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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와 고양이가 사는 곳

  • 승인 2014-11-26 09: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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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와 고양이가 사는 곳
타로블라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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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덜터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을까, 이젠 어떡하면 좋을까 깊은 한숨을 쉬다 문득 고개를 드니 자그마한 가게 앞에 서 있다. 안쪽으로 무심히 시선을 던지다 다시 걸음을 재촉하려는 찰나, 유리문 너머 고양이 한 마리와 눈이 마주친다. 새하얀 고양이는 신비로운 녹색 눈을 빛내며 말을 걸어오는 듯하다. “여기가 바로 당신이 찾던 곳이에요.” 왠지 모를 힘에 이끌려 안으로 들어서게 되는 이곳은 고양이와 마녀가 살고 있는 카페, 타로블라썸이다.

이지희 사진 박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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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정표, 타로

오전 열 시, 아침 일찍부터 타로블라썸의 문이 열렸다. 카페 한쪽에 쳐진 원목 파티션 너머로 타로마스터 ‘버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니 타로 점을 보기 위해 이른 시간부터 손님이 찾아온 모양이다. 상담이 이루어지는 동안 또 다른 타로마스터 ‘이지’는 분주하게 카페 오픈 준비를 하고 있다.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타로블라썸은 낮 열두 시부터 밤 열 시까지 운영되는 타로 카페지만 예약손님이 많아 밤낮없이 열려 있곤 한다. 타로하면 얼핏 애정운이 알고 싶은 아가씨들이 먼저 떠오를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각자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손님들을 보며 앉은 자리에서 세상구경을 다 해요. 재미로 타로 점을 보는 경우도 있지만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제일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유학생부터 사오십 대 사업가까지 각계각층의 분들이 오시거든요. 타로카드는 삶의 이정표 같은 역할을 합니다.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살펴보는 거죠. 운명의 큰 흐름이 있다고 해도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모든 게 달라질 수 있어요. 중요한 건 본인의 의지와 그에 따른 행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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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고 따듯한 힐링, 나리

타로블라썸은 타로 카페이자 고양이 ‘나리’의 집이다. 나리의 이름은 일본의 이나리 신사에서 따온 것인데 전설 속에서 흰 여우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나리 신처럼 총명해지라는 바람이 담겨 있다. 이름 덕분인지 나리는 카페에서 타로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슬픈 사람들 옆에 가면 항상 핥아주며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고. 나리의 반려인인 타로마스터 버들은 고양이와 타로를 하는 마녀는 함께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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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풍부한 감수성과 예술성을 가진 이들과 궁합이 잘 맞는 동물입니다. 사람의 감성에 공감하고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지요. 음악가나 만화가들이 고양이를 많이 키우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상담을 하면서 타인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타로와도 잘 맞고요.”

타로블라썸의 고양이 나리는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 따스한 기쁨과 위로를 전해준다. 긴 시간 동안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의 무릎에 올라가기도 하고 상담 중인 테이블 가에 앉아 “내가 너의 이야기를 들어줄게” 속삭이는 것처럼 지그시 바라보기도 한다. 어서 왔냐고 반겨주고 품에 안겨 잠이 드는 나리를 보면 자연스럽게 미소를 짓게 된다. 웃는 것보다 더 큰 힐링이 있을까. 고민에 빠져 이곳을 찾은 이들에게 어쩌면 나리는 가장 큰 행운일지도 모른다.

자신을 가지세요
타로마스터는 미래를 보거나 궁금한 점을 해결해주는 사람이지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점에서 카운슬러의 역할도 함께하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는 터놓을 수 없던 생각들이 타로마스터 버들, 이지, 모란과 대화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소통이 부족한 외로운 시대이기도 하고 지식을 쌓는 속도는 빠르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 세상이죠. 타로는 자신의 내면을 관찰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타로마스터 버들은 스스로를 독설가라 말하면서도 무엇을 선택할 수 있는 시점이라면 최대한 본인이 상처 받지 않는 길을 택하라는 다정한 바람을 전한다. 특히 그녀는 자존감이 없는 사람들에게 많은 격려를 보낸다. 스스로를 믿고 존중하지 않으면 그 어떤 일도 시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을 가지세요. 일이든 애정이든 여러분에겐 충분한 선택의 여지가 있습니다. 과거에 얽매이지 마시고 현재에 즐거운 일들을 찾으세요. 결말이 해피엔딩일지 아닐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지금 최선을 다하고 앞으로 좋은 일이 있을 거라 믿으면 잘 될 가능성은 더 커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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