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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살으리랏 '개'

  • 승인 2020-06-10 14: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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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비 밤요남매

 물에 살으리랏'개'
 

 어느 날, 문득 이런 상상을 해봤다. 

‘하얀 백사장, 
그리고 깨끗한 바닷물 속에서 
반려견들과 함께 뛰놀면 어떨까?
 
뜨거운 태양 아래서 서로 물장난을 치면 
얼마나 즐거울까?'

그리고 곧 나는 그 상상을 
행동으로 옮기기로 결심했다.

첫 수영, 실패!

  지금은 함께 동해, 서해, 남해, 제주도까지 전국 방방곡곡 바다란 바다는 다 섭렵하다 보니 내공이 쌓여 반려견과의 바다 여행 시 우선적으로 신경 써야 하는 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지만 처음엔 그렇지 않았다.

준비물도 준비물이지만 제일 큰 걱정은 "과연 밤바요다가 수영을 할 수 있을까?"였다. 대부분의 개들이 본능적으로 수영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는 하지만 간혹 날 때부터 물을 무서워하는 개들도 있다고 하는데, 혹시 그런 경우는 아닐까. 

모처럼의 바다 여행을 실패로 돌아가게 할 수는 없기에 우선 수영을 가르치기로 했다. 동영상을 보면 반려견들이 멋지게 바닷속으로 다이빙도 하고 헤엄도 곧잘 치던데, 밤바요다도 할 수 있겠지? 


그렇게 막연한 기대를 품고 집 근처 반려견 입장이 가능한 수영장에 처음 방문해 보았다.

수영장 안에는 많은 친구들이 시원하게 물살을 가르며 멋진 폼으로 헤엄을 치고 있었다특히 밤바요다와 같은 골든 리트리버나 웰시코기들이 유독 활발하게 물속을 누비는 모습이 보였다나는 조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두 녀석의 리드 줄을 잡아 끌었다.

처음 본 풍경이 신기하긴 했나 보다요리조리 발을 열심히 놀리며 헤엄을 치는 친구들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한번 쳐다보고 수영장 가까이에서 킁킁 물 냄새도 맡아 보기는 하지만 정작 발바닥은 바닥에 딱 붙이곤 꼼짝도 않는 밤바요다였다.

  튼실한 엉덩이를 툭툭 치면서 물 쪽으로 유도해 봤으나 오히려 더욱 있는 힘껏 바닥에 몸을 납작 엎드리곤 "절대 안 들어 갈 거야!"라는 얼굴로 나를 마구 째려보는 거였다. 

이게 아닌데, 내 상상은 밤바요다가 멋지게 풀장으로 다이빙하면 나도 같이 따라 들어가 하하 호호 더운 여름 시원하게 수영을 하고선 당당하게 돌아가는 거였는데. 

어르고, 달래고, 잡으러 뛰어다녀서 겨우겨우 수영장에 데려다 놨지만 결국 그날 우리는 한여름 땡볕에 더위만 한껏 먹고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유아용 풀장에서부터 시작하자

"괜찮아. 무서울 수도 있지 뭐!"

한 번의 실패로 포기할 내가 아니었다수영장도 깊은 물도 녀석들에겐 모두 처음이니 무서울 수도 있겠다 싶었다.

처음부터 무작정 수영을 시키려고 들기보다는 물에 대한 즐거운 경험을 심어 주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옥상에 유아용 튜브 수영장을 설치했더니 밤바요다는 마치 신세계를 만난 것처럼 해가 저물 때까지 하루 종일 물장구를 치며 즐거워하는 게 아닌가.

어느 새 완전히 물에 적응했는지 점점 과격해진 녀석들의 발길질에 얇은 유아용 튜브 수영장에는 금세 구멍이 숭숭 뚫렸다너무나 아쉬워하는 밤바요다를 위해 이번에는 좀 더 튼튼한 프레임 수영장을 구입해 보기로 했다.

  이전보다 커다래진 크기에 처음엔 어색해했지만 이내 신나게 풀장 안에서 첨벙첨벙 발을 마구 휘젓는 것이었다집에서 많은 연습을 한 결과 녀석들은 이젠 완전히 물놀이에 재미가 붙었는지 장소에 상관없이 수영을 즐기게 되었다.

  다른 친구들과 함께 다이빙 대회라도 연 것 마냥 앞다투어 수영장 안으로 멋지게 점프를 하는가 하면바다에 가서는 겁도 없이 파도에 맞서가며 힘차게 물살을 헤치고 나가기도 했다.

바닷가 백사장에서는 나의 오랜 로망이었던 ‘나 잡아봐라’ 놀이도 하고바다에서 같이 잠수도 하고패들보드도 타면서 우리는 바다의 매력을 온전히 100% 즐기기 시작했다.

처음부터하나씩

지금 생각해보면 욕심부리지 않고 하나씩 천천히 스텝을 밟아가며 다가간 게 밤바요다의 수영 성공 요인이었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무턱대고 물에 빠트리거나 겁에 질려 뒷걸음치는 아이의 엉덩이를 억지로 물가 쪽으로 떠밀면서 “헤엄쳐발을 움직여봐!“ 하는 건 어쩌면 놀이라기보다 트레이닝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보다는 조금 천천히반려견의 속도에 맞춰서 ‘물이 있으니 즐겁구나!’라는 사실을 몸으로 직접 느끼게끔 해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에는 바다 수영이었던 것처럼 반려견을 기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개인적인 로망 하나쯤은 마음속에 품고 있을 터,

처음에는 그저 막연한 상상일 뿐이라도천천히 반려견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을 이해하려고 애쓰다 보면 어느 순간 꿈꾸던 로망은 현실이 되어 당신이 꿈꿔오던 즐거운 반려견과의 라이프가 눈앞에 펼쳐져 있을 것이다.

 


CREDIT
글 사진 최소희 
에디터 이혜수

<워너비 밤요남매-물에 살으리랏'개'>
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8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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