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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짝을 만나다

  • 승인 2015-03-06 16:2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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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짝을 만나다
<the 2nd Kitty Times> 김지윤 작가

모름지기 작가라면 메시지가 담긴 작품을 해야 한다고 여겼던 때가 있었다. 김지윤 작가의 10년 전 생각이었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지난 현재, 과거와 비교해 그녀가 낸 결과물은 놀라울 정도로 달라 보였다. 한결 가벼워졌으며 무엇보다 즐거운 에너지가 감돌았다. 굳건했던 알을 깨고 그녀만의 작품을 할 수 있게 도와준 영혼의 짝은 그녀의 남편, 그리고 고양이였다.

이수빈 사진 박민성 자료협조 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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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작가 김지윤
반려동물을 주제로 그림을 그려 동물작가라 불리는 김지윤 작가. 그녀는 현재 동물자유연대에 일정 수익금을 전달하는 후원 전시회 <the 2nd Kitty Times> 준비에 한창이다.
“과거에 <공존>이라는 전시회에 참여했었는데 굉장히 좋은 경험으로 남았어요. 전시회 수익금 중 일부분을 동물자유연대에 후원했거든요. 이렇게 미술 활동이 도움으로 연결되는 전시를 이번엔 주도적으로 진행해 보자 마음먹었고 3월 18일부터 25일까지 고양이를 주제로 한 <the 2nd Kitty Times>를 열게 되었지요.”
그녀는 오래전부터 고양이뿐 아니라 다른 이의 반려동물 사진을 받아 그림으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본래 반려동물과 전혀 상관없는 주제를 다뤘던 김지윤 작가는 ‘캣대디’였던 남편으로 인해 고양이를 키우게 됐는데, 반려묘의 모습을 화폭에 옮긴 것을 계기로 다른 이의 반려동물을 그려 주는 나눔 활동에 보람을 느껴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예전엔 작품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으려고 했어요. 그러다 보니 어린 나이에 억지로 전달한 면도 있는데……. 사실 제가 그린 동물 그림엔 특별한 메시지가 없잖아요. ‘꼭 사회 비판적인 작업을 해야 할까? 큰 의미는 없어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이런 작품을 해도 되지 않을까’ 라는 의문이 들어서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죠.”
그렇게 시작한 동물 작품은 많은 호평을 받았고 사람들은 그녀에게 ‘동물작가’란 이름을 붙여 줬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며 그녀가 보여준 작품집을 넘겨 보니 다른 동물에 비해 고양이 작품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눈에 띄었다. 이 질문에 김지윤 작가는 최근, 고양이의 매력을 표현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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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소울메이트
“고양이의 매력은 단연 수염이죠. 화룡점정이라고 할까요. 고양이에게 순식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니까요. 아마 다른 작가분들도 공감하지 않을까요?”
김지윤 작가는 눈을 빛내가며 고양이가 가진 피사체로서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예술가와 고양이는 정적인 성향이 비슷해 그들의 영감과 잘 어우러진다고. 하지만 그녀가 고양이를 그리는 이유는 그것뿐만이 아니다.
“제가 좀 강박적인 성향이 있는데 제 작품 보시면 배경에도 주인공 못지않은 공을 들여요. 수채화인데도 물을 적게 써서 굉장히 세밀하게 표현하죠. 이런 스타일로 다른 걸 그렸다면 좀 답답해 보였겠죠. 근데 고양이와는 어우러져 장점으로 돋보이게 되잖아요. 여러모로 고양이는 교집합처럼 저와 잘 맞는 소재인 것 같아요.”
엄했던 본가에서 나와 남편과 살며 고양이까지 만난 덕에, 억눌린 채 조금 어두웠던 그녀의 작품 스타일은 빠른 속도로 변하기 시작했다. 우선 삶의 패턴이 달라졌고 당장 날아가는 새를 바라볼 때 느끼는 감정도 바뀌었다. 깊어진 감수성과 책임감까지 이전 생활이 기억 안 날정도로 많은 변화를 겪은 그녀의 그림에선 그림자 따윈 찾아볼 수 없었다. 그야말로 어느 날 찾아온 고양이 한 마리가 작가 김지윤의 세계를 완전히 바꿔놓은 것이다.
“미국에서 미술치료에 대해 배웠어요. 미술치료라 함은 직접 그림을 그리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치유하는 작업이거든요. 예전에 생각이 많이 엉키고 우울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웅크린 고양이를 그리면서 나 자신을 투영했고 치유도 많이 받았어요.”
김지윤 작가에게 있어서 고양이의 존재는 보는 사람뿐만 아니라 작가 자신에게도 즐거움과 만족을 안겨주는 영혼의 짝, 소울메이트와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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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를 꿈꾸다
담요 위에 엉켜 서로 껴안고 있는 귀여운 고양이들. 김지윤 작가의 작품 속 고양이들을 보니 한 가지 공통점이 눈에 띈다. 바로 그들이 하나같이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작품 속 고양이의 시선 처리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거의 정면을 바라보고 있죠. 관객과의 소통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한 거예요. 순수한 존재인 고양이와의 눈 맞춤을 통해서 친밀한 영혼을 공유해 보는 이를 치유 해 주는 것. 그게 작가로서 작품을 통해 이루고 싶은 가장 큰 목표예요.”
과거엔 죽은 반려동물의 그림을 의뢰받아 그리기도 했다는 그녀는, 마치 반려동물이 살아 돌아온 것 같다며 감격해 하는 사람들을 보고선 작가로서 자신의 가치가 더 높아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즐거워서가 첫 번째 동기였던 그녀의 고양이 그림이 한 단계 위의 의미를 지닌 채 나아간다면 아마도 이런 ‘치유’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써가 아닐까. 그리고 그 치유는 비단 사람만을 위한 게 아닐 것이다. 김지윤 작가는 조금 더 입지를 다진 후 반려동물을 위한 복지사업을 하고 싶다며 훗날의 꿈을 밝혔다.
“강아지와 달리 고양이는 길거리에서 쉽게 보이잖아요. 집에 있는 아이와 똑같은 녀석이 밖에 있는 거예요.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이 시작된 계기는 그건데, 꾸준히 자금을 모아 미국에서 본 좋은 제도들을 포함해 최종적으로는 대대적인 반려동물 복지사업을 하는 게 현재 계획이에요. 그래서 지금 제가 하고 있는 활동이 스스로 굉장히 만족스러워요.”
고양이라는 파트너이자 인생의 전환점을 만나 작가 자신과 관객 모두 치유해 주는 멋진 작품으로써 세상에 기여하고 있는 그녀. 동물작가 김지윤의 존재 또한 부디, 모두가 공존하는 아름다운 세상으로서 나아갈 멋진 터닝 포인트가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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