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는 고양이를 위한 곳
유기묘 고양이카페 지구정복을 꿈꾸는 고양이
고양이의 인기와 더불어 고양이카페도 시내 곳곳에서 눈에 들어온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쉼터 고양이카페. 그러나 정말이지 사람만을 위한 공간일 뿐, 카페에서 생활하는 고양이를 위한 마음은 별반 느껴지지 않는 곳이 허다하다. 과연 고양이카페는 사람만을 위한 공간이어야 할까? 그 생각을 뒤집는 고양이카페, 지구정복을 꿈꾸는 고양이를 방문했다.
글 이대훈 사진 박민성
사랑하는데 이유가 필요할까
지난 9월 말, 한국외국어대학교 앞에 문을 연 고양이카페 ‘지구정복을 꿈꾸는 고양이’, 그런데 카페는 입구에 들어선 순간부터 여타의 고양이카페들과는 다른 인상을 풍긴다. 꽤 널찍한 공간 안에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은 열 개 남짓. 대부분 작은 2인용 테이블인데도 수가 그것뿐이다. 게다가 카페 한가운데에는 테이블 대신 고양이가 뒹굴 수 있는 카펫과 커다란 캣타워가 놓여 있다. 카페를 연 조아연 씨에게 어째서 이런 배치냐고 물었다. 그녀의 대답은 인상처럼 시원시원했다.
“고양이 카페라는 이름이라면, 고양이를 먼저 생각해야죠.”
같은 장소에서 바(Bar)를 운영했다는 그녀가 잘나가던 가게를 접고 고양이카페를 오픈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이유도 마찬가지로 명쾌하다.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라는 이유다.
“저는 원래 강아지에게 빠져 있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강아지는 항상 제 곁에 있었을 정도로요. 그러다 우연히 만난 길고양이에게 먹이도 주고 스티로폼으로 집도 만들어 주고 하다가 고양이에게 빠져 버린 거죠.”
그렇게 시작된 고양이에 대한 관심은 유기묘 보호소에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커졌고 지금은 이렇게 고양이카페까지 열게 됐다.
고마운 고양이들을 위해
조아연 씨에게는 카페 운영을 위한 철칙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절대 간식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것. 고양이 간식 판매는 카페 이윤에 큰 비중을 차지할 텐데 어째서 판매하지 않겠다는 걸까?
“손님들이 주는 사료를 받아먹기 시작한 아이들은 영양제가 든 사료를 안 먹거든요. 맛이 없으니까요. 그러다 보면 아이들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에요. 그럼 눈병 생기고 털 다 빠지고…….”
고양이들은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상업적인 이유만으로 간식을 파는 카페들이 자신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아연 씨는 말한다.
두 번째 철칙은 카페의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것 역시도 고양이들의 건강을 위한 이유다. 가게 천장을 둘러싼 네 개의 환풍기가 조아연 씨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그녀의 고양이를 위한 마음이 드러나는 설치물이 한 가지 더 있다. 넉넉잡아 카페 공간의 1/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고양이 격리실이 바로 그것이다.
“임신묘 때문에 만든 공간이에요. 전부터 항상 임신한 고양이들이 마음에 걸렸거든요. 조그맣게 만들려는 인테리어 아저씨에게 무조건 크게 만들어 달라고 했어요. 여기는 손님들이 아니라 고양이를 위한 공간이라고요.”
지금은 비어 있는 격리실이지만 이제 곧 추운 겨울이 오면 아마도 새끼를 낳을 어미 고양이들로 가득 찰 공간이다.
유기묘의 재입양을 위해서
고양이 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시기 조아연 씨는 ‘아 내가 아니면 안락사 당하겠구나’싶은 아이들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처음엔 사연 많은 그 유기묘들을 임보차 집에서 보살피던 그녀는 지금, 아이들과 함께 고양이카페를 차렸다. 그냥 고양이카페가 아닌 유기묘 고양이 카페를 말이다.
그녀가 카페를 운영하는 목표는 단 한 가지, 카페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을 재입양 보내는 것이다.
“여기는 어찌 됐든 간에 고아원이에요. 한 번 버려졌던 아이들을 재입양 보내려고 카페를 차린 거죠. 그런데 저는 아이들을 입양 보낼 때 꼭 그런 이야기를 해요. 파양하셔도 된다고. 조금이라도 고양이가 귀찮게 느껴지면 파양하시라고. 그러지 않으면 욕먹을까 두려워서 몰래 유기해 버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 것 보다는 파양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다른 가족을 찾을 수 있죠.”
아무리 카페가 고양이들에게 살기 좋은 곳이더라도 아이들에게는 정말로 끈끈한 가족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조아영 씨였다.
유기묘라고 해서 사람을 피하거나 사람에게 공격적일 것이라 생각하는 건 괜한 오해. 카페의 아이들은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을 더욱 필요로 한다. 다만 사랑받고 싶어서.
고양이를 사랑하고 고양이와 함께하고 싶은 이라면 지구정복을 꿈꾸는 고양이에 한 번 방문해도 좋겠다. 지구정복은 아닐지 몰라도 가족을 꿈꾸고 있을 고양이와의 멋진 묘연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