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고양이 한 마리가 있습니다. 이름은 찡찡이. 2004년에 태어난 이 젖소무늬 고양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반려묘로 대한민국 최초의 퍼스트캣으로 알려져 있죠. 언뜻 보기엔 평범한 코리아 숏헤어이지만 사실은 대통령마저 화장실 청소를 시킬 수 있을 정도의 권력을 가진 이 시대의 묘선실세(?)입니다. 귀여움만으로 나라를 지배하는 것이지요. 경국지색이 아니라 경국지냥입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죠. 옛말 틀릴 거 없이, 역사를 따라가다보면 몇몇 묘선실세들의 사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예가 조선의 왕인 숙종의 이야기입니다. 치즈 태비 고양이로 추정되는 금덕이와 금손이는 숙종의 총애를 받았던 고양이로, 나랏일을 볼때 곁에 두고 쓰다듬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사진 : 이하곤의 <두타초>
숙종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금손이는 숙종의 사후, 먹이조차도 거부하고 울며 궁을 돌아다녔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결국 시름시름 앓던 금손이가 죽고 나서 인원왕후는 금손이를 숙종 옆에 묻을 것을 지시했다고 하지요.
또한 조선 제 17대 왕 효종의 둘째 딸, 숙명공주도 냥덕후였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효종이 숙명공주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이런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너는 시집에 가 (정성을) 바친다고는 하거니와 어찌 고양이는 품고 있느냐? 행여 감기나 걸렸거든 약이나 하여 먹어라"
물론 조상님들의 고양이 사랑은 왕실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일반 민중들의 삶을 그린 민화에서도 고양이들의 그림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변상벽 화백의 그림입니다. 고양이를 매우 좋아하여 '변고양' 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고 하는데요, 실제 변 화백의 그림을 살펴보면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듬뿍 드러납니다.
ㅣ변상벽의 묘작도
고양이 한 마리가 참새를 잡으러 나무 위에 올라갔다가 오도가도 못하게 되버렸습니다. 털을 잔뜩 곤두세운 모습을 보니 매우 겁에 질려있는 것 같네요. 그 모습을 아래에서 고등어 고양이 한 마리가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고 있습니다.
ㅣ변상벽의 국정추묘
변상벽의 국정추묘에서는 다양한 무늬의 고양이들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현재 흔히 볼 수 있는 코리아 숏헤어하고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고양이는 고양이였습니다.
ㅣ 김득신의 야묘도추
김득신의 야묘도추 (혹은 파적도)라는 불리는 그림은 참으로 유쾌한 일화를 담고 있습니다.
그림을 잘 보시면 찡찡이를 닮은 젖소 고양이 한 마리가 병아리 한 마리를 물고 호다닥 도망을 가고 있습니다. 고양이를 때리려고 곰방대를 든 아저씨는 마루에서 떨어지기 직전이고, 그 뒤를 아주머니가 맨발로 뛰쳐나오고 있습니다. 졸지에 새끼를 뺏긴 어미닭도 고양이를 쫒아가고 있고 나머지 병아리들은 실신 직전입니다. 완전히 난장판이에요.
이 그림은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매우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 그림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은 남미 만화가 '마우리시우 지 소우자'가 위와 같이 직접 패러디를 하기도 했습니다.
ㅣ김홍도의 황묘농접도
위 그림은 평화롭게 나비를 쫓아다니며 노는 고양이 그림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민화에서 고양이는 70세 노인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나비는 80세 노인을 상징한다고 하죠. 중앙에 있는 패랭이 꽃의 꽃말은 청춘이며 그 옆의 바위는 불변함을 뜻합니다. 이러한 정보들로 유추해 볼 때 위 그림은 누군가의 환갑을 축하하기 위해 그렸을 것이라고 합니다. 즉 '일흔살, 여든살에도 늘 청춘을 잃지말고 장수하시길 바랍니다.'란 메세지가 담긴 그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ㅣ조지운의 유하묘도
조지운의 유하묘도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그림입니다. 국중박에서는 이 그림을 소재로 많은 기념품들을 제작해 팔고 있죠. '오묘한 녀석들'이란 이름이 붙은 이 기념품들은 고양이 특유의 귀여움과 민화만의 따뜻함, 정겨움을 잘 살린 것들로 외국인들이 한국을 관광할 때, 선물로 가장 많이 사가는 품목 중 하나라고 합니다.
Credit
에디터 윤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