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빚다
보이보이 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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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너의 모습을 떠올리며 꾹꾹 흙을 매만진다. 뭉툭했던 반죽이 어느새 도톰한 입매로, 예쁜 콧날로, 날렵한 귀로 다시 태어난다. 갈라질까 깨질까 조심스레 쓰다듬는 손길. 정성을 담아 색을 덧입히고 마침내 눈동자를 그린다. 그 순간 반짝, 어여쁜 고양이 한 마리가 눈을 뜬다.
글 이지희 사진 박민성 자료협조 김민아
고양이 특유의 곡선미
“와~ 예쁘다. 정말 귀엽네.”
보이보이 공방 김민아 작가는 보자마자 감탄사가 나오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녀의 주요 작품은 고양이를 모티브로 한 도자기 인형. 이집트 인형·마트료시카·병정인형 같은 전통 인형에 고양이의 얼굴을 더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뽀얀 얼굴에 색색의 눈을 빛내는 고양이 인형들은 그녀의 바람대로 아름다움 그 자체다.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어요. 도자기를 전공하면서도 다른 사물보다 동물을 만드는 게 재밌더라고요. 개나 원숭이도 해봤는데 고양이가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선 하나하나가 정말 곱거든요.”
김 작가가 동글동글한 느낌을 좋아하는 터라 그녀의 고양이 인형들은 스코티쉬 폴드처럼 둥근 얼굴을 하고 있다. 잘 익은 복숭아 같은 볼. 귀엽게 부풀어 오른 입. 한번쯤 만져보고 싶은 분홍 코까지. 얼굴 구석구석이 붓으로 한 번에 그린 듯 매끄러운 곡선으로 이루어졌다. 김 작가가 공방이자 브랜드 명을 ‘보이보이’라고 지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말랑말랑한 발음이 좋아 그렇게 만들었다고. 반려동물들의 이름인 ‘밍몽이’나 ‘모모찌’도 마찬가지. 그냥 동그란 게 좋다는 김 작가도 어쩐지 비슷한 이미지다. 작가와 작품은 닮는 것 같다는 그녀의 동그스름한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걸린다.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에
김민아 작가의 도자기 인형이 아름다운 이유가 단지 고양이의 타고난 외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에 그녀의 작품이 더욱 특별해 보이는 게 아닐까. 김 작가는 현재 얼룩이·니야·빵떡이, 총 세 마리의 반려묘와 생활하고 있다. 집에서도 작업실에서도 언제나 고양이들과 함께이다.
“원래는 쭉 강아지만 키웠어요. 그런데 어느 날 공원에 갔다가 화단 중간에서 울고 있는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집으로 데리고 와 얼룩이라 이름 짓고 키우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고양이에게 푹 빠졌죠. 이 녀석이 처음엔 애교를 부렸는데 시간이 지나니 까칠해지더라고요. 살려고 그랬나 봐요(웃음). 근데 거기서 매력이 느껴졌습니다. 오라고 하면 안 오지만 한 번씩 와서 애교부리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러웠어요.”
니야와 빵떡이는 주인은 있지만 제대로 보살핌 받지 못하던 동네 고양이들이었다. 김 작가가 거둔 후로 사랑받게 된 걸 알았는지 매서웠던 눈빛이 어느새 선하게 변했다고. 세 반려묘들은 그녀가 작품을 만들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매일같이 아이들 사진을 찍어 인형 작업할 때 참고해요. 웹서핑으로는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앉아있는 고양이 사진을 찾는 데 한계가 있거든요. 고양이 작품은 앞으로도 꾸준히 만들 것 같습니다. 코도 예쁘고, 입도 예쁘고, 눈도 예쁘고. 그냥 다 예쁘잖아요. 고양이와 어울릴만한 새로운 인형을 찾아보는 중입니다. 저만의 독특한 고양이를 선보이고 싶어요.”
사람이 직접 만드는 제품의 진가
김민아 작가의 작업대에는 아직 형태만 갖추고 있는 인형들이 올려져있다. 어떤 눈동자 색을 가졌을지, 무슨 옷을 입게 될지 기대되는 것이 그녀의 미래와도 닮았다. 2014년 핸드메이드 페어에서 데뷔한 김 작가는 현재 작은 크기의 고양이 인형을 작업 중이다.
“박람회는 처음 나간 건데 예상보다 반응이 좋았습니다. 갤러리에서 전시 제의도 받았고요. 페어 때는 크기가 큰 작품들만 선보였는데 작은 걸 원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셨어요. 실용성에 대한 문의도 종종 들어와서 단지나 함 같은 것도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김 작가는 인형과 함께 접시나 컵 등의 제품도 만든다. 그녀의 고양이 인형처럼 화려하면서도 정갈한 느낌인데 단순히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건강에도 좋다.
“얼마 전에 도자기 그릇에 포함된 납 성분이 문제가 됐었는데요. 공장에서 실패율을 낮추려고 그런 걸 넣습니다. 도자기는 굽는 과정에서 부풀어 오르거나 깨지는 일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공장은 대량생산이다 보니 실패율이 20퍼센트라고 하면 양이 어마어마하게 많거든요. 공방의 경우에는 가마가 작으니 실패율이 같아도 그 양이 훨씬 적어요. 굳이 납을 넣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성분이 나쁘면 만드는 사람 몸이 가장 먼저 상하잖아요. 직접 유약을 칠하고 손으로 일일이 다듬어야 되는데 그런 재료를 쓸 수는 없죠. 작가들 작품은 비싸다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되는 것들도 많아요. 핸드메이드 제품의 진가를 알아주시는 분들이 늘어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