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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만 도와주세요

  • 승인 2020-06-10 14:4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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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자 매 의 
행 복 한 이 별 이 야 기 

두 달만 도와주세요
시리를 구조해준 구조 단체와 
시리 입양을 결정해준 입양자분 ,

그리고 시리의 인생을 
결국 해피엔딩으로 이끌어준 
어디엔가 있을지 모를 
행운의 존재에게까지 모두 감사하다. 

그렇게 임시 보호를 통해 
또 다른 인생의 행복함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결국, 

시리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두 번째 아이를 데려왔다

데리고 오자

“긴급 유기견 임시보호 구합니다! 두 달 후 캐나다 해외입양이 확정된 아이라 두 달 동안만 보호해줄 집이 필요해요. 다리 한쪽이 없어 보호소에서 다른 친구들이랑 지내는 것이 힘듭니다. 두 달만 도와주세요.” 

언니의 학교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었다. 우리 자매는 항상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했지만 ‘함께할 수 있는 시간, 우리의 책임감, 가족의 동의’ 등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사항들로 인해 결국 ‘나중에’로 마무리하곤 했다. 

하지만 시리의 글을 본 언니는 곧장 내 침대로 달려와서는 ‘데리고 올까?’ 물었고, 나는 망설임 없이 ‘데리고 오자’라고 대답했다. 여러 단체들 중 우리와 인연이 닿은 유기견 보호단체는 파주에 위치하고 있는 ‘행동하는 동물사랑’이었다. 우리는 꽤나 세세하고 긴 ‘임시보호 신청서’를 작성한 후 스태프분과 간단한 통화인터뷰를 통해 신청을 완료했다.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구나

“다리 한쪽이 없어서 문턱 같은 걸 잘 못 넘더라고요. 두려워 하는 것 같아요.” 시리에 대한 첫 소개였다. 구조되었을 당시 시리의 몸 구석구석엔 학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고, 그 흔적의 일부로 다리 한쪽이 없는 상태였다. 

사람에 대해 큰 상처가 있을 만한 시리였지만 고맙게도 시리는 우리 자매에게 처음부터 마음을 활짝 열어줬다. 사료만 준비되어있는 상태에서 시리를 맞이했던 터라 그 외의 강아지 용품이 필요했다. 그래서 활성화가 잘 되어있는 아파트 카페에 우리의 사연 글을 올렸는데, 이게 웬걸. 많은 주민분들이 강아지용 마약 방석부터 샴푸, 강아지 밥그릇, 간식 등 여러 가지 강아지 용품들을 후원해주셨다. 

시리 덕에 ‘세상에는 참 따뜻한 사람이 많구나.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구나’ 를 몸소 느꼈다. 그리고 이 따뜻함은 내가 이후 계속해서 임시보호를 할 수 있게끔 해주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문턱도 넘기 어려워하던 아이는 몇주가 지나자 눈에 띄게 변하기 시작했다. 산책하러 나가면 어찌나 세 발로 잘 뛰어다니는지, 농담 삼아 우리는 사실 시리의 다리가 다섯 개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번은 집에 아무도 없을 때 그 높은 침대에 올라가서 오줌 한강을 만들고는 해맑게 웃고 있던 적도 있었다. 시리가 캐나다로 떠나기 일주일 전, 이제 캐나다로 가면 영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서운함을 달래 보고자 우리는 시리와 함께하는 강아지 스냅사진을 신청했다.

햇볕이 쨍쨍했던 5월의 어느 날, 예쁜 스냅 사진촬영과 동시에 시리와 보냈던 시간을 이제는 행복한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기며 차차 마음을 정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별 날 폭풍 오열을 했지만 말이다. 

이별 당일, 캐나다에 사는 한국인분이 시리를 데리러 직접 우리 집으로 와 주셨다. 입양자분을 뵙자마
자 시리를 대하는 눈빛, 말투부터가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약간은 불안했던 마음이 단번에 푹 놓였다. 캐나다에서는 개를 버리는 사람들이 없어서 이런 유기견 입양 시스템이 굉장히 생소하다고 하셨다. 입양자분은 개를 한 마리 더 키우고 싶어 찾아보다가 우리나라에 버려진 유기견들이 많다는 현실을 알고 유
기견 입양을 결심했다고 하셨다. 

사실 이런 상황에 보통 같으면 최대한 건강하고 예쁜 아이들을 열심히 고르고 골라 고심 끝에 입양을 결정하기 마련이다. 

슬픈 현실이지만 우리는 강아지를 데려올 때마저도 자신만의 이상형을 찾아 헤맨다. 다리 한쪽이 없는 다 큰 슈나우저를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이런 결정을 한 입양자분이야말로 정말 날개 없는 천사가 아닐까 생각하며 나는 부랴부랴 시리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쇼핑백에 넣으며 이별을 준비했다. 

▲캐나다 집에서 보내 온 시리의 근황 사진.

그리고 시추 친구와 함께 넓은 마당이 있는 캐나다 집은 우리 집보다도 시리가 훨씬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곳임이 틀림없다. 가끔 메신저로 시리의 사진과 동영상을 받는 날이면 하루 종일 마음이 싱글벙글하다. 마음씨 좋은 엄마·아빠, 장난꾸러기 시추 친구, 언제든 뛰어놀 수 있는 마당, 캐나다 특유의 푸른 하늘까지 시리가 지내기에 완벽한 환경이다. 


글·사진 최세화 
에디터 글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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