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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이 예찬

  • 승인 2020-06-10 14:3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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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어처럼 화려한 무늬와
새초롬하게 생긴 얼굴.

내겐 늘 삼색이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길냥이들 밥을 챙겨 줄 때에도,
어디선가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삼색 고양이가 나타나면
눈을 떼지 못하고
한참 동안 지켜보곤 했었다.





여섯째 고양이
우리 집에는 치즈 태비 수컷이 세 마리, 고등어 태비 암컷이 한 마리, 크림치즈 수컷이 한 마리. 이렇게 다섯 마리가 살고 있었다.  모두 길에서 오게 된 갈 곳 없는 아이들이다.

그래서 삼색이 로망은 항상 가슴 한 켠에 묻어둔채 다른 삼색이들 사진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며 살았었는데...

어느 날, 아기 고양이의 수유 임보처를 찾는 구조자 분과 연이 닿았다.
그렇게 작은 삼색이는 내 품으로 왔다.

하얀 털에 파란 눈을 가진 길고양이가 새끼를 다섯 낳았는데, 그중에 몸이 약한 세 마리는 버려두고 떠났다고 했다.

엄마를 꼭 닮은 파란 눈의 흰 고양이가 둘, 그리고 삼색이가 한 마리. 그렇게 세 마리의 수유 임보를 시작했다.

파란 눈의 흰 아기 고양이들은 입양 문의가 많아 분유를 떼기도 전에 좋은 입양처를 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삼색이는 입양 문의가 거의 없었다.

 같이 태어난 자매들보다 유난히 몸집이 작고 설사가 잦았던 삼색이. 내 눈에는 제일 예쁜데 왜 입양문의가 없을까 속상해하고 있던 차에 남편이 삼색이 눈이 조금 이상하다며 병원엘 가보자고 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한 쪽 눈이 돌출되었나 싶을 정도로 살짝 튀어나와 있었다.

볼수록 걱정이 되어 병원에 갔더니 그냥 선천적인 짝눈일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눈이 약한 것 같으니 지켜봐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

눈이 불안한 아이를 입양 보낼 수는 없었다. 사실 나는 이 과정에서 조금 기뻤다. 나도 모르게 이 아이가 나의 여섯째가 되어야 할 이유에 대한 핑곗거리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짝눈의 삼색이는 ‘박하’라는 이름과 함께 우리의 여섯째 고양이가 되었다.

삼색이 예찬
오매불망 그리던 나의 로망묘 삼색이 ‘박하.

평소 수컷 고양이들하고만 지내던 집사가 암컷 고양이, 특히 삼색이를 모시게 되면 그 애교와 섬세한 몸짓에 몸 둘 바를 모르게 된다고 하던데 정말이었다.

물론 개묘차가 있겠지만 요 작은 삼색이가 없었다면 내 하루가 이렇게 행복하게 마무리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박하는 나에게 소중하고 소중한 막내가 되었다.

여섯째 고양이라니, 우리 괜찮을까? 하고 남편과 고민했었던 시기가 무색하게 박하는 지금까지 온갖 깜찍한 짓으로 우리에게 웃음을 주고 있다.
 

내 품에서 분유를 받아먹던 시절, 수유 장소는 우리 부부의 침실이었는데 그 때문인지 밤만 되면 박하는늘 침실로 들어오려고 애달프게 운다.

본래 침실은 '고양이 출입 금지 구역'이었지만 삼색이 앞에서 그런 것이 무슨 소용이랴. 현재는 매일 같이 잠들고 일어나는 생활을 하고 있다.

박하는 무척 예민하고 겁이 많은 성격인데 침실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편안해 보여서 우리부부는 침실에 아예 박하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아마도 어릴 적 기억 때문이겠지. 박하에게는 고향 같은 장소이려나/

코트에 따라 성격과 체형을 조금 예측할 수 있는 것이 고양이를 반려하다 보면 알게 되는 즐거움인데, 치즈들은 대체로 통통하고 느긋하며 뻔뻔할 정도로 능글맞은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집 치즈 삼 형제가 그렇듯.

삼색이 집사들은 입을 모아 얘기하더라. ‘삼색이들은 예민하고 섬세하며 애교가 많아요’라고.

그 말을 듣고 보니 나의 삼색이, 박하는 참 삼색이 다운 그런 고양이다.

삼색이를 로망하는 사람들 모두가 언젠가는 새초롬하고 섬세한, 그런 삼색이를 만날 날이 있기를 바란다. 당신에게 행운을 가져다줄 고양이가 될 테니까.

CREDIT
글 사진 장경아
에디터 조문주

<CAT'S LIFE-삼색이 예찬>
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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