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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물어도 안 아픈 손가락

  • 승인 2020-06-22 10:4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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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와 가족이 되기 전까지는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라는 견종에 대해
‘듣보잡’이었던 견상궁.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가며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에 대해
공부하고 또 공부했었더랬죠.

평생 가족을 결정하는 일이었기에,
조금이라도 더 신중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

헛짖음이 없다’, ‘단모종이지만 털 빠짐이 거의 없다’. 일반적으로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에 대해 하시는 말이에요더불어 집 안에서 함께 지내기 좋다는 긍정적인 평이 참 많았답니다정보를 찾고 나자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라는 견종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고드디어 제이를 만나게 되었죠.

 ..... 헛짖음은 거의 없었어요털 빠짐도 없는 줄 알았답니다게다가 가족이 된 지 며칠도  안 되어 척척 배변 패드에 쉬야응아를 가리는 똑똑함까지정말 제이에게 반하지 않을 수 없었죠.

그다음 가족이 된 레이!

그런데 레이는 도무지 가족들에게 곁을 주지 않았어요게다가 가족들이 집을 비울 때면 하울링을 하기까지 했답니다결국 특단의 조치로 레이와 함께 시끄럽고 소란스런 길 위주로 매일매일 열심히 산책을 다녔죠오히려 집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말이에요.

그렇게 한참이 지난 후 어느 정도 안정이 됐는지 하울링은 다행히 사라졌어요그리고 써니그런데 제이와 달리 써니는…잘 짖었어요.(웃음그것도 아주 우렁차게 말이죠!

그래서 제 결론은, ‘견종이 가지고 있다는 특징 따위믿거나 말거나!’라는 거예요사람 역시 가지고 있는 특징을 객관적으로 아무리 나열한들개개인의 성격까지 어떻게 똑같을 수 있겠어요?

각자도(各自圖生)

같은 카테고리에 묶인 세상 모든 생물들은 모두 공통의 요소들을 지니고 있죠. 그렇다고 해서 각자의 성격들이 다 똑같을까요? 

당장 ‘사람 종’에 속해있는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를 떠올려봅니다. 나와 똑같은 성격의 인물이 단 한 명이라도 있는지 말이죠. 하지만 누구나 생각하듯, 그런 존재는 세상에 없습니다. 심지어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쌍둥이조차도 서로 성격이 다르죠. 

그런데 사람들은 왜 그리 견종의 성격을 궁금해하는 것일까요? 물론 저부터도 그랬지만 말이에요. 다들 각자도생하기 위해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

꾀순이 제이는 언제든지 자기가 가장 먼저 씹고뜯고즐기고예쁨을 받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1인자’ 스타일이에요뭐든 제일 먼저 하려고 요리조리 눈치 백단으로 잽싸게 움직이죠.

반면 멍순이 써니는 덩치만 크지 눈치 없기로 유명해요 뭐든 일단 직진으로 뛰어들어 앞장서지만 늘 제이에게 선수를 뺏깁니다.

마지막으로 얌전 떠는 레이는 뒤에서 요조숙녀처럼 세상 불쌍한 척하면서 한 번이라도 더 견상궁 눈길을 사로잡아 보려고 애쓰는 연기파이렇게 각자 성격에 맞게 어떻게 하면 좀 더 사랑받을까?’ 궁리하면서 각자도생하고 있는 개순이들이에요.

 안 아픈 손가락

얼마 전 정수기 필터 교체해 주시는 분이 오셨을 때의 일인데요제주에서는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를 키우는 분을 만나기 쉽지 않았는데마침 다른 고객님 댁에서 같은 강아지를 본 적이 있다고 하시며 세상 얌전하다 칭찬을 해 주시더라고요.

칭찬 한마디에 견상궁 어깨 뽕은 절로 수직 상승그러다 세 마리나 있는데특별히 누가 더 예쁘고 그런 마음이 드는 녀석이 있나요?” 하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한 마리는 어렸을 때부터 키워서 정이 많이 든 데다 똑똑해서 예쁘고다른 한 마리는 아묻따(아무것도 묻고 따질 것도 없이예뻐서 예쁘고나머지 한 마리는 백치미가 있어서 예뻐요!”라고 했더니 0.1초 만에 써니를 보시며 “얘요?” 하시는 거 있죠?

역시 숨길 수 없는 백치미를 가지고 있는 그녀를 단박에 알아보시더라고요.

지금은 모두 자연스럽게 가족이 되었지만, 사실 서로에게 적응하며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가끔은 힘들고 가끔은 귀찮기도 하고 가끔은 속상하고 가끔은 즐거우며 또 가끔은 행복하죠.

 

그렇지만 셋 다 깨물어도
안 아픈 손가락들이랍니다.

굳이 세게 꽉 깨물 이유가 없잖아요?


성격이요?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는 성격이 어때요?”

누가 물으신다면 이제는 정말씀드리려고 해요.

달라요하지만 보호자가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또 달라지겠죠당시 10개월한 번 쓰담 쓰담 해주고 싶어서 그렇게 간식으로 유혹했건만절대 곁을 주지 않던 레이.

또 처음엔 단 1초도 제 품에 안겨있지 못하고그 맛있는 간식도 먹을 줄 모르던 써니와 허둥지둥하던 우리들많은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네요.

지금은요다들 엄마 껌딱지들이죠각자의 성격들을 잘 파악하고 함께 맞춰 나가다 보면자연스럽게 어느 순간 바늘과 실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중한 존재가 되어 있지 않을까요?

오늘도 각자 개성 있는 성격의 소유견들은 견상궁 옆에 자리 잡고서는 눈맞춤하고 있답니다.

간식 타임을 기다리는 거겠죠?(웃음)

 




CREDIT

글 사진 김윤정
에디터 이혜수

<견상궁 수발라이프-깨물어도 안 아픈 손가락>
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12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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