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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랑 소꿉놀이

  • 승인 2020-06-10 14:3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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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4살,
사람의 시간으로 계산하면
서른세 살 정도 되었으려나.

그러니까 라떼는 지금
우리 부부와 또래나 다름없다.

 

라떼에게 남편은
 
라떼에게 남편은 아빠와 같다.

겁이 많아 남의 귀를 파주거나 발톱을 깎아주는 걸 무서워해서 연애 시절, 나는 남편을 무릎에 눕혀 귀 한 번 파준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라떼의 발톱을 깎아주는 것도, 귀를 파주는 것도, 목욕도, 그리고 모래통 청소까지 전부 남편이 담당하고 있다.

남편이 하는 일이 라떼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들이지만, 녀석도 자신을 위해 이것저것 고된 일을 한다는 걸 아는지 남편을 제법 잘 따른다.


퇴근해서 집에 같이 돌아와도 유독 남편에게만 더 달라붙어 ‘냐앙냐앙’하며 애교를 부리고, 나 빼고 둘만 있을 땐 남편의 배 위로 올라가 잠을 자기도 한다. 

내가 그렇게 와 달라고 사정하고 빌어도 와주지 않더니 말이다. 그리고 남편이 크고 거칠거칠하지만 따뜻한 손으로 라떼를 쓰다듬으면, 마치 그루밍을 받는 느낌인지 어쩔 땐 스스로 다가와 남편의 손에 몸을 비비고 문지르며 셀프 마사지를 한다. 

아무튼 내가 볼 땐, 늘 라떼의 두 눈엔 '아빠 최고!'라고 쓰여 있고 아빠에게 ‘하트 뿅뿅’인 느낌이다.
 

 나는 라떼에게
 
나도 나름대로 라떼를 위한 일을 한다. 바로 놀아주기 담당. 그리고 사료나 모래, 간식, 장난감 등의 재고 상태를 늘 파악하고 미리 구매하는 역할도 한다.

간혹 집 안 가득 굴러다니는 털 뭉치를 청소하는 일도 내 역할이다. 남편은 손이 조금 느린 편이라 라떼를 놀아주는 일만큼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재밌게 놀아줄 수 있다고 자부한다.

잠자리 모양의 낚싯대를 움직일 땐 마치 잠자리로 빙의라도 한 듯, 라떼를 약 올리며 애를 태운다.

숨이 헥헥 차오를 때까지 신나게 놀아주고서 간식을 주면 라떼는 모든 걸 가진 양 만족하고 행복해한다. 라떼의 표정만으로도 느껴진다. 

하지만 같이 노는 친구라 그런지, 남편보다 체구가 작아 자신이랑 비슷하다 느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라떼는 나를 엄마보다는 동생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거실에 서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을 때면 멀리서 엉덩이를 꿈틀거리며 지켜보다 갑자기 달려와 내 허벅지에 냥 펀치를 날리고 도망가고, 양반다리를 하고 의자에 앉아 밥을 먹고 있으면 다가와 무릎 아래에 깔린 내 발가락을 옥수수 알갱이를 털 듯 깨물고 긁는다.

라떼가 나를 만만한 여동생, 혹은 움직이는 커다란 장난감으로 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아들
 
라떼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더라도, 5년 차 부부로 아이가 없는 우리에게 라떼는 아들내미나 다름없다.

호기심이 많아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먼저 다가가 킁킁거리고 ‘냐앙냐앙’ 거리며 뭔가 이야기를 해주고, 내가 끌어안고 뽀뽀하거나 좀 싫어하는 짓을 해도 묵묵히 참아주는 인내심을 발휘하기도 하는 라떼.

스스럼없이 무릎에 올라와 내 품에 먼저 파고들진 않지만 요리를 하느라 주방에 있을 때도, 텔레비전을 보며 거실에 있을 때도, 심지어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도 늘 우리의 가까운 곳에 있는 다정한 녀석.

 는 언젠가 라떼가 말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라떼를 안고 창밖을 보며 "라떼야, 저게 뭐야? 저건 자동차저건 나무그리고 저건 구름~이야. 따라 해봐!" 하고 말을 가르치기도 한다.

이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들려주면 웃음거리가 되곤 하지만, 라떼가 진짜 말하게 된다면 유튜브로 꼭 방송하라는 친구도 있었다.

물론 사람의 언어를 따라할 순 없겠지만, 함께 산 세월이 있으니 적어도 속으론 한국말로 생각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우리 부부는 그만큼 라떼를 고양이가 아닌 아들로 생각한다.

이렇게 착하고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와준 건 정말 큰 축복이다. 라떼의 생각을 알 순 없지만 라떼에게 우리가 좋은 부모이자, 친구이자, 형제였으면 좋겠다.

포근한 일상 속에서 우리 가족 오래오래 함께 하길 .







CREDIT
글 사진 김예지
에디터 이유경

<라떼랑 소꿉놀이-언제나 우리 가까이>
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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