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새로 이사 간 동네에는
유난히 고양이들이 많았다.
그렇게 자연스레 오며 가며
서로 인사를 하게 됐고,
이름을 지어주고,
간식을 챙겨주게 됐다.
둥어 역시 그런 길고양이였다.
언제부턴가 녀석을 ‘둥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형과 누나는 치즈 고양이였는데 혼자만 고등어 무늬 고양이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건강하던 둥어가 뒷다리를 질질 끌며 돌아다니는 것을 봤다. 도로가 근처에 있어 차도 쌩쌩 많이 다니는지라 둥어가 너무 위험해 보였다. 경계가 심했던 둥어를 간신히 붙잡아 24시 병원을 찾았다.
척추뼈가 부러져 하반신이 마비된 것이라고 했다. 치료는 불가능하고, 자가 배변 배뇨를 할 수 없는 상황이란다. 압박 배뇨를 해줄 수 있지만 너무 어려서 배변까지는 병원에서도 해줄 수 없다고, 아마 배변을 하지 못해 하루 이틀이면 죽을 것이라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둥어를 키워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수술이 가능하다면 돈이 얼마가 들더라도 어떻게든 둥어를 살려내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의사가 안락사까지 권하며 부정적인 이야기만을 하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지켜보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둥어를 다시 앞 집 어르신 댁에 데려다주고 주차장에 머물게 하여 밖에 나가지 못하게 만들어놓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며칠을 출근 전, 퇴근 후에 꼬박꼬박 둥어를 보러 갔다. 하루 이틀이면 죽는다고 했던 둥어는 놀랍게도 밥도 잘 먹고, 조금씩 밀려나오는 것이지만 어쨌든 배변도 했다.
일주일 정도 남편과 깊이 고민한 끝에 둥어를 집으로 데려오기로 결정했다.
오갈 데 없는 작은 생명을 반드시 살려야겠다는 대단한 마음까지는 아니었다. 단지 아스팔트나 흙바닥에서 다리를 질질 끌다가 생겨버린 뒷다리의 상처가 어서 빨리 아물었으면, 하고 바라며 우리는 둥어를 집에 들였던 것이다.
둥어와 함께하는 일상
어쨌든 우리는 생각지도 않게 고양이를 돌보게 됐다. 게다가 장애가 있는 고양이었다.
건강이 좋지 않던 강아지를 반려했던 적이 있던 지라 아픈 동물을 돌보는 것이 정말 힘든 일이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역시 쉽지는 않았다. 둥어는 스스로 배변 배뇨를 하지 못하므로 매일 출근 전, 퇴근 후, 자기 전에 꼬박꼬박 압박 배변 배뇨를 해줘야 했고, 퇴근 후 집에 들어올 때면 소변 묻은 곳이나 똥 묻은 곳을 찾아 닦고, 탈취제를 뿌리고, 이불을 빠는 것이 일과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둥어도 우리도 시간이 조금씩 흐르고 서로에게 적응하게 되니 모든 게 수월해졌다.
둥어의 배변 배뇨 활동은 우리의 싸이클에 따라 점차 맞춰지고, 우리의 압박 배변 배뇨 스킬과 둥어의 기저귀가 벗겨지지 않도록 하는 스킬이 늘었다.
집에 온지 1년이 된 지금, 훌쩍 커버린 둥어는 다리에 근육이 꽤 붙어 잘 걷고, 잘 뛰고, 캣폴에도 잘 오른다. 장애묘를 키우는 데 겁을 먹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지금 둥어와 함께 하는 일상은 너무나 평온하다.
평일 아침이면 남편이 둥어의 배변 배뇨를 해준 뒤 출근을 하고, 그다음 내가 양치질을 해주고, 기저귀를 해주고 자동 급식기에 사료를 담는다.
나까지 출근을 하면, 둥어도 자기가 좋아하는 곳(주로 침대 이불 속, 라탄 러그 속)에 가서 쿨쿨 잠을 잔다.
퇴근 후 7시쯤 남편과 집에 오면, 어느 때는 두 눈 가득 졸음을 달고 나와 인사해주고, 어느 때는 언제 일어났는지 모르게 말똥말똥한 눈으로 문 앞에서 기다려준다.
누군가가 집에 오는 시간이 늦어지면 잘 놀다가도 엘리베이터 소리에 문 앞에서 기웃거리고, 우리가 집에 돌아오면 몸을 비비며 꽤 오래 냄새를 묻혀주면서 오래 기다렸다고 이야기해준다.
주말이면 둥어도 기분이 좋은지 오랜 시간 돌아다니며 놀다가 평소 자는 시간보다 더 늦게 잠을 자고 일어나 또 밥을 먹고, 놀이를 하며 하루를 함께 보낸다.
또 다른 ‘둥어’와 마주한다면
둥어의 이름으로 소소하게 sns를 하고 있다. 물론 ‘내 새끼가 이렇게 귀엽다’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도 있지만, 장애묘를 키우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보다 친숙하게 생각했으면 하는 이유에서였다.
장애가 있어도 둥어는 여느 생명처럼 너무나 사랑스러운 고양이라는 것, 둥어를 돌보는 일 역시 생각보다 그리 힘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했다.
혹시나 누군가가 길 위에서 도움이 필요한 고양이를 만났을 때, 둥어를 생각하며 도움을 주게 된다면 정말 행복하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면서 말이다.
CREDIT
글 사진 김영주
에디터 이혜수
<CAT'S LIFE-삼색이 예찬>
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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