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Hair
「haaAakkKKK!!!」
날 본적 있나요?
어때요, 불행한가
‘haaAakkKKK!!!’ 이라는 곡은
고양이의 ‘하악질’에서 영감을 받은 곡이다.
만약 내가 검은 고양이라면 어떨까?’
라는 생각으로부터 탄생한 이 곡은
이 한 가지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안녕, 호박아!
“어! 나왔다!"
“(속삭이며)모르는 척 해. 깜짝 놀랄라."
가족들은 아기 고양이가 혹시라도 적응을 하지 못할까 봐 일부러 못 본 척, 곁눈질로만 귀여워했다. 그리고 잠시 뒤, 어디에선가 까드득 까드득 밥을 먹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서야 우리 가족도 고양이 뒤로 빙 둘러앉아 이름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고양이는 ‘호박이’가 되었다.
나는 호박이에게 최고로 좋은 가족이 되어주고 싶었다. 호박를 제대로 이해하고, 호박이와 함께하는 모든 시간을 소중히 보내고 또 기억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호박이와의 사소한 순간들과 그때의 감정들을 기록해 두기로 했다.
‘호박이를 배 위에 올려놓고 쓰다듬다 보면,
따뜻한 온기가 몸 안 가득 퍼진다.
호박이도 기분이 좋은가 보다.
그렇게 우리는 한참을 고롱거리며 대화했다.’
‘문득 무서운 생각이 몰려와
쉽사리 잠들 수 없을 땐
호박이가 찰싹 붙어있는,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에 집중한다.’
이 밖에도 휴대폰엔 호박이의 사진이나 동영상이 금세 넘쳐났다. 찍어놓은 동영상으로 ‘선우정아 고양이벤트’에 참여해 상품을 받은 일도 있었다. 이렇게 내 핸드폰 속엔 호박이와의 행복한 순간, 웃긴 순간, 슬픈 순간 등 수많은 기억과 감정들이 수북히 담겨있다.
도대체 누가? 왜
또 휴대폰 속엔 길에서 만난 고양이들의 사진이 가득하다.
우리 동네엔 길고양이 급식소가 여러 군데 있는데, 날이 좋을 땐 서로 기대어 한가로이 햇볕을 쬐고 있는 고양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럴 때면 급식소가 길고양이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조차 햇볕에 반짝이는 아이들에게서 눈을 뗄 수 없게 되니까.
내 눈엔 이렇게 예쁘게만 보이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은가 보다. 몇 년 전, 온몸의 털이 하얗게 빡빡 밀린 데다가 군데군데 상처까지 난 검은 고양이를 본 적이 있다. 보자마자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도대체 누가? 왜?’ 옆에선 식사를 마치고 나온 아저씨 두 분이 어떤 못된 놈이 저래 놨냐며 쯧쯧 거리고 계셨다. 사람들은 고양이를 잠시 안쓰럽게 쳐다보고는 지나쳐갔다. 그 애 눈엔 모든 사람이 똑같아 보였을까.
도저히 그 기억을 흘려 보낼 수 없었던 나는 검색을 하기 시작했고 검은 고양이에 대한 미신을 알게 되었다. 검은 고양이는 단지 까맣다는 이유만으로 불길한 존재라고 여겨졌다고 한다.
사실 검은 고양이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는데, 사람들은 마음대로 검은 고양이를 불길한 존재로 규정지었다. 어처구니없는 옛날이야기지만 한 가지 느꼈던 게 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오해가 비단 검은 고양이만의 억울함은 아니겠다는 생각.
사람도 마찬가지다. 아주 사소한 계기만 있으면 우리들은, 심지어 상대를 잘 알지 못할 때조차 ‘저 사람은 나쁜 사람이야’라고 손쉽게 판단해버리곤 하니까. 또 그렇게 불거진 오해를 바로잡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니까.
날 본적 있나요? 어때요, 불행한가
‘haaAakkKKK!!!’ 이라는 곡은 고양이의 ‘하악질’에서 영감을 받은 곡이다. ‘만약 내가 검은 고양이라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부터 탄생한 이 곡은 한 가지 질문으로 시작된다.
당신은 날 마주쳐 불행하냐고 묻는다. 그리고 대답한다. 만약 당신이 편견으로 날 대한다면, 나 역시 당신을 할퀴고 밀어낼 것이라고, 더 날이 선 행동으로 당신을 경계하고 자신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이다.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 제목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난 꼭 검은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뿌리 깊은 편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물론 호박이와 살며 느꼈던 행복한 감정들에 대한 곡을 쓸 수도 있었겠지만, 반대로 내가 느꼈던 어두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내보는 것이야말로 나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고양이의 사랑스러움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테지만, 그 뒤편에 자리한 어두운 부분들은 고양이에 관해 관심이 없다면 모를 테니까. 또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어두운 이야기로부터 눈을 돌리곤 하니까.
나 또한 호박이와 함께하기 전에는 검은 고양이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편견 때문에 억울한 오해를 받아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곡 안에서 울부짖는 검은 고양이의 존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울음 속에 담긴 깊은 외로움과, ‘나를 미워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말하는 검은 고양이의 목소리까지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CREDIT
글 사진 홍다혜
에디터 이혜수
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9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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