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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끼를 기다리며

  • 승인 2014-11-26 10: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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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끼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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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종이우산

연남동에 있는 카페 ‘메종’에는 고양이들이 살고 있다. 카페 특성상 아이들을 외출 고양이로 키우고 있었는데 이중 ‘마끼’라는 이름의 노랑둥이 남자아이가 유난히 애교가 많아 온 동네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낮에는 근처 사무실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자기 자리에서 낮잠을 자고 오기도 하고, 길고양이인 줄 알고 누군가가 안고 갔다가 뒤늦게 마끼를 찾는 전단지를 보고 다시 데려온 일도 몇 번이나 된다고 하니 참 넉살 좋은 녀석이었다. 그 모습이 불안해 보였던지 유난히 마끼를 좋아하는 손님 한 분은 혹시 또 모르는 사람이 마끼를 안고 가버릴까봐 어디서 길을 잃어도 연락이 올 수 있도록 이름과 전화번호가 새겨진 가죽 목걸이를 직접 만들어 채워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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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랬던 마끼가 지난 7월 초 사라져서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한다. 카페 사장님께서는 동네사람들이 워낙 잘 알고 있는 아이라 어디서 잘못되었다면 소식이라도 들릴 텐데, 전화번호가 새겨진 목걸이를 하고 있어서 그걸 본 사람이 연락을 줄 법도 한데 아무 소식 없이 사라진 것이 마끼를 잘 아는 누군가가 길에서 뛰어 노는 모습이 너무 불안해 나름 좋은 마음으로 안고 가버린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 좋은 마음이 마끼와 그 가족들에게는 생이별이 됐다.

부디 행복하게 살고 있는 아이들을 나의 기준으로 불행하게 보고 내가 생각하는 행복을 강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미가 먹이를 구하러 나간 사이에 아기 고양이들이 불쌍하다고 구조하거나 외출 고양이가 불안해 보인다고 안고 가버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제발 구조하기 전에 아이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일지 먼저 생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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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메종에서는 사장님과 아이들이 아직도 마끼를 기다리고 있다.

글쓴이?종이우산 (rara1733.tistory.com)
사진 블로그 앙냥냥월드를 운영하며, 포토에세이 <행복한 길고양이>를 펴내고 두 번의 전시회도 열었다. 10년 후 길고양이들의 삶이 지금보다 좀 더 나아지기를 꿈꾼다는 그는, 현재 네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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