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고양이는
반전이 있는 메인쿤
든든하겠다. 다부진 체격을 보니 그렇다. 네 발을 단단히 내려 디딘 모양새도 범상치 않다. 이목구비는 또 어떤가. 이마와 직각에 가깝게 뻗은 콧날이 주둥이로 이어지며 강인한 인상을 만든다. 그런데 알고 보면 외모와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데……. 반전이 있어 더 끌리는 고양이, 메인쿤을 말한다.
크고 아름다워
메인쿤은 듬직하게 생겼다. 일단 덩치가 크다. 세상에서 가장 긴 고양이로 2006년 기네스북에 오른 고양이가 메인쿤이었단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당시 고양이의 길이는 1m 20cm에 달했다고 한다. 뼈도 튼튼하다. 직사각형의 몸은 균형이 잡혔고 근육이 발달해 더욱 단단해 보인다. 중대형의 고양이답다. 외모도 마찬가지. 야성미가 넘쳐 덩치에 어울린다. 입을 굳게 다물면 네모난 주둥이가 무게감을 더하고, 커다랗고 높게 자리 잡은 두 귀가 빠릿빠릿한 느낌을 준다. 간혹 귀 끝 부분에 장식털이 길게 나 있는 경우도 있는데 야생의 느낌을 배가시킨다. 사실 장식털은 메인쿤의 자랑이다. 귀의 아랫부분부터 시작해 목으로 내려오는 장식털은 풍성하며 아름답다. 덕분에 메인쿤은 늠름한 고양이 그 자체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 크고 아름다운 고양이에게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과거가 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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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를 잡자 쥐를 잡자
조그만 쥐를 잡는 메인쿤, 상상이 되는가. 아, 강아지만한 쥐도 있다고 하니 쥐의 종류에 따라 다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쥐잡이 고양이라니. 의외인 것은 분명하다. 거기다 생김새와 다르게 온순하고 상냥한 성격이라고. 앞발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편이라 나뭇가지를 주워 올리기도 한다는데 믿을 수가 없다. 커다란 덩치를 해서는 고 앞발로 쪼물쪼물이라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 고양이. 알면 알수록 빠져든다. 메인 주의 사람들도 그렇지 않았을까.
메인쿤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 메인 주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1850년경, 쥐잡이 용으로 반려됐지만 1800년대 후반부터는 집고양이로 미국 전역에서 사랑을 받았다. 덕분에 미국을 대표하는 고양이 종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미국에서 열린 첫 번째 캣쇼에서 베스트 캣으로 뽑힌 것도 무리는 아니다.
고양이하면 역시 눈. 메인쿤의 눈동자는 골드에서 골드계열의 그린, 카파 색이 있다. 흰 고양이라면 파란 눈동자를 하거나 오드아이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털색이나 모질은 태비를 비롯해 약 서른 종류가 공인되었고 그 중에서도 브라운 클래식태비가 일반적이다. 메인쿤은 이렇게 다양하다. 각양각색의 메인쿤이 앞발을 날래게 움직이면서 쥐를 잡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잔인한 장면은 자체 검열하는 것 잊지 말길.
반하긴 이르다. 메인쿤의 진정한 심쿵포인트는 아직 시작도 안 했으니 말이다. 이 고양이의 꼬리를 주목하라. 무언가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면 빙고! 힌트는 이름 ‘쿤’에 있다. 바로 너구리 라쿤(Racoon). 너구리를 닮아 고양이와 야생너구리 사이에서 나온 동물이 메인쿤이란 농담도 있다. 실은 영국에서 건너온 긴 털 고양이와 메인 지역에서 살던 짧은 털 고양이가 교배해 나왔다는 게 정설이지만 말이다. 아무려면 어떤가. 기원이 어떻든 그 풍성한 꼬리는 여전히 매혹적이다. 부드럽게 움직이는 꼬리를 만나면 당장 끌어안지 않고는 못 배길 게 분명하다.
메인쿤과 함께 살면 매일이 놀람의 연속이겠다. 험상궂은 근육맨 볼에 팬 보조개처럼, 당신의 고양이, 참 매력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