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날 동네 언니가 급하게 불렀습니다. 자다 일어나 이동장들고 가서 차 아래를 보니 고양이가 한 마리 누워있습니다.
엎드려서 손을 뻗쳐 아이 얼굴을 확인한 순간, 너무 처참했습니다.
나를 부른 언니는 고함을 지르면서 가까이도 오지도 못하는 상황. 일단 살려야겠기에 병원으로 내달렸습니다. 끌어안고 뛰어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간호사 선생님이 고양이의 이름을 묻더군요. 5초도 안 되어서 떠오른 이름. 제발 살아달라고 ‘행운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이 녀석의 이름은 행운이가 되었습니다.
턱은 돌아가 있고 다물어지지도 않는 상황이더군요. 게다가 입에는 피고름이 잔뜩있는 상태.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위턱 아래턱이 동시에 골절된 상태라 수술도 안된다 합니다. 운이 좋아 살 수 있다고 해도 주사기로만 먹이를 먹을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퇴원 후 이틀을 두세 시간마다 늘어진 턱 아플까 싶어 조심조심 주사기로 혀에 먹을 거 흘려주고 평생 이러고 살다간 내가 먼저 골병들어 죽겠다 싶었습니다. 그래도 살려고 나한테 온 생명은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주사기로 먹이를 먹이기 딱 3일째 아침 행운이에게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돌아간 입으로 자꾸 그루밍을 하려고 하길래 혹시나 하고 사료랑 캔을 줘봤더니 부서져 돌아간 턱으로 힘들긴 하지만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처음 구조 당시 삼 개월은 넘어 보이는 아가가 육백 그램으로 내 품에 안겼다가 오동통한 너구리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2019년 1월 2일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모르겠지만 병원 치료도 받지 않았는데 심하게 벌어진 체 입안에 피와 농이 찼던 것도 다 낫고 입도 다물어졌답니다.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가족이 된 우리 집 일곱 마리와 거실에서 뒹굴뒹굴하며 살고 계신다는 행복한 소식 전합니다.
사람의 따뜻한 손길로 일어난 이러한 일을 우리는 ‘기적’이라 부릅니다.
오늘도 새로운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는 캣맘 미카엘라님을 응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지말고_입양하세요
#제발_버리지마세요
CREDIT
에디터 강이루
사연 미카엘라 (인스타그램 @eunj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