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a t ' s L i f e
여섯 마리의 고양이
여섯 마리의 고양이와 살게 되면, 집사의 모든 시간에 고양이가 살게 된다.
내 곁에서 잠을 자기를 원하는 고양이와 함께 잠을 자고, 무릎을 좋아하는 고양이가 어느새 무릎에 앉아있고,
집사 구경이 취미인 또 다른 고양이는 식탁에 앉아 내가 밥 먹는 모습을 지켜보며 식사에 참견한다.
또 한 녀석은 욕조 난간에 걸터앉아 내가 씻는 모습을 구경하고,
그렇게 외출 준비를 마치면 문 앞까지 배웅하기를 원하는 고양이가 나와 배웅을 해준다.
그렇게 나는 매일 고양이로 꽉 찬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여섯 마리의 고양이를 위해 신혼집도 복층으로 결정을 한 우리 부부는
늘 장난처럼 ‘손을 뻗으면 항상 고양이가 있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이층 난간에도 고양이, 식탁 위에도 소파 위에도 그렇게 고양이가 가득한 삶.
여섯 배의 행복
많은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만, 또 마냥 행복한 일은 아니다.
고양이 마릿수만큼 시간과 돈이 배로 들어가는 것은 물론
외동묘에 비해 삶의 질이 떨어지는 다묘가정의 고양이들 때문에
완벽한 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다묘가정은 힘들다고 말하고 싶다.
고양이가 심하게 아플 때마다 속이 타들어 가고
삶이 무너지는 그런 경험들을 여섯 배로 감당해야 한다.
그런 일련의 이유들로 나는 다묘를 반려 하는 것에 있어서 조금은 부정적이다.
다묘를 키우며 크고 작은 사건들이 무수히 많았지만
그중 제일 나를 힘들게 했던한 가지를 이야기해 보자면 바로 '유자'에 관한 이야기다.
나의 네 번째 고양이 유자는 내가 밥을 챙겨주던 길냥이였는 데,
어느 날 다리를 심하게 쩔뚝이며 나에게 걸어왔다.
이동장을 챙겨와 유자를 안아드니 유자는 순순히 내 품에 안겨주었다.
나는 곧장 병원으로 갔고 유자의 뒷다리 뼈는 심하게 골절되어 있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아마 사람이 해코지한것 같다고 하셨다.
그렇게 다리 골절 수술을 위해 유자를 병원에 맡겨놓고 집으로 돌아온 그때
병원에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수술 중 교통사고를 당한 고양이가 들어왔고,
그 고양이의 상태를 살펴보는 짧은 순간 유자의 산소가 차단되었다는 것이다.
그 후유증으로 유자는 뇌를 다쳤고 머리와 몸을 마구 떨며 일어나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다리 수술은커녕 기립도 불가능한 유자를 병원 입원실에서 마주했을 때
나는 모두 내 탓인 것만 같아 자책감에 많이 괴로워했다.
‘내가 구조하지 않았다면 차라리 더 나은 삶을 살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다.
원장선생님께서는 분명한 병원의 과실이니
자폐묘의 삶을 살게 될지 모르는 유자를 거두어 책임지겠다고 하셨지만
나는 오랜 상담 후 입원중인 유자를 집에 데려오기로 했고
병원에서 알려준 대로 유자를 보살폈다.
그 시절의 나의 시간은 모두 유자였다.
다리가 완전히 붙지 않은 상태라 어쩔 수 없이 작은 케이지에서 한 달을 보내야 했던 유자는
기적적으로 자폐묘가 되는 상황을 면했다.
이유는 정말 모르겠다. 딱히 해준것도 없는데 말이다.
머리맡에 유자의 케이지를 두고 자폐묘를 반려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보며
수도 없이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유자는 그 시간들을 강하게 이겨내 주었다.
아직까지 유자에게 그 시절의 후유증이 남아 있긴 하지만
모르는 사람은 아예 모를 정도로 티가 잘 나지 않는다.
늘 나의 곁을 맴도는 유자는 현재 우리집의 스윗함 담당으로
집사들의 힐링을 톡톡히 해주고 있는 녀석이다.
그 외에도 방광염 때문에 요도에 관을 꼽아 소변을 빼내는 카테터를 받다
요도가 찢어져 큰 수술을 해야 했던 둘째 율무,
갑자기 거식증이 와서 음식을 강제 급여하며 보살펴야 했던 셋째 보리,
치아 흡수성 병변으로 이른 나이에 치아를 발치해야 했던 넷째 유자,
새빨간 핏물을 흘리며 위급한 상황이 왔었던 다섯째 계피까지.
우리 부부는 고양이 여섯을 반려하며 많은 사건을 겪었고 같이 이겨냈다.
텍스트로 써내려가니 꽤 담담해 보일 수 있지만,
나는 이런 사건을 겪을 때마다 삶이 무너져내렸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이런 굵직한 일들은 드문 편이지만
고양이는 생각보다 예민하고 약한 동물이라
나는 매일 여섯 마리의 음수량, 피부, 치아 상태 등 건강 상태를 살피는 일에
집중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다묘가정이라서
다묘가정 집사들은 더러 우스갯소리로 ‘욕심이 많으시 네요’ 하는 말들을 듣곤 한다.
하지만 고양이를 많이 반려하는 사람일수록 정말 욕심이 없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다묘가정의 고양이들은 아마 정말 갈 곳이 없고 다친 아이들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과
집사가 금전적, 시간적인 부분을 고양이에게 쏟아 부음으로 인해
강제로 청렴한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다정한 여섯 마리 고양이들로부터 매일 위로를 받고 있지만,
만약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다묘가정을 꿈꾼다면
나는 두 마리가 적당하고 세 마리까지가 가장 행복하다고 조언해 드리고 싶다.
그리고 이미 나처럼 여럿을 반려하는 집사님이라면
‘우리 힘내요. 열심히 고양님들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 줍시다.
집사님도 꼭, 행복하세요.’라고 얘기하고 싶다
글·사진 장경아
에디터 글월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