇게 테이블 위에 늘어져 있기까지 해요. 그래서 늘 멍하니 쳐다보게 되네요…. 더 바라는 건 없어요. 그냥, 고양이들이 졸고 있는 이 평화로운 광경을 계속 지켜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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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ED BY

이수빈

사진 박민성?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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