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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은 아이를 위한 큰 선택

  • 승인 2020-06-10 14:5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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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운명

내 작은 아이를 위한 
큰 선택

 

 

 


 

내겐 강아지를 키우기 전에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중대한 선택이 두 가지가 있다. 

진저의 의사는 알지 못한 채 
그저 주인이라는 이유로 
대신해 준 많은 결정에 대해 
때론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나의 수많은 선택 중에 
어떤 것도 진저를 먼저 
생각하지 않은 것은 없다는 걸,

작고 소중한 이 아이가 
알아주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첫 번째 선택, ‘사회화’

진저는 어릴 때 정말 귀여웠다. 팔불출인 내 눈에는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도 진저의 존재는 예상한 것 이상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책을 시작하면서 진저에게 귀엽다는 소리를 하거나 무턱대고 만지려 다가오는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 멀리서 달려오기까지 했다. 그 시기 진저의 유치는 바늘처럼 따가웠다. 

티비에서 시바견에게 물린 뉴스가 심심치 않게 나오던 때라 진저가 괜한 송사에 휘말릴까 걱정됐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진저를 안고 피해 다니거나 ‘만지지 마세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양해를 구하지 않고 진저에게 손을 뻗는 사람들 속에서 한창 입질이 절정인 진저와의 산책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었다.

 급기야는 멀리서 젊은 사람들을 보고 이상한 낌새를 느끼면 나는 진저를 안고 빠른 걸음으로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다니며 산책했다.
 

강아지를 키우면서 견주가 지켜야 할 펫티켓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은 있어도 비(非) 반려인들의 행동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나 또한 비 반려인일 때 강아지들에게 무심코 했던 행동들이 어쩌면 다른 반려인과 그의 반려견에게 얼마나 무례한 행동이 되었는지 그때는 알지 못했다. 

어릴 적 기억 때문이었을까? 진저는 지금도 낯선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거나 만지려고 하면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한다. 예민함을 고쳐보려고 진저와 처음 만나는 지인들에게 간식을 이용해 친해져 보게끔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진저에게 낯선 사람은 아빠, 엄마가 두려워하는 존재라고 기억된 걸까? 그래서 두려운 존재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려고 하는 것일까? 

래서 지금까지 진저를 아무렇지 않게 만질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때 당시에는 조심하려고 했던 행동들이 어쩌면 진저의 평생의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니 훈육방식에 굉장히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두 번째 선택, '중성화’

진저를 키우면서 나도 자연스럽게 대부분의 강아지가 거의 필수적으로 하는 ‘중성화’에 대해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자궁 축농증과 유선종양을 예방하기 위해, 그리고 원치 않는 임신의 가능성을 막는 방법으로 중성화 수술을 보편적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성화를 너무 빨리 하면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전까지는 내 일이 아니다 보니 으레 강아지와 고양이의 중성화를 당연히 여겼지만 막상 내가 선택을 할 때가 되니 이것 또한 엄청난 고민이었다.

 진저가 4개월 정도 되고부터는 다니는 동물 병원의 원장님과 중성화를 상담하면서 궁금한 것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고 남편과 수시로 의논했다. 

활동하는 시바 커뮤니티 카페에 다른 시바 견주들의 의견도 많이 찾아봤지만 정보를 많이 접할수록 반대로 선택은 더 어려워졌다. 

하루에도 몇 번씩 하냐, 하지 않느냐의 기로에서 갈팡질팡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견주들이 반려동물 삶의 중대한 결정을 대신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내가 선택한 결정이 오롯이 이 작은 아이를 위한 최고의 선택이길 바라며 끊임없이 고민하고 결정을 하지만, 말을 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과연 무엇이 최고의 선택일까? 사실 중성화는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까지도 확실하게 결정하지 못했다.




CREDIT
글.사진 장성희
에디터 조문주

 

 

<너는 내 운명-내 작은 아이를 위한 큰 선택>
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10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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