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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위한 장례문화

  • 승인 2015-05-04 09:4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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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위한 장례문화

장례란 떠난 이에게 마지막 예우를 다하고 남은 이들을 위로하기 위한 의식이다. 누군가에게 가족이란 이름으로 살았던 동물에게도 장례가 필요한 건 마찬가지다. 반려인이 반려동물 장례식장에 가는 이유는 단순히 동물 사체 매장이 불법이어서가 아닐 게다. 처음 만났던 그때처럼 마지막 순간 역시 아름답게 기억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이지희 사진 박민성 일러스트레이션 육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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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것은 위로

서울시 금천구에 위치한 반려동물 장례식장 ‘에이지펫’. 이곳에서는 개·고양이뿐만 아니라 이구아나·햄스터·금붕어 등 다양한 동물들의 장례가 진행된다. 작은 동물까지 그럴 필요가 있을까 의문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장례란 단순히 사체를 처리하는 방법이 아니라 가족을 떠나보내는 의식이기에 반려했던 동물의 크기나 종은 관계가 없다. 에이지펫 대표 조영두 씨는 이 일을 하며 가족의 의미에 대해 더욱 깊게 생각하게 됐다. 그 역시 동물을 키우긴 했지만, 장례식장에서 통곡하는 반려인들의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의심이 많이 들었다고 한다.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도 저럴까 싶어서 함께 일하는 어르신들께 여쭤 봤더니, ‘자식을 잃은 것 같은 심정이기 때문’이라고 하시더군요. 휴먼로스는 없지만 펫로스는 있지요.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슬픔은 부모나 조부모가 아닌 자식이나 형제가 죽었을 때 느끼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의 경우 함께 사는 시간도 길고 사고가 아닌 이상 마음의 준비를 충분히 하지만, 자식이나 형제는 그렇지 못하죠.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가족처럼 아끼던 동물을 보낼 때도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반려동물의 경우 제사나 성묘 같은 것이 없기 때문에 추모 기간은 2~3년 정도로 짧으면서 슬픔의 강도는 센 편이라고. 조영두 씨가 반려동물 장례의 초점을 ‘위로’에 맞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에이지펫에서는 반려동물 장례 지도사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의 가장 큰 역할은 반려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이다. 반려동물을 깨끗하게 잘 수습하는 일뿐만 아니라, 슬픔을 극복하도록 도움을 주는 것까지 현대 반려동물 장례식장의 역할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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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에서 가족으로

반려동물 장례는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를 방증하기도 한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반려동물이 죽으면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려야 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2008년 동물 장례 시설이 합법화되긴 했지만 반려동물 사체는 여전히 폐기물에 속했다. 폐기물관리법으로는 생활폐기물 혹은 의료폐기물로 분류돼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거나 의료폐기물 처리 업체에 보내야 하는데, 동물보호법으로는 동물 장묘 시설에서 화장을 할 수 있어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작년 연말 폐기물관리법이 극적으로 개정돼 ‘장례를 치러 주는 동물’은 폐기물에서 제외하기로 결정됐다.


“장례라는 것이 어떤 동물을 가족으로, 반려동물로 생각하냐 아니냐의 기준이 됐습니다. 동물등록 같은 경우는 해 놓고도 버리는 사람이 있지만, 장례는 가족이라는 생각이 없으면 절대 할 수 없잖아요. 비용이 드는 일이고 상당한 추모 절차도 진행되니까요.”
가족을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릴 수는 없다는 반려인들의 정서를 고려해 개정된 폐기물관리법. 조영두 씨는 동물 장례에서 시작된 변화가 동물보호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반려동물 장례에 대한 관심이 반려동물 문화 전반으로 이어진다면 동물보호법 역시 현실에 맞게 개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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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다 치를 수 있는 장례

반려동물의 장례에 대해 가족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화장을 선택하는 이도 있지만, 두 번 죽이는 것 같다며 화장을 원치 않는 사람도 있다. 장례 후에 추모하는 방식 역시 매우 다양하다. 골분을 예쁜 병에 담아 보관하거나, 화분에 뿌리거나, 보석처럼 만들어 간직하기까지. 조영두 씨는 반려동물 장례를 시대상과 취향이 반영되는 ‘문화’라 이야기했다.


“반려동물 장례는 상업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에요. 적극적으로 광고한다고 사람들이 선택하지도 않고 입소문도 강한 편이죠. 요즘 보면 반려인들의 슬픔을 악용해 고가의 장례 물품을 강매하는 경우도 많아 우려됩니다. 물론 소중한 반려동물을 위한 일이라면 얼마도 아깝지 않을 수 있지만, 과도한 건 문제이지요. 거품 없는 비용으로 제대로 장례를 치르는 분위기가 정착되길 바랍니다. 올바른 장례문화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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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장례 지도사
최달순 씨 이야기

반려동물 장례식장은 동물병원이나 미용실과 달리 평상시엔 전혀 가 볼일이 없는 시설이다. 게다가 갑작스럽게 방문하게 되니 더욱 낯설 수밖에 없으며 때론 의심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어떤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과연 반려동물을 소중하게 다뤄 줄까? 반려동물 장례 지도사 최달순 씨는 이 의문에 대답이라도 하듯, 정갈한 복장에 진지한 표정으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란 어떤 직업인가요?
반려동물을 보내 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자식을 잃은 것과 같은 심정이듭니다. 제 역할은 예를 다해 장례 절차를 진행하며 가족들의 슬픔을 위로하는 것이지요.

현장에서는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숨을 거둔 반려동물을 직접 안고 오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죽은 아이를 만지기가 무서워서 손을 못 대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런 경우 저희가 직접 댁으로 찾아가서 수습해 드립니다. 장례식장에 같이 가길 원하시면 모시고 와서 장례를 치르고 그렇지 않으면 댁에서 작별 인사까지 진행하게 됩니다.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로 활동하려면 특별히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요
저는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교육을 받았지만 일을 시작하기 전에 장례 교육을 따로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장례의 의미와 지도사로서의 마음가짐, 펫로스같이 반려인들이 겪는 심정, 위생적인 부분 등 반려동물 장례에 대해 전반적으로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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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직업은 어떻게 택하게 되셨는지 여쭤 봐도 될까요?
나이가 들면서 은퇴를 했는데 우연히 반려동물 장례 지도사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처음엔 죽은 동물을 차마 못 볼 것 같았는데 금방 익숙해지더군요. 이제는 산 아이보다 죽은 아이 만지는 게 더 자연스럽습니다. 반려인이 보는 앞에서 다정하게 품에 안을 수 있을 정도로요. 제가 먼저 시범을 보이면 가족들도 대부분 꼭 안아 주십니다.

생각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시는 군요
저도 반려동물을 좋아하고 또 떠나보내 봤기 때문에 그 마음을 잘 압니다. 장례식장 안에 보면 작은 나무 조각에 메시지를 써 매달아 놓는 나무가 있는데요, 거기에 저희 강아지 것도 걸려 있습니다. 손님들 메달을 달아드리면서 ‘우리 아이도 여기 있다’고 말씀드립니다. 제가 눈물이 많은 편이라 그 이야기를 하면서 울곤 하는데, 같이 슬퍼해 줘서 고맙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반려동물 장례 지도사가 단순히 장례 절차를 진행하는 직업이 아니네요

손님이 원하는 방식에 맞춰 정성스럽게 장례를 치르는 게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사고로 죽은 동물의 경우 몸이 훼손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땐 풀어서 보여드리길 원하시는지, 아니면 그냥 진행할지 먼저 묻고 그대로 따르지요. 처음 장례식장에 오시면 믿고 맡겨도 괜찮을지 고민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그럴 땐 시설을 같이 둘러보면서 상세히 설명을 드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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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이 연세가 있는 지도사분들께 신뢰감을 더 느낀다고 들었습니다
댁으로 직접 방문했을 때 그런 분들을 많이 만납니다. 전에는 젊은 아기 엄마가 있는 집에 간 적이 있는데 주말 부부라 어린 두 딸만 같이 있더군요. 강아지도 4개월 아기였는데 그 모습이 참 안쓰러웠습니다. 엄마와 아이들을 장례식장으로 데려와 장례를 치르고 다시 집까지 같이 가는데 “친정아버지 보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어떤 사람이 와서 어떻게 할지 몰라 불안했는데 아버지처럼 편안하고 힘이 됐다고 합니다.

일하시면서 보람을 많이 느끼실 것 같아요
요즘은 우편으로 연하장이 잘 안 오는 시대인데요. 제가 담당했던 손님들이 손 편지를 보내시곤 합니다. 진심이 느껴지는 감사인사를 들을 때 가장 뿌듯하지요. 다들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덕분에 마음이 평온해졌다’더군요. 제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는 이 일을 계속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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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장례 지도사라는 직업에 관해 당부하고 싶으신 점이 있다면요
호기심에, 혹은 일이 필요해서 왔다가도 적성에 안 맞아서 그만두시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동물을 좋아하지 않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제일 중요하고 필요한 건 인성,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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