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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널 더 사랑한단다.

  • 승인 2020-06-10 15: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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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의 크리스마스
래서 널 더 사랑한단다

크리스!!!

급기야 터지고 만
내 분노에 찬 목소리에,

옆에서 함께 걷던 딸아이는
품에 안긴 크리스의
편을 들고 나섰다.

“엄마, 크리스한테 그러지 마.
다른 개들도 짖고 있잖아!”

 사진 한 장 마음 편히 찍을 수 없는 너

크리스는 산책하기 힘든 개다누군가 근처에 다가오기만 하면 상대방이 개든 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짖고 화내기 바빠서다.

하지만 그 날은 크리스가 유난히 예쁘게 미용을 받았던 날이었고인형처럼 깜찍한 그 모습을 꼭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던 나는 오늘만큼은 기필코 성공하겠다며 집에 있던 카메라까지 챙겨 들고 집을 나섰던 거였다.

하지만 크리스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예상대로작품 같은 사진을 찍기는커녕 제대로 된 산책을 하기도 어려웠다.

물론 처음 입양을 왔을 때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지만 그래도 ‘평범하다’, ‘산책을 즐긴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문제의 원인은 아마 사회성이 형성되는 주된 시기를 제대로 보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크리스의 경계가 너무 심해 인터넷에서 관련 글들을 나름대로 많이 검색해 읽어보았는데개의 경우에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초기사회화가 중요하다는 게 중론이었다.

태어나고 1년이 되기 이전인 소위 ‘개린이’ 시절에 다른 이(사람이든 개든)들을 많이 접해본 개들이 성견이 되어서도 원활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 거다.

댓글란에는 ‘진작 애를 데리고 다닐걸’, ‘너무 아쉽네요’는 식의 견주들의 한마디가 줄줄이 달려있었다.

나의 경우에는 그런 후회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미 성견이 된 후 입양)이었기에 그저 ‘대체 어떤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까지 주변을 무서워하는 걸까하고 크리스의 과거를 궁금해 할 뿐이었다.

 
하루하루 새로운 크리스 육아.

“양치질은 어떻게 시키나요?”

“아, 정말 전혀 몰랐어요. 수영을 시키면 좋다구요?”

“연어는 얼마나 자주 먹이세요?”

 

 

 SNS에는 자신의 육아법을 공유하는 이들이 참 많다.

소위 ‘내 새끼 육아법 자랑이 범람하고 있는 이때보기 드물게(?) 스스럼없이 남들에게 육아법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한없이 자신의 육아법을 자책하기도 하는적어도 내가 알기론 보기 드문 이런 모습을 보이는 이는 바로 다른 누구도 아닌 나다.

딸 육아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는 내가 ‘크리스 육아에 있어서 만큼은 남들에게 조언을 아낌없이 구하게 됐다.

 

 
 아마 그 까닭에는 성견이 된 후 반려견을 들인 데서 오는 어려움 탓이 클 것이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제대로 산책을 즐기지조차 못하는 겁 많은 크리스그런 크리스를 돌보는 일이 때로 힘들고 또 안타까워서.

입양 초기에는 크리스 때문에 가족 간에 싸움이 일어나기까지 했었다물론 지금은 우리 모두 크리스를 이해한다적어도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됐다.

고생해서 그런 거야’,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렇게 됐겠어라는 말로 크리스의 성격적 결함을 보듬어주고 더욱 사랑하려 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크리스의 사진을 제대로 찍기 어려운 것은 크리스가 좀처럼 내 품에서 떨어지려 하지를 않기 때문이다.

처음 나섰던 산책에서 발도 딛지 않고 안겨만 있으려 하던 크리스는 이후 조금씩 발을 내딛게 된 후에도 절대 나를 앞서가는 법이 없다.

몇 발자국 앞서는가 싶으면 이내 화들짝 놀라며 내 뒤에 숨어버리고조금만 불안하면 빨리 안아달라고 성화다.

그래서 크리스를 바닥에 내려놓는다고 해도 제대로 된 사진을 찍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사진첩에는 바닥에 내려둔 크리스가 부리나케 나를 향해 돌진하는 흔들린 사진만 한가득이다.

 강아지를 입양하신다구요글쎄요

처음 유기견을 입양하기로 했을 때그 결심을 주변의 ‘반려인들에게 먼저 털어놓았었다당연히 나 역시 ‘반려인의 반열에 오르게 될 것을 그들 또한 환영해주기를 기대해서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미적지근하거나 우려하는 이들이 많아서 낙심했던 기억이 난다. ‘개 좋아하는 줄 몰랐네라거나 ‘딸도 좋대왠지 같이 키우기 힘들 것 같은데같은 답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때는 정말 섭섭했다내가 개를 언제부터 좋아했는지어릴 때부터 유기견 입양소를 차리는 게 꿈이었다는 사실을 면접이라도 보듯 털어놓아야만 하는 건가 싶은 마음에 원망스럽기도 했었다.

하지만 크리스의 여러 ‘단점들 때문에 때때로 벅차고 힘든 지금그들의 반응이 이해가 간다그건 개를 기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더구나 상처가 있는 아이를 품고 돌보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임을 그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였을 것이다.

나 역시도 누군가 갑작스럽게 개를 기를 거라고 하면 일단 반대하고 본다입양 아닌 분양은 근절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밖에 나가면 누구든 눈만 마주쳐도 컹컹 짖어대는 통에 남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하는 나는 때때로 크리스로 인해 ‘진상이 된다.

낮에 산책을 나서면 행여 누군가 다가오기라도 할까 30초에 한 번꼴로 긴장을 하고밤에 산책을 나서야만 비로소 거리를 마음껏 달린다.

차를 타면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심한 공포감을 드러내며 낑낑대기 때문에우리는 크리스를 직접 품에 안고 이동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함께 멀리 여행을 가는 것이 우리 가족에겐 꽤나 어려운 일이라서 한여름에도 우린 남들처럼 휴가를 떠날 수 없다앞으로 점차 나아질 크리스를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해볼 생각이지만일단은 그렇다.

 
하지만 그래도아니 그래서 너를 사랑한단다크리스.




CREDIT
글.사진 이영주
에디터 이혜수


<크리스의 크리스마스-그래서 널 더 사랑한단다>
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10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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