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집사의 삶
처음에는 스위스 펫샵에 가서 여러 가지 장난감을 구매해 봤다.
조그만 쥐돌이 인형을 사 왔을 때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노아와 폼폼은 작은 인형을 축구공 차듯 차며 한 시간이 넘도록 쥐돌이에게 열광했다. 그때부터 장난감을 사 모으는 집사의 삶이 시작되었다.
모든 장난감에 열렬하게 반응하던 노아와 폼폼이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깃털 막대의 털을 다 뽑아 망가뜨리고, 몇 번 가지고 논 장난감에도 금세 흥미를 잃어버렸다.
그 모습에 애간장이 타 여러 번 펫샵에 가서 장난감을 사 왔지만, 스위스 펫샵에서 파는 고양이용 장난감의 종류는 한정적이고, 그마저도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스위스는 동물의 복지 수준이 높은 나라인데 어째서 고양이용 장난감의 수는 적은 걸까.
스위스 고양이는 ‘외출 냥이’
스위스는 고양이를 집안에만 두고 키우는 경우가 거의 없다. 스위스 가정에서 키우는 대부분의 고양이는 자유롭게 집 밖을 나다닐 수 있는 ‘외출 냥이’라고 한다.
외출 냥이는 인위적인 사냥놀이가 굳이 필요 없다. 바깥에서 진짜 사냥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신선한 공기, 푸른 잔디, 천연 나무 스크래쳐 등을 마음껏 즐기고, 따스한 햇볕 아래 광합성도 즐기다가 집에 돌아온다.
집고양이들처럼 매일 똑같은 풍경을 보지 않아 지루할 틈이 없다.
물론 이것은 넓은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 사는 경우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아파트에 살더라도 외출 냥이로 키울 수 있다.
스위스의 어떤 사람들은 아파트 건물 외벽에 고양이가 딛고 내려갈 수 있는, 일명 ‘고양이 사다리’를 설치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아파트 층수가 낮은 경우에서나 실현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7층 아파트에 살고 있어서 노아와 폼폼은 집고양이로 사는 것이 안전하다.
노아와 폼폼의 한국 장난감 사랑
올겨울, 한국에 잠시 들어갔을 때 고양이 장난감을 몇 가지 구매해왔다.
스위스와 비교하면 종류가 아주 다양했고, 질은 훨씬 좋은데 가격은 저렴했다. 한국의 고양이들은 집 안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 스위스와 비교해 한국의 고양이 장난감 시장이 훨씬 큰 것 같았다.
한국에서 사 온 장난감을 접한 노아와 폼폼의 반응은 아주 대단했다.
특히 사냥 본능이 강한 폼폼의 경우, 한국에서 사 온 낚싯대 모양의 장난감을 잡기 위해 믿을 수 없는 높이로 연달아 점프해 가며 열심히 사냥감을 쫓았다.
사냥감을 낚아챈 후에는 ‘으르르’ 소리를 내며 격한 만족감을 표현하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