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 세상은 내게 ‘반려견’이란 형태로 치유자를 보내주었습니다”
위의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치유자이자 생명줄이었던 벙커에게 바치는 헌사다. 저자는 말한다. 벙커는 자신에게 특별한 존재라고. 벙커가 자신을 믿고 자신을 돕기 위해 온 존재임을 믿는다고.
1996년, 스물두 살의 줄리는 뉴욕의 맨해튼에서 출판 편집자로 일하며 꿈꾸던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남자친구와의 이별을 계기로 그녀의 삶은 부서지기 시작하고, 결국 정서적으로 쇠약해져 어느 날 집에서 저녁을 준비하다 쓰러지고 만다.
연락을 받고 온 엄마와 고향인 오하이오로 돌아가게 된 줄리. 사실 고향이라고 ‘꽃길’은 아니었다. 그녀의 인생은 어릴 적 오빠의 폭력, 부모님의 회피, 나쁜 남자와의 잘못된 연애 등으로 얼룩져 있었다.
그러다 만나게 된 생후 2개월의 골든 리트리버 ‘벙커’. 이 작은 강아지를 만나면서 줄리의 일상은 큰 변화를 겪기 시작한다. 다시 웃음과 삶의 용기를 되찾게 된 것이다.
마침내 벙커와 함께 시애틀에서 새롭고 행복한 삶을 시작한 줄리. 하지만 그녀는 곧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과 마주하게 된다. 자신의 생명과도 같은 벙커가 고관절 이형성증으로 인해 수술을 받지 않으면 걷지 못하게 되고 심지어 죽을 수도 있다는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제는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게 된 벙커를 위해 줄리는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마치 한 편의 소설 같은 이 이야기, 《치유의 개, 나의 벙커》는 실제 저자의 경험담을 담았다. 저자인 줄리 바톤은 20대 초반 시절에 겪었던 일을 마치 어제의 일인 양 생생하게 전달한다. 심지어 자신과 가족의 치부일 수 있는 일조차도 거리낌 없이 꺼내놓는다.
저자는 말한다. 개는 자신을 꾸미거나 설명할 필요가 없으며 “왜?”라고 물어보지 않는다고. 그저 받아들일 뿐이라고. 벙커는 줄리에게 감정이 어떤지, 기분이 어떤지 묻지 않았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줄리를 원하고 받아들였을 따름이다. 그것은 오직 동물만이 할 수 있는 기적이다. 그렇기에 줄리 또한 오롯이 벙커를 사랑할 수 있었다.
살면서 가장 힘든 때 벙커를 만난 줄리는, 반대로 벙커가 가장 힘들 때 벙커의 치유자가 되었다. 이 또한 운명 아닐까. 저자는 벙커와 자신은 어떤 일이 있어도 만날 운명이었으며, 서로가 서로를 구했다고 말한다. 벙커와 줄리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진실로 동물과 교감할 수 있으며, 누구와 사랑을 하든 그 사랑이 어떤 형태이든 그 자체로 소중하며, 사랑을 받는 것보다 하는 것을 통해 더 큰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단순하지만 핵심적인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CREDIT
에디터 이은혜
사진 및 자료 동반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