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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꽃미남 뚱이

  • 승인 2020-06-10 16: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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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꽃미남 뚱이
“뚱이야, 밥 좀 먹자 응? 제발.”

애타는 나와 가족들의 마음을 모르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몸의 통증 때문에 입맛을 잃었는지

요즘 들어 뚱이는 도무지 밥을 먹으려 하지 않는다.
세월 앞에서는



우리는 새로운 사료를 찾고 과일 주스를 만들어 먹이면서 뚱이의 입맛을 되찾아 주려고 애를 쓴다. 사실 뚱이는 그 몇 개월 사이에 식사량 뿐만이 아니라 음수량도 줄어든 것 같다. 이제까지의 뚱이는 밥을 잘 먹고 물도 아주 많이 마시는 아이였다. 그게 16살의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게 만드는 동안의 비법 이었다.


뚱이는 밤에 디스크 통증 때문에 아파서 잠을 못 자는 와중에도 씩씩하게 간식을 열심히 받아먹었다. 그리고 그렇게 잠을 못 잔 다음 날에도 아침 밥을 먹고 물 한 그릇을 뚝딱 먹는 고맙고 기특한 아이였다.


그래서 아마 쓰고 맛없는 약도 버텨 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세월 앞에서 약해지는 건 사람이나 동물이나 마찬가지였다. 식욕도 잃어가고 힘이 빠지고 성격도 변하는 건.

프로 순둥이



우리가 뚱이를 처음 만난 건 2월이었다. 펫시팅(pet sitting)으로 시작된 인연은 그 후로도 이어졌다. 
뚱이는 언제나 심장약과 디스크약을 먹고 있었고 가끔은 안약과 귀 약을 필요로 할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제까지 다른 강아지에게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려 본 적이 없고 마킹 실수를 해 본적도 없었던 순둥이 뚱이.


허리 통증 때문에 항상 천천히 산책을 해야만 했고 그마저도 고작 세 발자국밖엔 못 딛을 때도 있었지만 제 자리에 한참을 서서 얼굴을 스치는 바람을 느낄 줄 아는, 그 짧은 순간의 즐거움을 아는 아이였다.

어린 시절에는 나름 개구쟁이였다나?



이런 뚱이에게도 당연히 어린 시절이 있었다. 보호자님한테 전해들은 바에 의하면 그땐 말티즈 누나 ‘포피’의 ‘개구쟁이 남동생’이라는 역할을 제법 잘 수행했다고 한다. 식탐이 많았던 7kg의 뚱이는 2.4kg의 작은 체구의 포피 누나 밥을 뺏어 먹기도 했고, 때때로는 엄마의 무릎 위에 있는 누나를 밀어내고 엄마 무릎을 차지하기도 했다나.


그러다가 누나가 작은 으르렁거림과 조그만 송곳니로 경고를 할 때면, 덩칫값을 못하는 쫄보 동생의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고 한다. 뚱이의 가족들에겐 뚱이와 포피는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고 힘이 솟는 오누이였지만 포피는 2년 전인 2017년에 홀연히 강아지 별로 떠났다고.


그때는 누구도 포피를 보낼 준비가 안 되어있었다는 말을 하는 보호자님은 지금도 때때로 포피의 빈자리를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처음 만난 돼지고기란!



뚱이는 어린 시절부터 알레르기 때문에 오리와 생선으로 된 사료와 간식만을 먹을 수 있었고, 또 나이가 들면서는 약해진 이빨 때문에 딱딱한 것은 먹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다 치료를 위해서 먹게 된 스테로이드 약 효과로 알레르기 반응이 줄어들어서 예전보다는 비교적 편하게 사료와 간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그마저도 요즘은 입맛이 없어서인지 잘 먹으려고 하지 않았던 거였다. 그러던 중 다행히도 며칠 전에 뚱이는 입맛에 맞는 습식사료를 찾았다고 한다.


16년 견생에서 처음으로 맛본 돼지고기의 맛이란! 보호자님께서 보내주신 영상 속 뚱이는 그동안 알레르기 때문에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었던 돼지고기를 주재료로 한 습식사료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우리는 뚱이가 오랜만에 허겁지겁 맛있게 먹는 영상을 보면서 다 함께 안도와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역시 뚱이에게는 ‘뚱이’ 라는 이름이 제격이라는 생각과 함께.

 

시간이 흘러도 뚱이는
선하고 긍정적인 성격을 잃지 않았다
노란 스카프 두른 꽃할배



보호자님은 뚱이가 노란 스카프를 두른 사진도 보내주셨다. 노란 스카프의 사나이. 10월 30일, 가을의 한가운데에 태어난 뚱이에게 노란 스카프는 그 누구에게보다도 찰떡이었다. 뚱이의 모색과도 잘 어울렸지만 무엇보다 절대 동안인 뚱이를 더 아기처럼 어려보이게 했고, 가을의 상징인 노란 은행잎과 붉은 단풍을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야속하게도 시간은 더욱 빠르게 흘러 이제 완연한 가을에 머물러 있다. 가을과 잘 어울리는 꽃미남 뚱이의 16번 째 생일을 미리 축하하며, 17번째 생일도 노란 스카프와 함께 그리고 그 후의 생일에도 뚱이 특유의 해사한 웃음을 오래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응원한다.



<가을 꽃미남 뚱이 - 예비 수의사의 일기>
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10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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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사진  성예빈
에디터 이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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