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비 밤요남매
당신은 어떤 보호자인가요
매미 소리가 잦아들고,
시원한 계절의 소식을 알리는
귀뚜라미가 울기 시작했다.
드디어 가을이 온 것이다.
공기가 선선해지자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기가
한결 편해졌다.
이는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인 듯,
한적했던 공원에는
꽤나 많은 친구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갸우뚱, 내가 뭘 잘못했나요?
가을 소식을 서로서로 알리듯 풀 향기도 맡고, 오랜만이라며 서로 왕왕 짖으며 개구지게 장난을 치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다 보면 시간이 금세 흘러간다.
하지만 마냥 즐거운 시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많다. 큰 개 한 마리와 조금은 작은 개 한 마리를 함께 키우고 있는 나는 밖에 나가면 가끔은 무례한 말도 듣기도 한다.
처음엔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덤덤해지고, 이제 나는 경계의 날을 바짝 세운 채 마치 미어캣처럼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보면서 불안한 산책을 할 때가 많다.
“어휴~ 무서워!“
“어머머, 너무 크다!“
마치 공포영화에 나오는 좀비와 마주치기라도 한 듯, 공포감이 서린 얼굴을 하며 인상을 찌푸린다. 그리곤 허겁지겁 자신이 데려온 작은 친구를 들어올려 나와 내 반려견 곁을 스쳐 지나간다.
처음엔 그 작은 친구가 ‘다른 반려견한테 민감한 편인가?’ 싶어 무심히 지나갔지만, 이내 다른 강아지들과 내 반려견을 차별하는 모습을 보고선 안타까운 감정이 불쑥 올라왔다.
왜 그럴까? 해맑게 웃으면서 공원 냄새를 킁킁 맡고 즐거움을 표현하는 내 반려견을 무섭다며, 작은 친구를 허겁지겁 들어 올려 도망가듯 뛰어가는 사람들.
그 뒷모습을 보며 아무것도 모르는 내 반려견은 그저 의아하게 갸우뚱 쳐다볼 뿐이다.
밤바요다는 무서운 아이들이 아니에요
당연히 리드줄 없이 뛰어놀 때, 애견 운동장을 분리하는 건 이해 할 만하다. 체격부터 힘까지 소형견과 대형견은 너무 다르기에 어울리기 힘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반려견에게 리드줄을 연결하여 통제가 가능한 공간, 반려인 비반려인이 구분 없이 매너를 지켜야 하는 산책로에서 들려온 차별적인 발언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남편과 매일 같이 다니는 산책로에서 한두 번 겪는 일이 아니었기에 어느 날은 장난처럼 ‘인종차별에 이어 견종차별 당한다’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나왔을 정도다.
보통 사람들이 우리 아이들을 무서워하는 건 물론 이해할 수 있다. 큰 개에게 유달리 공포감을 느끼시는 분도 많고, 개 자체를 싫어하는 분들도 많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속상한 건 똑같이 반려견을 키우는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단지 덩치가 크다고 그런 차별성 발언을 쉽게 내뱉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조차 곧 잊어버리겠지만, 어떤 단어들은 내 머릿속을 맴돌며 오래 마음에 남을 때도 있다.
우리 아이들은 덩치가 크고 싶다고 선택해서 태어난 존재도 아니고 차별받아야 하는 존재도 아니다.
덩치 큰 친구들 역시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똑같이 사랑받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에게 애교를 부릴 줄 아는 아이들이라는 것을 꼭 알아주었으면 한다.
어느새 완연한 가을. 산책하기 좋은 계절이 온 만큼 밖에서 강아지 친구들을 만나기도 더욱 쉬워졌다.
늘어난 친구들의 숫자만큼이나 반려견 관련 사건 사고 소식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때문에 보호자들도 보다 주의하지 않을 수 없는, 꽤나 예민해진 사회다.
당연히 지켜야 하는 ‘펫매너’만큼이나 사람들 사이에서의 매너도 함께 지키며, 조금이나마 발전된 대한민국 반려동물 문화가 어서 정착되길 바랄 뿐이다.
CREDIT
글.사진 최소희
에디터 이혜수
<워너비 밤요남매-당신은 어떤 보호자인가요>
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10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