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고양이
「내 작은 고양이의 무게」
2017년 이전, 나는 동물에게
관심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강아지를 봐도
별 감흥이 없었고
심지어 길고양이라면
질겁을 하고 도망갔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의 추천으로
인터넷에서 고양이 영상을
무심코 눌러 봤던 게
계기가 될 줄이야.
고양이가 주인 마중을 나오고 애교를 부리는 영상이었는데, 내가 생각하던 고양이의 이미지와는 완전 다른 모습에 나는 충격을 받았다.
그 이후 나는 빠르게 고양이에게 빠지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고양이 카페에도 가게 됐다. 들어가기 전에는 고양이가 갑자기 내게 달려들까 봐 굉장히 긴장했었는데, 막상 들어가니 그 어떤 고양이도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렇게 여기저기서 고양이들을 접하다 보니 어느 순간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처음 해 본지라,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과 함께 한 달 동안 많은 고민을 했다. 그리고는 결국, 가족들과 상의 끝에 '리리'를 새 가족으로 맞이하게 되었다.
가족이 된다는 것
리리가 가족이 되고 난 뒤, 나의 생활은 완전히 바뀌었다. 고작해야 2kg뿐이 안 나가는 작은 생명을 돌본다는 것은 생각보다도 더 힘든 일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방을 치울까 말까 했던 나는 매일 아침 쓸고 닦고 청소를 해야 했고, 화장실은 잘 가는지, 밥은 잘 먹는지, 잠은 잘 자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했다.
처음으로 리리를 집에 혼자 두고 나가는 날엔 리리가 걱정이 돼서 울었던 적도 있었다.
어느덧 리리와 함께 한 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외출을 할 때면 리리 걱정에 최대한 일찍 귀가하려고 한다. 막상 집에 돌아오면 리리는 늘어지게 자다가 부스스한 얼굴로 걸어 나오는 데도 말이다.
어느 날은 리리의 한쪽 눈이 뿌옇게 되어 눈을 잘 못 뜨고 있어 바로 병원에 데려갔더니 포도막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이 포도막염은 단독으로는 잘 걸리지 않고, 주로 복막염의 합병증으로 찾아오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복막염까지 의심해 볼 수도 있다고 하셨다.
복막염은 치사율이 굉장히 높은 병이기 때문에 집사들에게는 절대 듣고 싶지 않은 단어이다. 복막염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부터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수만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20여 년을 살아오면서 리리랑 함께한 시간은 고작 1년 남짓이었는데도 리리가 더 이상 없다는 생각만 해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2주 동안 여러 사례들을 접하다보니 오히려 걱정은 늘어나기만 했다. 나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리리의 상태를 체크했다. 걱정과는 달리 검사결과 리리는 복막염이 아닌, 단순 포도막염으로 결론이 났다.
이러한 일들을 겪으며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깨달았다. 앞으로 또 어떤 해프닝들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리리는 소중한 나의 가족이기에 어떤 일도 함께 헤쳐나갈 것이다.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리리는 대놓고 애교가 있는 스타일은 아니다. 허나 밀당의 고수이자 어리광쟁이랄까.
리리는 마중 냥이라 내가 집에 돌아오면 나를 졸졸 쫓아다니고 궁디팡팡을 해줄 때까지 주위를 맴맴 도는데 그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다.
또 밥을 혼자 먹는 걸 싫어해서 밥 먹으러 밥그릇 근처로 갈 때면 꼭 야옹거리면서 사람을 부른다. 안 오면 올 때까지 애처롭게 운다.
사람이 온다 싶으면 그제야 엉덩이를 떼고 밥그릇을 향해 움직이는데 앞에 가면서도 뒤에 내가 오는지 안 오는지 힐끗힐끗 뒤돌아보며 감시한다.
또 엄청난 관종이라 식탁에서 엄마랑 아빠가 얘기하고 있으면 식탁으로 올라가서 얼굴을 들이밀며 쓰다듬을 강요한다.
리리가 식탁에 올라가면 펄쩍 뛰며 화를 냈던 아빠도 금은 리리의 애교에 무장해제되어 이제는 허허하며 웃고 마신다. 리리는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 가족에게 행복과 사랑을 준다.
문득문득 리리도 우리처럼 행복한지 궁금할 때가 있다.
리리는 말을 할 수 없으니 집사인 내가 리리의 입장에서 더 많이 생각하고 배려해야겠다고 항상 다짐한다.
리리로 인해 우리가 행복해진 것처럼, 리리에게도 행복한 기억만을 남겨주고 싶다.
CREDIT
글 사진 윤현주
에디터 조문주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고양이-내 작은 고양이의 무게>
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9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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