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찌로고

굳세어라~ 순삼아

  • 승인 2015-05-04 09:51:02
  •  
  • 댓글 0


굳세어라~ 순삼아

사람들이 가끔 묻는다.

“길고양이 밥 주는 분들을 왜 캣맘이라 불러요?”

5e974dcb212f3cac3882286e7beb8522_1430700

어떻게 캣맘을 설명할 수 있을까? 캣맘 이외에도 다른 단어들이 있기는 하다. 길고양이를 전문적으로 보살피는 지역봉사자를 가리켜 ‘케어테이커’(caretaker)라 한다. 또 친숙한 어감을 살려 ‘길친’(길고양이 친구)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보살핀다’는 의미가 전달되는 ‘캣맘’, 그 위력을 넘어설 이름은 없지 않을까 싶다.

‘고양이 엄마라면 길에 있는 길고양이 다 데려다 키우라’며 매서운 핀잔을 하는 이도 있다. 캣맘은 밥만 주는 것이 아니다. 주변 환경도 살펴 주고, 행여 돌팔매질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정성을 다하는 사람을 말한다. 자비를 털어 기꺼이 사료를 사고, 다친 고양이나 유기묘를 만나게 되면 입양할 곳을 찾기 위해 발 벗고 나선다.

많은 유럽 국가에서는 유기동물을 위한 입양 전문 기관의 프로그램 덕분에 법적인 보호가 가능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아직 입양 관리의 제도적 장치가 없다 보니, 전적으로 입양자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 잘못된 입양은 학대, 유기 그리고 파양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입양은 어려운 문제이다.?


5e974dcb212f3cac3882286e7beb8522_1430700

순삼이는 네 번의 파양을 겪은 고양이였다. 세 가지 털 색상이 어우러진 아이다. 예쁜 얼굴에 귀여운 행동까지, 애교가 많던 고양이라 했다. 네 번의 파양을 끝으로 순삼이는 휘루네로 입소했다. 이 순간, 그 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순삼이는 긴 한숨을 쉬었고, 허공과 천장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남편이 반대해요, 한 번. 사정이 여의치가 않아서요, 두 번. 남자친구와 헤어졌어요, 세 번. 부모님이 반대하세요, 네 번.

순삼이는 가족들과 정이 들라치면 버려졌다. 파양을 반복적으로 겪은 순삼이는 그렇게 마음에 상처가 생겼을 것이다. 구조 당시, 순삼이는 활발했다. ‘우다다’도 곧잘 했고 ‘꾹꾹이’도 잘했다. 세 번째 집에서도 이 아이는 여전히 밝았다. 그 곳의 오빠와 숨바꼭질을 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휘루네에 도착한 순삼이는 달라져 버렸다. 마주치는 사람의 눈을 피했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로 움직임도 줄어든 상태였다.

가끔 아주 가끔, 예전의 묘주들이 휘루네로 아이들을 보러 올 때가 있다. 묘주가 돌아가면 고양이는 그날 온종일 밥을 먹지 않는다. 무표정한 아이는 박스 안에서 미동조차 없다. 그러다 잠깐씩 나와서는 한참을 문 앞에 앉아 있다. 묘주가 사라져 버린 문 밖을 바라보면서.?


5e974dcb212f3cac3882286e7beb8522_1430700

고보협 쉼터에서 나는 6년을 살았다. 지난 시간 동안 이런 광경을 볼 때마다 나와 남겨진 고양이들은 마음의 고열을 앓는다. 파양하는 사람들은 ‘사정’이 있다. 파양을 겪는 고양이들은 상처가 남는다.

최근, 입양자의 가족이 고양이를 잡아먹은 사건이 있었다. 나는 입양을 신청해준 사람들 앞에서 언제나 약자가 된다. 아프다고 연락이 오면 혹여나 몸이 약하다며 파양할까봐 간을 졸인다. 파양하겠다고 연락이 오면 무사히 되돌려(파양해 주셔서)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한다. 파양된 아이를 데려올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한다. 사람을 향한 미움보다는 안도하는 마음을, 원망보다 감사한 마음을 갖자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하지만 고양이가 걱정되는 마음은 감출 수가 없다.?


5e974dcb212f3cac3882286e7beb8522_1430700

순삼이는 굳세다. 그래서 순삼이는 또 새로운 삶을 꿈꾼다. 그리고 나는 순삼이의 엄마가 나타나 주길 기도한다. 모든 파양자들이 나쁜 것은 아니다. 파양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한계에 대한 미안함을 전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단지, 고양이에게 모든 분노를 쏟아내는 사람과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버리는 이들에게 화가 나는 것이다. 고양이도 하나의 존귀한 생명이다. 그들보다 크고 힘센 우리들이 생명에 대한 예우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버려진 동물들은 하루 종일 두 가지만 생각 한단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을까? 나는 나쁜 아이인가? 잘못했어요” 또는 자기가 버려진 것도 모른 채, “엄마는 언제 오지? 엄마가 나 찾을 텐데….” 나는 순삼이가 휘루네로 온 첫날부터, 보듬어 안고 매일 속삭인다.

“네 잘못이 아니야, 너는 잘못한 게 없단다.”?



CREDIT

글·사진 한국고양이보호협회 박선미?

?

Tag #펫찌
저작권자 ⓒ 펫찌(Petzz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