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모두의 생명을 살리는 소리
라이프노킹 캠페인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캣맘과 못마땅해 하는 이웃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휘둘리는 힘없는 길고양이들……. 언제부턴가 길고양이를 돌보는 일은 마을 사람들과의 분쟁을 품은 시한폭탄처럼 여겨졌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애써 단념했던 일. 그러나 그토록 찾던 공생의 길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길고양이와 이웃 그리고 캣맘까지 모두 행복해지는 캠페인, ‘라이프노킹’이 그것이다.
글 이수빈 사진 박민성 자료협조 협동조합 살림
‘우리’를 지키다
따뜻한 곳을 찾아 자동차 엔진룸으로 들어가게 된 아기고양이가 아침이 밝았음에도 깨지 못해 변을 당하는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는 인명피해로도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사안. 그러나 보닛이나 운전석 바닥을 쿵쿵 노크하는 것만으로 예방이 가능한 간단한 일이기도 하다. 라이프노킹 캠페인은 이러한 사실을 도어사인을 통해 모두에게 알리는 일이다.
라이프노킹을 진행하고 있는 협동조합 ‘살림’은, 기존 광고회사의 직원들이 다 함께 사는 세상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의기투합해 만든 회사다. 총 22명의 조합원. 그 중 라이프노킹 캠페인을 담당하는 이상준 씨는, 광고회사에 다니던 과거와 비교해 업무 강도는 비슷하지만 일에 대한 주인의식이 생겨 마음은 훨씬 편하다고 했다.
“협동조합 살림이 추구하는 가치는 공존입니다. 동물을 잘 아는 조합원을 통해 라이프노킹에 대해 듣게 되었고, 길고양이와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캠페인이라는 생각에 착수하게 되었어요. 작년 겨울에 시즌 1을 끝냈고 얼마 전 시즌 2를 시작했습니다.”
하나둘씩 도어사인을 건 인증샷도 도착하고 있다며 활짝 웃는 상준 씨. 그 미소에선 길고양이를 넘어 모두의 생명을 지킨다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손에서 손으로
7천 부 배포로 조촐하게 끝났던 시즌 1. 과거의 홍보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시즌 2인 현재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건 커뮤니케이션이다.
“도어사인을 신청하고 받을 수 있는 채널인 페이스북은 물론이고 뮤직비디오 등 콘텐츠 제작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사람들의 입을 타고 모두가 알게 되어 결국 라이프노킹 캠페인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도록 하는 게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니까요.”
귀여운 고양이 모양의 도어사인엔 이러한 내용이 적혀 있다. ‘그럼, 옆 차 손잡이에 저를 걸어 주실래요.’ 이상준 씨는 도어사인이 한 번 보고 버려지기보단 이웃의 손을 빌어 모두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혹시 시즌 1땐 어땠을까.
“기억에 남는 배포자분들이 두 분 계세요. 한 분은 따님에게 라이프노킹에 대해 가르쳐서 유치원에서 발표를 시키신 학부모님이고요, 또 한 분은 제주도 여행을 하면서 게스트 하우스, 음식점 등등 도어사인을 건 곳을 표시해 지도처럼 만드신 여성분이에요. 이런 식으로 지인에서 지인으로 이어져 모든 사람이 알게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라이프노킹이 언론에 소개되면서 인터넷 기사의 댓글란에선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고양이를 정말 싫어해 시비성 댓글을 남기던 사람도 결국 라이프노킹의 필요성에 동의했다고. 싸움이지만 무관심보단 나았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알게 되고 고양이는 살게 되니까. 라이프노킹은 언제나 손에서 손으로 이어지는 관심을 기다리고 있다.
공존을 확신하다
길고양이에 대한 의견이 팽팽한 지금, 우리는 확실히 과도기에 와 있다. 과연 길고양이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이상준 씨는 자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희는 분명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으니까요.”
라이프노킹 캠페인 중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희망을 발견했다는 상준 씨. 그건 바로 길고양이를 통한 이웃 간 화합의 가능성이었다고 했다.
“가장 놀랐던 사실은,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이 도어사인을 받으러 오신다는 거였어요. 20-30대 여성 뿐만 아니라 철물점 아저씨, 양로원분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셨고요. 어떤 날은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가 오셔서 주민들에게 나눠 주겠다고 가져가셨어요. 이런 일들로 저도 사실은 선입견이 있었다는걸 깨달았죠. 경비원 아저씨는 연세도 있으시고, 주민들의 불평 때문에 길고양이를 싫어할 거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반대로 젊은 여성분들 중에도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 건데, 많이 반성하게 되었어요. 이런 점에 있어서 길고양이 문제는 이웃 간 화합의 장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고리가 되어 주는 거죠.”
어느 날에는 길가를 지나가다 노부부와 함께 있는 길고양이를 발견했다는 상준 씨. 고양이가 혼나면 어쩌지 하며 조마조마하고 있었는데, 예상과는 반대로 집에서 우유를 가지고 나와 새끼고양이에게 먹이는 노부부의 모습을 보고 적잖이 놀랐단다.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세상은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따뜻한 곳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공존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똑똑 두 번의 노크 그리고 이웃을 바라보는 시선에 조그만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공존이라는 새싹은 겨울을 뚫고 피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