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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와 만나기까지

  • 승인 2020-06-10 14: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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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이커혼제 릴케

-릴케와 만나기까지-

쿠이커혼제.
네덜란드가 태생이며
꽤 드문 종인 쿠이커혼제는
16세기부터 회화에도 등장할 정도로
긴 역사를 지닌 견종이다.

쿠이커(Kooiker)라는
이름에서 말해주듯
네덜란드에서는 오래전부터
오리 사냥에 활발히 이용되었다고 한다.

 
쿠이커혼제와의 만남
 
우리 부부가 쿠이커혼제를 키우겠다고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쿠이커혼제가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를 가졌다는 점, 그리고 쾌활하고 순종적이며 온순한 성격을 지닌 개라는 점 때문이었다.

이 견종은 한때 거의 멸종 위기에까지 처해 있었지만 쿠이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꾸준한 노력과 정성으로 다시 살아난 특별한 견종이기도 하다.

하지만 쿠이커혼제는 독일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희귀하고 인기 있는 견종이라 분양받기가 쉽지 않았다.

분양 합격 통지서를 받다
 
우리 부부는 쿠이커혼제를 전문적으로 분양하는 독일의 여러 기관에 지원서를 냈다. 지원서는 대략 A4용지 한 페이지 반의 분량으로 별다른 형식 없이 자유롭게 작성하게끔 되어 있었다.

우리 부부는 지원서에 왜 쿠이커혼제를 분양받고 싶어 하는지, 우리 부부의 동물사랑, 직업, 생활 수준, 거주 형태, 반려견을 키우는 자세는 어떻게 되는지. 또 우리가 쿠이커혼제를 분양받으면 어떻게 키울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같은 것들을 정성껏 적어 제출했다.

그 결과 모두 세 곳으로부터 답장을 받았는데 대체로 분양을 기다리는 대기자가 많아서 당장은 분양받을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아쉬운 대로 우리 부부는 일단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로 했다. 올해는 아마 힘들겠거니 하고 거의 포기하고 있을 무렵, 한 곳으로부터 희소식이 왔다.

우리 부부의 지원서에 감동하였으며 분양 시기가 되면 다시 연락을 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우리 부부는 마치 입학이나 취직 합격 통지서를 받은 것처럼 뛸 듯이 기뻐했다.

릴케, 세상에 나오다
 
쿠이커혼제 분양사인 마누엘라로부터 강아지가 태어나기 위한 합방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받았다. 또 합방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자연스럽게 진행이 되어야 하므로 며칠이 걸릴 수도 있다고도 했다.

모견인 제타가 드디어 임신하였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우리 부부는 ‘드디어 우리도 반려견을 맞이하게 되는구나!’ 하고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얼마 뒤 마누엘라는 우리 부부에게 태어날 강아지들의 초음파 사진을 보내왔다. 사진 속 강아지들은 모두 둥그렇게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 작고 여린 모습이 유난히 사랑스러워 보였다.

이제부터는 그야말로 기다림의 연속이다. 우리 부부는 제타의 안정, 그리고 뱃속의 강아지들이 그저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그리고 무사히 태어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3월 26일, 드디어 우리의 강아지가 세상에 나왔다. 우리 부부는 강아지 이름을 이미 릴케로 정해두었다.

릴케는 수컷 강아지로 두 마리의 여동생들과 함께 태어났다. 릴케를 당장에라도 만나러 가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참는 것도 배워야 하는 법.

이제 막 태어난 어린 릴케는 모유를 먹으며 건강하게 잘 자랄 때까지 최소 2개월 동안은 반드시 다른 형제들과 함께 엄마 곁에 있어야 했다.
 

  아빠와의 첫 만남 
  
마누엘라는 우리 부부에게 릴케의 성장이 담긴 사진을 왓츠앱(일종의 메신저 앱)을 통해 수시로 보내왔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릴케를 두 눈으로 직접 보며 쓰다듬어 주고 싶었지만 무엇보다 제타의 안정이 우선이었기에 꾹꾹 눌러 참을 수 밖에 없었다. 대신 우리 부부는 그사이 릴케에게 필요한 침대며 식기 도구, 장난감 등등 필요한 물품들을 미리 준비해두었다. 


그리고 릴케가 태어난 지 한 달째 되던 날, 드디어 릴케와 아빠가 처음으로 만날 수 있는 날짜가 확정되었다. 남편은 릴케를 만나러 가기 일주일 전부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만남의 자리. 그곳에는 릴케의 다른 여동생들을 분양받고자 하는 가족도 함께였다. 릴케는 똘망똘망한 눈으로 아빠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고 한다. 남편이 릴케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온 날, 우리는 이전보다 더 릴케가 집에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다.

 

드디어 집으로
 
드디어 릴케를 집으로 데려오는 날! 첫 만남이 있고서 다시 꼭 한 달이 지난 뒤였다. 마누엘라는 우리에게 릴케에 관한 증명서를 건네주었다. 그곳에는 릴케의 족보를 비롯한 동물 병원에서 체크했던 릴케의 건강 상태 및 예방주사 여부, 그리고 칩과 관련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마누엘라는 릴케와 릴케의 여동생들을 보며 잠시 눈물지었지만 릴케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순순히 아빠와 함께 차에 올랐다.

한 달 전 만난 일을 기억하는 건지, 아니면 워낙에 붙임성이 좋은 성격인지 집에 가는 내내 릴케는 우리에게 친근감을 표시하며 별다른 말썽 한 번 부리지 않았다. 집으로 데려온 첫날 릴케는 다소 긴장한 듯 보였으나 금세 활발하게 집 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사실 릴케보다 남편이 더 긴장한 듯 보였다.
 

찰방찰방, 기분 좋은 물소리
처음으로 마주한 커다란 소


이제 우리는 어떤 일들을 겪게 될까? 어떤 곳에 가게 될까?

렇게 설렘으로 가득 찬 상상을 하며, 우리에게 또 다른 가족이 생겼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앞으로 펼쳐질 릴케와의 하루하루가 무척 기대된다.


<쿠이커혼제 릴케-릴케와의 첫만남>
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8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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