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쨈과 함께

  • 승인 2020-06-10 14:4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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쨈 에 게 쓰 는 편 지

쨈과 함께

 


2016년 12월 10일, 쨈이 우리에게 처음 온 날이다. 그러니까 겨울은 쨈과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같이 보낸 계절이라고 할 수 있다. 

눈도 제대로 못 뜨던 작고 솜털 같은 쨈이 엄마 품 안에서 벌벌 떨며 집으로 들어오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천사 같은 쨈의 모습에 감탄하는 것도 잠깐, 콧물을 흘리는 저 강아지를 따뜻하게 해 줘야겠다는 마음에 온 집안의 담요를 다 가져와 쨈의 몸에 칭칭 둘렀던 기억이 난다.

 

 

향기로운 봄

쨈의 이름은 처음부터 쨈이 아니었다. 엄마가 ‘몽이’라는 이름을 강력하게 주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언니와 내가 좋아하던 웹툰이 있었는데 크리스마스에 쨈이라는 강아지와 주인이 만나게 되는 이야기였다. 

우리는 그 웹툰을 너무 감명 깊게 본 나머지 이 강아지와 우리는 겨울에 만났으니 무조건 쨈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마냥 웃기지만 처음부터 쨈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우리에게 온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쨈은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우리의 소중한 가족이 되었다.

 쨈은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사랑스럽다. 만져달라고 나의 손을 긁으며 애교를 피울때면 속상했던 마음도 사르르 녹는다. 그래서 예쁜 쨈의 모습을 사진으로 많이 남겨놓으려고 노력 중이다. 사실 세상 사람 모두가 우리 쨈 귀여운 걸 알아 줬으면 하는 팔불출 같은 마음도 있다. 사진으로는 쨈의 실물이 다 담기지 않는 게 안타깝지만, 앨범의 사진 수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쨈과 함께한 추억도 그만큼 쌓이는 것 같아 행복하다. 

우리 가족끼리 부르는 쨈 화보 버전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가장 공을 들이는 화보가 바로 봄에 찍는 벚꽃 사진이다. 분홍색, 노란색 등 생긋하고 향기로운 꽃들과 쨈이 한 프레임에 담기는 것이 너무 조화롭기 때문이다. 똘망똘망한 눈과 포실한 털은 그 어느 계절보다도 봄과 가장 어울린다. 

쨈을 꽃과 함께 찍는 것 그 자체로도 이미 화보라고 생각한다. 가장 포근하고 부드러운 계절인 봄, 그 속의 쨈은 언제나 사랑스운 내 가족이다.

여름도 쨈

무더운 날씨 때문인지 여름의 쨈은 유독 바닥에 붙어 있는 시간이 길다. 몇 걸음 걷다가 철퍼덕, 몇 걸음 걷다가 철퍼덕, 대짜로 뻗어버리기에 십상이다. 집안에서 쨈이 보이지 않으면 주저 없이 화장실을 쳐다보게 된다. 우리 집에서 가장 시원한 곳인 화장실 변기 옆 타워 위에서 배를 드러내 놓고 자고 있는 쨈을 발견할 수 있으니까. 

집 안 한구석에서 마치 사람처럼 드러누워 있는 모습은 특히 여름에 자주 볼 수 있는 쨈의 전매특허 포즈다.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볼 때마다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쨈의 배를 더 자주 쓰다듬어줄 수 있으니까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다른 개와 달리 산책을 싫어하는 쨈은 무더운 날씨에 나가는 것을 질색한다. 그런데도 바깥 공기를 쐬어 주고 싶은 마음에 항상 선선한 바람이 부는 오후에 쨈을 안고 집을 나선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쨈을 안고 산책하는 것은 우리 가족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소확행이 쨈에게도 무더운 여름을 잊을 수 있는 시원한 소확행으로 다가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는 쨈, 먹는 쨈, 뛰는 쨈. 수많은 쨈의 모습을 찍어왔지만 내가 가장 기대하는 건 저런 단순한 것들이 아니다. 앞으로도 우리 곁에서 무럭무럭 자랄 쨈의 건강한 모습이 가장 기대된다. 

항상 빠른 속도로 나와 달리던 쨈, 내가 밥을 먹을 때면 아련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쨈, 나와 같이 잠들던 쨈. 언제까지나 이렇게 내 곁에 있어 주길 바란다. 가장 활기 넘치고, 가장 사랑스럽게 말이다.

아마 우리 가족은 죽을 때까지 쨈과 함께 있을 운명일 것이고, 그래야 한다. 이 짧고도 긴 편지를 쨈에게 전하며, 글을 마친다.





글·사진 최윤서 
에디터 조문주

본 콘텐츠는 2020년 MAGAZINE P 8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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