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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지 안아줄게

  • 승인 2020-06-12 15: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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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몽이의 울음소리

털이 없는 새끼 스핑크스 고양이를 위해 극세사 털이 가득한 담요를 준비했다. 새끼일 때 많이 안아주면 커서도 덜 ‘시크’하고, 사람과 잘 붙어 지낸다는 소리를 여러 번 들어서 우리는 매일 시간이 날 때마다 아기처럼 자몽이를 담요로 감싸 안아주고 재웠다. 그렇게 일 년을 지내다 보니 이제 우리는 자몽이 곁을 떠날 수 없었다.

고양이가 주로 울음소리를 내며 의사표시를 강렬하게 하는 경우는 배가 고플 때, 화장실이 더러울 때, 놀고 싶을 때 등이 있다. 그런데 자몽이는 한 가지 경우가 더 있다. 바로 ‘졸릴 때’이다. 밥도 잘 먹고 물도 잘 마신 후, 화장실 까지 다녀왔는데 엄청 서럽고 불쌍하게 우는 때가 있는데, 그때가 바로 졸리다는 표시다. 자몽이는 졸릴 때, 밥을 주고 놀아주거나 화장실까지 치워줘도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 그저 아기 때부터 쓰던 극세사 담요를 가지고 와서 포근하게 안아줘야만 울음소리를 멈춘다. 내 품에 안기고 나서야 자몽이는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잠이 든다.

불편해도 괜찮아

자몽이의 졸리다는 의사표시는 꽤 당혹스러운 순간에 찾아온다. 첫 번째, 나는 집에 있는 시간에 주로 공부를 하는데 자몽이는 그 시간 이면 내 의자 밑에 와서는 굉장히 서럽게 운다. 자기는 밥도 먹었겠
다 충분히 여유로움을 즐겼으니 이제는 잠이 와 재워 달라는 것이다. 나는 담요로 자몽이를 안아 무릎과 책상 그 사이 적당한 곳에 두고 공부를 마저 한다. 체온이 높은 고양이를 극세사 담요에 감싸 안았으
니 겨울엔 따뜻하지만, 여름이면 굉장히 덥게 느껴진다. 하지만 안겨 서 자는 것을 좋아하는 자몽이를 위해서라면 무릎과 허벅지에 흐르 는 땀 정도야 참을 수 있다.

두 번째는 퇴근하고 남편과 함께 저녁을 먹는 순간에 온다. 우리가 저녁을 맛있게 먹고 있으면 자몽이는 굉장히 서럽게 우는데 처음에 는 배가 고프다는 신호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이미 사료를 든든히 줬는데도 불구하고 울고 있으면 ‘아! 밥을 먹었으니 졸리다는 거구나.’라는 것을 알았다. 그때면 우리는 밥을 먹다 말고 주섬주섬 담요를 가져와서 자몽이를 왼팔로 안고 오른손으로 밥을 마저 먹는다.
아직 아기가 없는 신혼집인데도 아기가 있는 집처럼 자몽이를 돌아가 며 안아 서로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한다. 엄마 아빠의 왼팔에 안겨 있으면서도 불편한 기색 하나 없이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자는 자몽이의 모습을 보면 우리는 밥을 먹다 가도 웃고는 한다.

세 번째는 밤 10시쯤 남편과 내가 마주 앉아 이야기하고 TV를 보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때이다. 저녁 시간에 장난감과 열심히 놀았던 자몽이는 잠이 오는지 소파에 앉아있는 우리에게 와서 역시나 서럽
게, 특히 밤에는 불쌍하게 운다. 그때 만약 우리가 TV에 정신이 나가 있으면 자몽이는 어느새 안방 침대 위 자신의 이불 속으로 들어가서 혼자 잠들어 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짠한지 미안함이 마구 솟구친
다. 그래서 우리는 자몽이가 울 때는 최대한 안아주려고 한다. TV를 다 보고 안방에 들어갈 때, 안고 있던 자몽이를 그대로 데리고 가 이불에 쏙 넣어준다. 그러면 ‘갸르릉’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이불 속에
서 얼굴을 빼꼼 내밀고 우리를 쳐다본다. 그 옆에 함께 누워 자몽이를 쳐다보면 편안함이 최고치에 달했다는 듯 자신의 베개에 얼굴을 대고 스르륵 깊은 잠이 든다.

이제 우리는 자몽이 곁을
떠날 수 없었다.

안아줘야 잠이 드는 자몽이라서

누군가는 우리의 이런 모습을 보고 처음부터 습관을 잘못 들였다며 좋지 않은 말을 할 수 있겠다. 하
지만 누구라도 ‘도도’한 줄로만 알았던 고양이가 졸음에 칭얼거리며 안아 달라고 다가오면 좋아할 것
이 분명하다. 물론 우리는 자몽이를 보며 미래의 아기는 안아줘야만 잠이 드는 버릇을 들이지 말자고
다짐했다.

비록 팔이 아프고 땀이 나며 밥을 불편하게 먹는다 해도 자몽이 묘생에서 행복한 일 중 하나가 안겨
서 잠드는 것이라면, 우리는 자몽이가 행복할 수 있도록 언제든지 안아 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
침에 일어나 머리맡 가장 가까운 곳에 누워 잠들어 있는 고양이를 볼 수 있으며, 자기 전에는 얼굴 가
까운 곳에서 굿나잇 눈인사를 건네주는 고양이와 함께 살 수 있다. 오늘도 마음속으로 자몽이에게 말
한다. ‘평생 네가 행복만 느낄 수 있도록 해줄게.’

CREDIT
글 사진 김성은
에디터 이유경

<스핑크스 자몽이 - 언제든지 안아줄게>
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1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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