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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에 몰아치지 않고 오래도록

  • 승인 2020-06-17 12: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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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과 함께하는 것은 단순히 '가족을 만든다'라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처음엔 내가 느루를 일방적으로 키우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느루가 내게 주는 조건 없는 사랑이 오히려 나를 성장시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올해 출산한 아이와 새로운 여정을 함께 하고 있는 느루가 버거워하지 않도록, 한 번에 몰아치지 않고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다. 

바쁜 일 중독자를 만나다
남편과 나에게는 강아지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결혼 전 부산으로 데이트를 갔을 때 어떤 한 카페에 여러 가지 순우리말들이 적혀있었다. 단어들을 찬찬히 살펴보던 중 유독 ‘느루’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한 번에 몰아치지 않고 오래도록’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였다. 

그 당시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어 갈팡질팡하던 시기였던 터라 느루라는 단어가 가진 뜻이 내게 너무 따뜻하게 다가왔다. 그때 남편과 ‘나중에 우리가 결혼해서 반려견을 키우게 된다면 순우리말로 이름을 짓자’라고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시간이 흘러 우리는 결혼을 했고, 지금의 ‘느루’를 만날 수 있었다.

결혼 후 우리는 매일 함께할 반려견을 어디서 입양하면 좋을지 종종 이야기를 나누었다. 먼저 우리는 함께 삶을 공유하며 추억을 쌓아나갈 견종부터 정하기로 했다. 다양한 활동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러 아웃도어 활동을 함께할 수 있는 견종을 원했다. 우리는 결국 아웃도어에 최적화된 견종인 ‘보더콜리’를 선택했다. 

초록색 창에 보더콜리를 검색하면 제일 먼저 뜨는 문구가 있는데 바로 ‘가만히 있지 못해 언제나 바쁜 일 중독자로 불리는 개’이다. 결혼 전 부모님과 함께 살 때 소형견인 몰티즈를 13년 키운 나는 나름 강아지에 대해 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이 자만이었다는 것을 일 중독자 보더콜리인 느루를 통해 깨달았다.

 

순우리말 ‘느루’는
나와 함께하는 반려견의 이름이다

아무것도 몰라요
독립해서 처음으로 누군가와 함께 반려견을 키운다는 설렘에 인터넷을 이리저리 찾아보기를 3개월. 어떤 한 블로그에서 느루를 처음으로 만날 수 있었다. 시부모님이 키우시는 보더콜리가 마지막 3번째 출산을 했는데 이미 반려하는 강아지가 많아 다 키울 수 없어 분양을 보낸다는 내용의 글과 사진이었다.

그 당시 부모견과 함께 자연스럽게 자란 반려견을 원했던 남편과 나는 따뜻해 보이는 시골에서 엄마 강아지와 함께 있는 사진 속 느루를 보고 서둘러 전라남도 강진으로 향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한 걸음에 달려가 느루를 만났는데, 막상 엄마 강아지를 보니 애지중지 기른 새끼를 모르는 사람인 내가 갑자기 데려가는 것 같아 미안했다. 

출발할 때와는 다르게, 느루를 데리고 오는 길의 차 안 공기엔 막중한 책임과 무거운 마음이 뒤섞여 있었다. 낑낑거리는 느루를 안고 둘 다 말없이 서울까지 왔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듯 순진한 눈빛의 느루와 함께,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한 우리도 서울에 도착했다. 

가족이 된다는 것
보더콜리라는 견종은 가장 똑똑한 강아지 1순위로 잘 알려진 견종이다. 처음으로 중대형견을 키워보는데다가 보더콜리라는 견종에 무지했던 남편과 나는 꽤나 많은 공부를 해야만 했다. 느루가 6개이 될 때까지 우리는 가족이 되는 데 꼭 필요한 여러 과정을 거쳤다.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운 느루지만,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해 벽이나 물건을 이리저리 뜯어놓는 느루가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처음 보더콜리를 키워보는 견주로서 서툰 점이 많았던 우리는 독 트레이닝 영상, 책, 수업까지 다양한 훈련 방법들을 찾아보며 하루하루 연습을 해나갔다. 그 과정들을 통해 나 또한 반려견과 함께한다는 것에 대한 책임감과 사랑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고맙게도 느루는 그 모든 훈련에 잘 따라주었고, 지금처럼 우리는 진짜 가족이 될 수 있었다.










CREDIT
글 사진 김성은
에디터 이유경

<ALWAYS - 한 번에 몰아치지 않고 오래도록>
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12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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