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1일 동물권단체 케어는 제보를 받고 부천 개농장을 찾았다.
이 곳은 부천시에 남은 마지막 대형 개농장으로, 10년이 넘게 지자체와 활동가가 폐쇄를 압박했지만 귀를 닫아온 악명 높은 곳이었다. 이날도 업주는 "당신들이 뭔데 남의 영업장을 보여달라는 거냐"며 출입을 요청한 케어 측을 거칠게 막아세웠다.
어렵사리 설득해 들어간 내부. 햇빛 한 줄기 없는 컴컴한 공간 안에 성견부터 어린 강아지들까지 40여 마리가 갇힌 채 사람들에게 꼬리를 흔들며 반가움을 표했다. 분뇨와 오물로 지독한 암모니아 악취가 풍겼다.
뜬장 안은 개털과 오물로 뒤덮였고, 아마도 밥그릇 용도였을 대야엔 음식물 쓰레기가 가득해 곰팡이가 하얗게 피어 있었다. 케어는 이곳을 '지옥 중의 최고 지옥'이라 판단했다.
케어의 설득이 이어졌지만 폐쇄는 결코 하지 않겠다고 업주는 고개를 돌렸다. 결국 44마리의 매입비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업주는 개농장 폐쇄에 합의했다. 거래가 이뤄지자 이제 그는 빨리 개들을 빼가라고 성화였다.
보호소 사정은 한국의 어느 곳이든 열악하다. 아이들이 있을 공간을 알아보겠다고 시간을 요청했지만 업주는 "내일 당장 데려가지 않으면 다른 개농장에 팔겠다"며 엄포를 놨다.
급한 대로 개들은 케어의 보호소로 구조됐다. 이 과정은 SNS 생중계로 많은 사람이 함께 시청했다.
개들은 뜬장에서 빼내려 하자 강하게 저항했다. 더 좋은 곳으로 보내기 위함이었지만, 개들은 더 무서운 지옥으로 끌려가는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부천의 개인활동가와 자원활동가들이 힘을 보탰고 2시간 남짓한 구조 과정 끝에 개농장은 완전히 폐쇄될 수 있었다.
보호소로 옮겨진 개들은 신선한 물을 마시고 깨끗한 풀밭을 자유롭게 뛰어다녔다. 이중 어떤 아이들은 처음 흙을 밟아본 것일 테다.
현재 케어는 강아지 44마리들이 지낼 수 있는 거처를 수소문하고 있으며, 건강을 점검하기 위한 병원비를 모금하고 있다. 부천의 마지막 개농장에서 구조된 44마리의 개를 도와주고 싶다면 이곳을 방문해보자.
CREDIT
에디터 김기웅
사진/사연 동물권단체 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