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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토종 고양이

  • 승인 2015-01-02 18:3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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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T CAT
코리안 쇼트헤어


미국에 아메리칸 쇼트헤어, 영국에 브리티쉬 쇼트헤어가 있다면 한국엔 코리안 쇼트헤어가 있다! ‘참고양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코리안 쇼트헤어는 비록 정식 품종은 아니지만, 왕의 고양이가 되기도 하고 민속도의 한 귀퉁이를 장식하기도 하며 명실공히 우리나라 토종 고양이로 자리 잡았다. 아득히 먼 옛날부터 함께해 온 당신의고양이, 코리안 쇼트헤어를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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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별에서 왔니


코리안 쇼트헤어는 전 세계에 퍼져있는 ‘도메스틱 캣’의 한국판 이름으로, 한국의 길고양이들이 ‘도둑고양이’, ‘똥고양이’로 마구 불리던 것을 안타깝게 여기던 애묘인들이 미국의 길고양이였던 ‘아메리칸 쇼트헤어’에 착안해서 지어 준 애칭이다.


코리안 쇼트헤어의 유래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처음 고양이가 등장한 시기는 확실하지 않으나, 5-6세기경 가야 토기에 그려진 고양이의 모습과 9세기경 신라 왕궁 주변 우물 속에서 발견된 고양이의 뼈를 토대로 생각해 볼 때 삼국시대로 추정된다. 중국에서 불교가 들어왔을 때 경전을 엉망으로 만드는 쥐를 잡기 위해 고양이를 함께 들여왔는데, 그 고양이가 바로 코리안 쇼트헤어의 기원이라는 것이 가장 유력한 설이다.


그렇게 우리나라에 살기 시작한 코리안 쇼트헤어는 토속적인 매력으로 조상들과 다양한 미담을 만들어 냈는데, 조선 19대 왕 숙종과 금손(金孫)이의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정원에서 만난 고양이에게 금손이라는 이름을 지어 준 숙종은, 그 노란 털의 고양이를 특별히 아껴 수라상에 오른 고기를 나눠 주기도 했다고. 또한 병아리를 물고 도망가는 고양이의 모습이 담겨 있는 조선 3대 화가 김득신의 <파적도>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수천 년 전의 기록과 놀랍도록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현재의 코리안 쇼트헤어를 보면, 그들이 살아 온 별에 문명을 두른 건 다름 아닌 도시인들이라는 진실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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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같은 몸놀림, 물 같은 성격


당신의 고양이 코리안 쇼트헤어는 중형에 속하며 통통하면서도 탄력 있는 근육질 개체가 많다. 머리가 들어가는 곳이면 어디든 통과할 수 있는 물 같은 유연함은 모든 고양이의 특징이지만, 길 생활에 익숙한 코리안 쇼트헤어는 그야말로 생존에 특화된 신체능력을 보여 준다. 털은 쇼트헤어라는 이름처럼 가늘고 짧은 직모로 부드럽기보단 거친 모질이 많다. 크게 노랑, 검정, 회색 세 가지 색이 있으며 무늬에 따라 치즈 태비, 고등어 태비, 삼색, 카오스, 젖소 등 대여섯 종류로 나뉜다.


한국의 길고양이 중 3분의 2는 이 코리안 쇼트헤어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때문에 야생성을 가진 경계심 많은 고양이라는 편견에 시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코리안 쇼트헤어를 키워 보면 사람을 좋아하는 활발한 ‘개냥이’와 시종일관 사람과 붙어 있고 싶어 하는 ‘무릎 냥이’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품종 관리를 통해 종별 특색이 확실해진 아메리칸 쇼트헤어나 브리티쉬 쇼트헤어와는 달리, 코리안 쇼트헤어는 별다른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잡종으로 취급되었다. 그 때문에 코리안 쇼트헤어에게는 특성이라고 할 만한 것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고양이의 성격을 결정짓는 건 환경이라는 얘기다. 자라난 환경에 따라 사람을 좋아하는 고양이가 되기도 하고 외부 자극에 예민한 신경질적인 고양이가 되기도 한다. 어떤 반려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코리안 쇼트헤어. 그야말로 물과 같은 성격의 소유자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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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쇼트헤어와 친구가 되는 법


코리안 쇼트헤어와 친해지고 싶은가? 위에서도 말했듯 길고양이의 대부분은 코리안 쇼트헤어이기 때문에, 그들을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곳 또한 골목길이다. 만약 밥을 챙겨 주고 싶다면 인적이 드문 골목길을 물색한 뒤 길고양이가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는 밤이나 새벽 시간대를 노려보자.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것을 싫어하는 이웃들도 더러 있기 때문에 고양이가 해코지를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낮 시간에 밥을 주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또한 눈에 띄는 그릇보단 작은 봉지 등에 사료를 넣어 물어 가게 한 뒤 사람들이 없는 은신처에서 먹게 하는 것이 고양이에게도 이웃에게도 최선이다.


혹시 길에서 만난 코리안 쇼트헤어를 당신의 고양이로 맞이할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길 위의 생활은 불행하며, 사람의 집에서 고양이도 행복할 것이라 멋대로 단정 짓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생후 4주가 채 지나지 않은 아기 고양이가 불쌍하다며 섣불리 손대는 것은 좋지 않다. 어미가 잠깐 자리를 비웠다 돌아온 사이 사람냄새를 묻히고 온 새끼가 어미에게 버려질 수도 있기 때문. 생명을 거두는 일은 항상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우리 주변엔 길에서 만난 코리안 쇼트헤어와 살고 있는 반려인들이 많다. 더 많은 길고양이들이 좋은 반려인을 만나 행복한 묘연을 맺길 바라며 코리안 쇼트헤어에게 건네는 듯한 시 한 구절을 소개해 본다.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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