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찌로고

고양이 상부 호흡기 질환

  • 승인 2015-07-01 11:58:47
  •  
  • 댓글 0

환절기에 특히 조심
고양이 상부 호흡기 질환

고양이들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환절기가 되면 면역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면역력과 관련된 질환들이 자주 발생하는데, 그중 고양이 상부 호흡기 질환이 가장 흔하다. 이 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에는 바이러스·세균·곰팡이 등이 다양하게 연관되어 있고 이들을 통틀어 상부 호흡기 질환이라 한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감기'라 할 수 있다.

글 동물메디컬센터W 김방창 원장 일러스트레이션 양은서

324c3c862d6eb0d3cb38938237b30780_1435719

감기 증상과 비슷해
고양이 상부 호흡기 질환의 증상은 사람이 감기에 걸렸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증상과 유사하다. 기침·콧물·재채기·고열 등이 유발되는데, 한두 가지 증상만 나타나거나 모든 증상이 한꺼번에 발생하기도 한다.
만약 환절기에 고양이가 밥을 먹지 않는다면, 가장 먼저 체온을 측정해 보는 게 좋다. 고양이들은 체온이 올라가면 식욕이 떨어진다. 39.5도만 넘어가도 전혀 밥을 먹지 않을 만큼 체온에 민감하다. 식욕부진이 길어지면 이로 인한 합병증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만약 40도 이상의 고체온 상태가 아무 처치 없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간이나 신장 같은 다른 장기가 함께 망가질 수 있다. 또한 해열제의 경우 어린 고양이에게 투여 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칼리시 바이러스의 위험성
고양이 상부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체에는 허피스 바이러스·칼리시 바이러스·마이코플라즈마·인플루엔자 바이러스·클라미디아·보데텔라 등이 있다. 그중 칼리시 바이러스는 우리 주변에 비교적 많이 상재하는 바이러스이다. 인후두부위·결막·비강 등에서 분비되어 고양이 간의 직접 접촉으로 감염이 이루어진다. 주로 무증상의 보균 고양이에 의해 감염되는데,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바이러스를 배출할 수 있으며 재감염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치료가 끝났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안심할 수 없다.
칼리시 바이러스는 주로 고양이 상부 호흡기 질환에 관여하지만, 이외에도 구내염·치은염·관절염·방광염·피부질환까지 광범위한 증상을 보일 수 있다. 건강상태가 나쁘지 않고 면역력이 좋다면 가벼운 증상이 나타나고, 치료 하지 않아도 1~2주 안에 자연 치유되기도 한다. 하지만 면역력이 약한 어린 고양이나 노령묘는 심한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 칼리시 바이러스 균주 중에는 위독한 증상을 유발하는 부류도 있으며, 이는 상부 호흡기 질환뿐 아니라 심각한 전신질환을 동반해 생명에 위협이 되기도 한다.

환절기에는 더 많은 관심을
환절기에 발생하는 고양이 상부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는 방법은 일반적인 감기 예방법과 비슷하다. 이 시기에는 일교차가 심하기 때문에 초저녁이나 이른 아침에 찬바람을 너무 오래 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또한 고양이가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또 다른 반려묘를 입양할 때는 며칠 동안 격리하여, 새로 온 고양이가 질병을 가지고 있진 않은지 잘 살펴봐야 한다. 오랜 시간 동안 자동차나 기차 등으로 이동하는 것도 고양이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환절기에는 단백질이 풍부한 영양식을 급여하고 화장실처럼 고양이가 민감하게 느끼는 부분을 더 세심하게 관리한다. 관심과 노력이 있다면 호흡기 질환을 예방할 수 있고, 설사 걸린다 하더라도 큰 문제 없이 잘 넘길 수 있을 것이다.

고열로 병원에 온 백두
백두는 3개월령의 수컷 아기 고양이로 다른 성묘들과 함께 지내고 있는데, 백두보다 먼저 성묘들이 내원했었다. 성묘들의 주요 증상은 식욕 부진이었으며 침도 흘리는 상태였다. 구강 질환이 의심되었지만, 긴장한 고양이들이 예민해져 검사가 어려웠다. 그래서 약을 처방하고 퇴원시켰는데, 며칠 후 백두가 병원에 온 것이다.
백두는 하루 전부터 밥을 잘 먹지 않았다고 했다. 여느 아기 고양이들처럼 식탐이 무척 강했는데 갑자기 식욕이 떨어졌고, 매일 정신없이 뛰어놀던 녀석이 움직임이 없어 걱정스러웠다. 보호자는 백두의 눈에 고양이 모래가 들어갔는지 눈을 크게 뜨지 못해 안약을 넣어 주었다고도 했다.
백두의 체온을 측정해 보니 40도가 넘었다. 고양이의 정상 체온이 사람보다 높긴 하지만, 아무리 높아도 38.9도 이하여야 한다. 고열 때문에 기운도 없고 밥도 먹지 않은 듯했다. 고체온증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혈액검사를 비롯한 기초검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염증 수치도 정상이었고 특별한 이상이 관찰되지 않아 고체온증을 유발할 수 있는 질환 중 감염성 질환을 염두에 두고 진료했다. 비슷한 시기에 백두와 함께 살고 있는 동거묘들도 아팠기 때문에 더욱 의심스러웠다.
고열을 해결하는 게 중요해 백두를 입원시키기로 했다. 입원을 결정한 이유는 신체의 항상성을 유지하고, 체온을 내리는 데는 수액처치가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었다. 수액처치와 함께 영양요법·항생제·항바이러스제로 관리했는데, 체온이 떨어지는 속도가 생각보다 느렸다. 결국 입원 둘째 날 오전에 해열제를 투여했고 이후 정상체온이 유지됐다. 체온이 내려가자 식탐이 살아난 백두는 건사료든 캔이든 가리지 않고 먹기 시작했다. 낯선 곳에서의 스트레스 때문에 잘 먹지 못하는 고양이도 많은데 적응해 줘서 다행이었다.
체온이 내려가고 컨디션과 식욕이 회복되니 자연스럽게 면역력도 상승했다. 이후에는 추가 해열제 없이도 체온이 유지됐다. 일반적으로는 체온이 내려갔다 다시 올라가는 경우가 많지만, 백두는 계속 정상 체온을 유지했다. 해열제가 좋은 약이긴 하지만 어린 고양이에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예방 차원에서 하루 더 관찰했다. 다행히 다음날까지 체온이 잘 유지되어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다.
백두의 입원 당시 고체온을 유발하는 원인이 전염병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콧물과 눈곱 등을 채취해 병성검사를 의뢰했었다. 아직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고양이 허피스·칼리시·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을 병원에서 빠르게 진단할 수 있는 키트가 개발되지 않아 PCR검사를 의뢰했다. 검사 결과는 백두가 퇴원한 후 4일 정도 지나서 받았는데, 예상대로 호흡기 질환을 자주 유발하는 칼리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었고 마이코플라즈마에도 복합감염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글쓴이·김방창 원장 (www.animalw.co.kr)
동물메디컬센터W 원장, 내과 및 고양이 진료를 담당하고 있다.

Tag #펫찌
저작권자 ⓒ 펫찌(Petzz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