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찌로고

Friendly

  • 승인 2020-06-10 12:44:07
  •  
  • 댓글 0

스 핑 크 스 자 몽 이
Friendly

아침에 눈을 떠서 잠드는 그 순간까지 너는 항상 내 옆에, 내가 볼 수 있는 곳에 있다.       해가 지는 오후에 나는 너를 안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왈츠를 추고, 너는 내어깨에서 잠이 든다. 나는 그 순간이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말한다. 이제는 네가 ‘애옹’ 하고 울면 나는 네가 뭘 원하는지 다 알 수 있게 되었다. 졸리니까 안아달라며 다가오는 너를 안아주고 그렇게 내 품에서 잠드는 널 보면 내 인생에 반려동물은 절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때가 존재했을까 싶다.

겁쟁이, 집사가 되다
군인 남편을 따라 타지 생활을 한 지 1년이 넘어가던 어느 가을. 새로운 공부를 하기 위해 첫 직장을 그만 두고 백수가 된 지 2달이 되었을 무렵이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느껴볼 겨를도 없이 대학교 졸업을 하자마자 바로 결혼을 한 나는 혼자 있을 때 무엇을 하면 좋을 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나는 엄청난 겁쟁이에 무서운 꿈을 창의적으로 만들어낼 정도로 상상력이 뛰어난 인간이었다.

 하루는 내 상상력이 만들어 낸 무서운 생각들에 빠져 집에 혼자 있는 것조차 너무 무서웠다. 결혼 전부터 본가에서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었던 남편은 고양이를 키워보는 것이 어떻겠 냐며 먼저 말을 꺼냈다. 하지만 나는 이제껏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하는 것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반려동물의 수명이 우리 인간보다 훨씬 짧 다는 것을 알기에 사랑을 잔뜩 준 존재가 먼저 떠나가는 상상만으로도 너무 슬펐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인생에 반려동물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꾸준한 남편의 설득은 나에게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시간들을 후회 없이 행복하게 보내면 괜찮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반려묘에 대해 알아 보다가 우연히 스핑크스 고양이 카페에 들어가게 되었 는데 우연히 그곳에서 천안에 사는 작은 아기 고양이 들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그중 내 눈을 사로잡았던 한마리의 아기 고양이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샤워를 하던 남편의 욕실 문을 벌컥 열며 ‘아기 고양이가 자꾸 생각나, 데려오고 싶어’라고 통보를 했다. 그렇게내 생에 첫 반려동물 스핑크스 고양이 자몽이를 만나게 되었다.

네가 없던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아

스핑크스 고양이가 키우기 쉽다고?
털이 많이 빠지는 고양이의 특성 때문에 고양이 키우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털이 없는 고양 이가 있다니 모두가 솔깃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요즘 SNS상에 스핑크스 고양이에 관한 글이 많이 올라온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스핑크스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들보다 더 키우기 어려운 고양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스핑크스 고양이는 목욕을 자주 시켜줘야 한다. 털이 없는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사람처럼 기름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적게는 2주, 한 달에 한 번 정도 자몽이의 목욕을 시켜주고 있다. 스핑 크스용 고양이 샴푸가 있는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주로 고양이의 털 관리를 위한 샴푸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자몽이는 신생아용 샴푸와 무향 로션을 사용한다. 스핑크스 고양이의 특징인 큰 귀는 일주일만 지나도 까만 때로 가득해지는데 유독 귀는 기름 분비가 많아 식염수를 묻힌 탈지면으로 청소를 해줘야 한다.

스핑크스 고양이는 털이 없어 발톱이 조금이라도 길면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낼 수밖에 없다. 가끔 자몽이가 뒷발로 본인의 목덜미를 세차게 긁어대다가 빨간 상처라도 내는 날이면 발톱 정리를 미처 못 해준 나를 자책하곤 한다. 발바닥에 털에 없어 털 관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지만 털 대신 자리를 차지한 검은 때들을 틈틈이 제거해주지 않으면 구수하고 진한 발바닥꼬순내를 맡게 된다.

 마지막으로 스핑크스 고양이의 피부는 예민하기 때문에 집사는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청소 여부가 피부 문제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집에 먼지가 최대한 없도록 유지를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털이 없는 고양이를 키워서 청소가 쉬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청소를 더 많이 해야 하는 것이다. 사료 선택 역시 중요하다. 스핑크스 고양이의 경우 사료의 반응을 피부로 알려주기 때문에 사료를 고르는데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 자몽이는 집에 처음 온 날부터 피부에 두드러기가 항상 서너 개 내외로 나 있었는데 가끔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아무것도 나 있지 않기도 했다. 사랑스러운 스핑크스 고양이와 함께 지내는 데 있어서 ‘편하고 쉽게’라는 단어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글·사진 김성은
에디터 글월문 

 

 

글·사진 김성은
에디터 글월문 

Tag #펫찌
저작권자 ⓒ 펫찌(Petzz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