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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 그리고 그 후

  • 승인 2020-06-22 10:4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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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시바견을 키우기로 했어?” 
지인들이 나에게 묻는다. 

그러게, 왜 시바였을까? 

 

시바견을 만나고

처음부터 시바견을 키우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다. 반려견을 들이자며 졸라 대는 남편에게 반쯤 세뇌당해 어떤 견종이 우리와 맞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맞벌이 부부라 집을 비우는 시간이 길다 보니 독립심이 강한 아이였으면 좋겠고, 아파트에 살기 때문에 짖음도 고려해야 했다. 남편과 나는 중형견을 원했고 그 조건에 딱 맞는 견종이 바로 시바견이었다.

시바견은 늑대 DNA와 90% 가까이 닮아 야생 본능이 강하다고 한다. 그래서 독립심이 강하고 헛짖음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덤으로 시골 누렁이 같아 보이는 외모가 마음에 들었다. 

혹시 몰라 단점도 찾아보았다. 털갈이를 심하게 하고, 활동량도 많은 편인 데다가 거의 모든 시바견이 실외 배변을 한다고 했다. 나름대로 시바견의 성향을 파악한 후 신중하게 입양을 결정한 줄 알았지만 실제로 키우는 건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시바견은 정말 독립적이다. 만지는 것을 싫어하고 사람을 많이 따르지 않는다. 불러도 오지 않기 때문에 시바견을 키우는 반려인들이 콜링의 어려움을 겪고 있고, 줄을 한번 놓치면 잃어버리는 건 순식간이라 하네스나 목줄에 집착하기도 한다. 

사람을 정말 좋아해 함께 붙어서 자는 아이도 있지만, 기질이 강한 아이일수록 독립심도 더 강하다. 도도한 고양이 같다고나 할까?

치대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서운한 적도 있었다. 그래도 헛짖음은 정말 없는 편이라 아파트에 사는 우리에겐 참 다행이었다.

 

시바견을 키우면서

모르는 사람을 만나거나 산책하다가 다른 강아지를 봐도 짖는 경우가 아주 드물다. 물론 이 점도 시바견마다 다르지만, 보편적으로 봐도 짖음은 없는 편이다. 

시바견들이 입질이 심해 놀 때도 입을 쓰며 노는데 심지어 그럴 때조차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보고 있으면 간혹 웃음이 터진다. 턱이 빠질 정도로 입을 벌리고 뾰족한 송곳니를 드러내며 사나운 표정으로 놀면서 소리는 하나도 내지 않는 상황. 상상만 해도 웃기다.

털이 많이 빠진다고 듣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빗으로 털을 빗길 때마다 끊임없이 털이 빠지는데도 몸에 털이 남아 있는 게 신기했다. 

털갈이는 365일 하는데 봄, 가을에 유독 심하게 한다. 그때만 되면 온 집안이 털 난리다. 청소기를 돌리고 돌아서면 또 털이 굴러다닌다. 

돌돌이는 집안 곳곳 손이 잘 닿는 곳에 둔다. 혹시 없던 털 알레르기가 생길까 많이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직은 괜찮다. 

시바견을 키우면서, 실외 배변은 가장 힘든 부분 중 하나였다. 집에서 배변을 안 하니 냄새도 안 나고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맑은 날에도 하루에 3~4번씩 산책하러 나가는 게 쉽지 않은데 궂은 날은 어떨까? 

365 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태풍이 오거나 장마이거나 한파가 몰아친다고 해도 나가야 한다. 그렇다고 나가자마자 배변을 하지도 않을뿐더러 똥 자리도 가리는 탓에 비 오는 날이면 앞서가는 진저의 뒤통수에 대고 제발 싸달라고 애원하기까지 한다. 

물론 실내 배변을 안 해서 좋은 점도 있다. 배변 패드 값도 안 들고 확실히 집에서 냄새가 덜하다. 집에 오는 지인들에게도 아직 냄새 난다는 얘긴 못 들어 봤으니 나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시바견 입양을 반대합니다

회사에 있는 동안은 산책하러 갈 수 없어서 출근 전 일찍 일어나 산책을 한다.  집에 돌아오면  배변만 하러 잠깐 나갔다가 저녁을 먹고 나서 본격적으로 긴 산책을 한다. 

물을 많이 마셨다 싶은 날엔 자기 전에 한 번 더 배변 산책을 나간다. 처음엔 정말 힘들었는데 2년 가까이 이런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이젠 습관처럼 하고 있다. 오히려 몸을 더 많이 움직일 수 있어서 좋기도 하다.

키우기 힘든 만큼 시바견은 참 매력적이다. 반려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든든한 동반자 같은 느낌이 많이 든다. 직접 키우지 않으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시바견만의 매력이 있다. 

그런 매력이 외적으로도 많이 느껴지는지 시바견에 환상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본다. 사람들이 시바를 키우고 싶다고 할 때마다 무조건 반대를 하며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단점을 최악의 상황과 곁들여 이야기해준다. 그럼 열이면 열 다 포기한다. 

그래도 키우고 싶다면 할 수 없지만 털 빠짐, 결혼, 임신, 취업, 산책의 어려움 등의 다양한 이유로 파양 당하는 시바견을 보면 너무 화가 나고 마음이 아프다. 사전에 견종의 성향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입양한 최악의 결과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

나도 그랬지만 외모만 보고 입양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생명을 책임지는 중요한 결정의 순간에 예쁜 외모에 빠져 충동적인 선택을 하지 않길 바란다. 

혹시 나의 글과 진저의 사진만 보고 시바견을 키우고 싶다면 단호하게 이야기하고 싶다. 
시바견 입양, 난 반댈세!






 

CREDIT
글 사진 장성희
에디터 이유경

<너는 내 운명- 첫 만남, 그리고 그 후>
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12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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