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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서로에게

  • 승인 2020-06-10 14:4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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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없었더라면 제주생활을 그저 마음으로 동경만 했을 겁니다. 이렇게 용기를 낼 수 있게 해 준 제이, 레이, 써니에게 언제나 고마운 마음이에요.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우리는 반려가족이랍니다.

애완과 반려

저는 사랑스러운 장난감 같은 존재로서 생명을 대하는 의미가 담긴 듯한 단어, ‘애완’보다는 평생을 함께한다는 의미의 ‘반려’가 더 와 닿는 한 사람입니다. 

벌써 제이와 레이, 써니를 가족으로 맞이한 지 2년이 훌쩍 다 되어 가는군요. 광복절이면 사랑스러운 첫 가족 써니가 켄넬에서 독립을 한 지 2주년이 된답니다. 아기 아기했던 모습들은 사진을 들춰봐야 새삼 기억날 만큼 이제는 어엿한 성견의 포스가 가득하죠. 

이의 어릴 적 사진을 보면 너무 귀여운 나머지, 레이와 써니의 어릴 때 모습을 기억할 수 없다는 사실이 가끔은 아쉽기 도 합니다. 레이는 10개월, 써니는 18개월이 되었을 때 가족이 되었거든요. 그래도, 살아 온 날보다 함께 살아갈 날이 더 오래 남았다는 사실을 나름의 위안으로 삼고 있어요. 아이들 덕분에 매일이 행복하니까요.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휴가는커녕 잠시 집을 비우는 것에도 신경이 쓰여 틈만 나면 산책을 시켜주려고 노력했지만, 복잡한 도시생활에서는 사실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여건이 마땅치 않더라고요. 

그래서 고민 끝에 선택한 제주생활에 너무나 만족하고 있답니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들이 널려있으니까요.

얼마에요?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 개 딸들과 산책하러 다니다 보면 가끔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특이하게 생겼네, 얼마에요?”

이런 질문을 들으면 괜히 내 안에 숨은 다중이가 불쑥 올라와요. 순순히 말하고 싶지 않아 “아이마다 천차만별이에요.”라고 말하고 돌아서곤 하죠.

물론 저도 처음 개 딸들과 가족이 되었을 때는 책임에 따른 비용을 치렀습니다. 하지만 그게 어느 정도였는지는 현재 전혀 중요하지 않고, 또 굳이 각자의 몸값이 얼마인지에 따라 대하는 마음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므로 1도 생각하지 않아요. 각자의 개성을 가진 녀석들과 건강하게 오래오래 즐거운 날을 보내는 것만 늘 꿈꾸는 견상궁입니다. 

반려동물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비싸다면 버려지는 아이들이 없을까요? 몸값이 얼마이건 가족으로 맞이한 이상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있다 하더라도 가족을 손을 놓는 일은 없어야겠죠. 아이들은 우리가 부자이건, 재주가 있건, 똑똑하건 전혀 상관하지 않습니다. 단지 당신이 아이들을 반려가족으로 대하는지 애완동물로 대하는지, 소유물로 대하는지를 보면 우리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잔인한 8월이 되지 않기를

휴가철이면 버려지는 동물들이 급증한다는 뉴스. 올해는 듣고 싶지 않은 소식이기도 합니다. 아이들과 제주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야생의 무리도 가끔 만나곤 하는 데요, 어떤 이유로 떠돌이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야생에서 고단한 목숨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마음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그렇다고 선뜻 손길을 내미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도움을 준다는 핑계로 포획하고 2주의 공고 기간 동안 입양되지 못하면 죽은 목숨이 되기 때문이죠. 제주는 인구대비 유기동물 발생률 1위라고 하더라고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입도할 때는 함께 왔다가 버려두고 떠나는 사람들도 유기동물 발생률 수치를 높이는 데 한몫한다고 하네요.

부끄럽게도 아직 유기된 생명을 거두기에는 마음의 그릇이 크고 넓지 못해 지금은 상처받은 아이들을 보듬어 줄 능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먼 미래의 일로 생각만 하고 있지만, 하루를 온전히 함께해 줄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언젠가는 꼭 용기를 내어보려고 합니다. 

아직은 마음뿐인 견상궁이지만 주변에는 언젠가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먼저 한 걸음 앞서 걷고 계시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멋짐 폭발하는 반려가족들이죠?

올 휴가철에는 유기되는 아이들이 없더라는 슈퍼팔월 빅뉴스가 들려왔으면 좋겠습니다. 세상 사전에서 “유기”라는 단어가 없어지도록 묵직한 슈퍼 책임감을 장착 해보아요!


글 김윤정 
사진 이성훈
에디터 글월문

본 콘텐츠는 2020년 MAGAZINE P 8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무단 복제. 사용 시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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