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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냥이 마루

  • 승인 2020-06-10 14:2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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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MARU
개냥이 마루

어릴 때부터 나는 고양이를
정말 키우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키울 수 없었다.

시간이 흘러 드디어
나에게도 기회가 생겼고,
신중한 고민 끝에 분양을 결정했다.

그 후 보내주신
고양이 사진들을 보는데
꼬질한 모습의 한 고양이가
자꾸 눈에 밟혔다.

다른 고양이들보다 예쁘지도 않고
딱히 뛰어난 것도 없었는데
그냥 그 모습이 귀여웠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아, 운명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안녕 마루야“
 
마루라는 이름은 원래 마루가 오기 전부터 정해놨던 이름이었다본가에서 기르는 강아지 이름이 하늘인데 하늘의 순우리말이 '마루'라는 걸 안 순간 다른 이름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도 안 어울리면 다른 이름으로 바꾸자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루를 처음 보자마자 ‘아 얘는 그냥 마루다’라는 생각뿐이었다마루의 하늘색 눈이 이름이랑 너무도 잘 어울렸다.

 
마루가 집으로 오기 전 일주일은 설렘으로 잠을 거의 못 잤던 것 같다잠이 들려고 하면 마루 사진을 한 번 더 보고 다시 잠을 청하곤 했다.


마루를 처음 만났을 때 그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첫 번째 충격은 사진 속 꼬질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귀티 나는 마루의 모습이었고, 두 번째는 고양이가 처음 집에 오면 적응 기간을 며칠 줘야 한다는 정보와는 다르게 마루는 케이지에서 나오자마자 내 품에 폭 안겨 꾹꾹이와 함께 골골송을 불렀다는 사실이다.

 
마루는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개냥이’다예전에 개냥이란 단어를 들었을 땐 ‘아 그냥 사람을 좀 잘 따르는 고양이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정말 마루는 본가에 있는 하늘이 보다 더 ‘개’ 같다. (웃음)

고양이는 까칠하다는 선입견을 가진 친구가 집에 왔을 땐 마루가 하도 졸졸 따라다니면서 애교를 부리는 통에 친구가 고양이가 아니라 강아지로 잘못 분양받은 거 아니냐고 말할 정도였다.

마루는 정말 사람을 잘 따르고 좋아한다과제를 하다가 마루와 눈만 마주쳐도 골골거리며 내 컴퓨터 위로 올라와서 결국 못 이기는 척 과제를 중단하고 마루랑 놀아준 적도 꽤 있었다.

 

 바뀐 내 생활방식
 
살면서 강아지만 키워본 나에겐 고양이를 키우는 건 새로운 경험이었다.

고양이는 강아지와 달리 높은 곳까지 점프해서 올라갈 수 있었기에 신경 쓸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하루는 일주일 전엔 못 올라가던 부엌 선반 위에서 음식 냄새를 맡던 마루를 발견했다.

그때 나는 혹시라도 고양이에게 위험한 음식인 마늘을 먹은 건 아닌지 부랴부랴 입을 열어서 냄새를 맡아보고 24시간 동물병원을 찾아 전화했었다.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오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한숨도 못 자고 마루만 쳐다보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그날 이후로 위험한 음식은 다 서랍 안으로 치워버리고 아주 높은 곳이라도 깨끗이 청소하는 습관이 생겼다.

 

 
나는 몇 년 전부터 학업 스트레스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등 때문에 불면증을 앓고 있었다.

잠을 자려고 눈만 감으면 쓸데없는 걱정거리들이 떠오르면서 숨이 막히는듯한 느낌에  너무 피곤해서 눈이 감길 때까지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나 수면 유도제를 먹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런데 마루가 온 첫째 날부터 몇 년 동안 있었던 불면증이 하루 만에 거짓말처럼 없어졌다.

마루는 내 어깨 쪽에 기대 자는 걸 좋아하는데그 보송보송한 털이 내 볼에 닿는 간질간질한 느낌과 골골거리는 소리를 듣다 보면 잠이 솔솔 오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피곤하다 졸리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내가 12시쯤에 잠들고 8시쯤에 일어나는 건강한 수면 습관을 갖게 됐다유일한 단점이라면 이런 식으로 낮잠도 많이 자게 됐다는 거다.

 

설레는 매일
 
마루를 만나지 한 달 반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마루가 없었던 날들은 기억이 안 날 만큼 마루는 내 인생에 소중한 존재가 됐다.

맨날 늦잠을 자던 내가 혹시 마루가 배고프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침밥을 챙기려 저절로 아침에 일어나고한번 자면 누가 업어가도 모르겠다던 엄마의 말과 다르게 마루가 새벽에 조그맣게 야옹 한 번만 해도 바로 깨서 무슨 일 없는지 살펴본다.

생애 처음으로 내 택배 오는 거보다 마루 장난감 택배 오는 게 더 기다려지고 설레는 기분이 든다하루하루 쑥쑥 크는 마루를 보며 내일은 또 어떻게 달라진 게 보일까 기대하며 매일 아침 눈뜨는 게 설렌다.

마루가 나에게 주는 설렘처럼, 나도 마루가 기대할 하루를 매일 만들어주고 싶다.



CREDIT
글.사진 한예림
에디터 조문주

<HI MARU-개냥이 마루>
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9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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