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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차우 구찌

  • 승인 2020-06-22 10:4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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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차우는 독립적이고 
충성심이 강한 견종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고양이와 함께 자란 구찌는 
하우스 대신 캣타워에 올라가는
법을 먼저 배웠다.

구찌야 '야옹'해 봐!

또한 쥐돌이 낚싯대를 씹어가며 유치를 제거했으며, 심지어 고양이 보다도 식빵 자세를 잘하는 대형견으로 자라났다.

구찌의 이런 노력에도 8년이 지난 지금 이들의 사이는 썩 좋은 편이 아니다. 나쁘다고 할 수도 없는 뜨뜻미지근한 그런 사이. 

그런 모습을 마냥 귀엽다고 생각하며 지나치기도 했지만, 사실 강아지와 고양이의 성격은 극과 극인 데다가 대형견 산책 시 고양이와의 사고도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매번 고양이한테 맞는 구찌에게 “괜찮아~ 오빠들이야. 구찌는 착하니까 괜찮지?”라며 참으라고만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고양이 오빠들 눈치를 보며 성견이 되어버린 구찌에게 반려동물의 마음까지 책임져야 할 보호자로서, 아니, 엄마로서 너무 미안하다.

 

구찌야 친구들 만나볼래?

10여 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동안 피곤하다는 이유로, 바쁘다는 핑계로 산책을 소홀히 했었는데 산책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차우차우의 평균 활동량은 타 견종에 비해 적은 편이라, 신나게 혓바닥을 휘날리며 뛰어놀기보다는 우아하게 꽃향기, 풀내음을 맡으며 걷다가 엎드려 쉬는 걸 좋아한다.

주변 지인의 권유로 구찌의 SNS 계정도 만들었다. 그런데 구찌의 사진을 하나씩 올리면서 둘러보니 SNS 세계에는 이미 많은 차우차우 친구들이 활동하고 있었다. 그동안 검색창에 차우차우를 검색해도 분양업체들 뿐이었는데 말이다. 

SNS 활동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차우차우 친목 동호회로 이어졌다. 차우차우 보호자들은 다들 비슷한 처지였다. 물 먹는 대형견 옆에서 입가에 뭍은 물을 닦아주기 위해 옆에서 수건을 들고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은 다 차우차우 보호자였다. 

차우차우는 한 번만 먹어달라고 애원해도 처음 맛보는 것은 절대 먹지 않고, 아무리 불러도 목적이 없으면 오지 않는다. 한마디로 완전 제멋대로이다. 하지만 다들 그런 매력에 푹 빠졌던 것 아닐까?

차우차우 털 많이 빠져요?

차우차우를 키우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 몇 가지 있다.

“사자개예요?”, “얼마예요?”, “집에서 키워요?”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을 꼽으라고 한다면 “털 많이 빠져요?”이다.

세상에 털이 안 빠지는 동물은 없다. 하물며 사람도 머리카락이 빠지는데 온몸이 털로 덮인 동물들은 오죽하겠는가. 오히려 털은 포기하고 살다 보니, 털갈이 시즌에 빠지는 털의 양을 보면서 희열을 느끼는 경지에 이르렀다. 적게 빠지는 날에는 왠지 서운하기까지 하다(웃음). 

SNS의 강아지 털갈이 사진들을 보면서  웃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하며 따라 해보기도 한다. 털로 모자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강아지 얼굴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누워있는 모습을 재연하기도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이라면 모두 공감할 거라 생각한다

너의 생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올해도 어김없이 구찌의 생일이 다가오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번 생일에는 어떤 선물을 해줄까? 이번 생일파티는 어떻게 할까? 고민했던 나였다. 하지만 이제 너의 생일이 다가올 때마다 생각한다. 

앞으로 너와 몇 년을 더 함께 할 수 있을까? 욕심 안 부리고 딱 10년만 더 함께했으면 좋겠는데….

지금까지 살아온 8년 만이라도 더 함께했으면 좋겠다. 다른 차우차우 친구들에 비해 확연히 느려진 걸음걸이가 아기 같은 얼굴 뒤에 숨겨진 나이를 대변해 주고 있는 것 같아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진다.

그래서 준비했어! 올해 너의 생일선물은 종합건강검진이야.

펫티켓? 꼭 우리만 지켜야 할까?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반려동물 천만 시대. 10년 전과 비교하면 정말 많은 것이 변했고 ‘펫티켓’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변화해야 하는 것이 과연 우리들만일까? 

찌의 얼굴은 웃는 상이지만 그래도 대형견이기에 산책 시 어떤 이에겐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누구보다 펫티켓을 잘 지키기 위해 리드 줄을 짧게 잡으며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항상 조심한다. 

하지만 대형견이라는 이유만으로 술 취한 사람들에게 욕설을 듣거나 이런 큰 개를 왜 데리고 나오느냐는 가시 박힌 말을 들을 때면 너무 속상하다.

한 번은 경찰까지 출동한 일이 있었다. 산책 후 구찌와 잠시 쉬고 있었는데 그 옆을 지나가던 술 취한 아저씨가 목줄을 하라며 다짜고짜 욕을 하는 것이었다. 

줄을 짧게 잡고 있으니 편하게 지나가셔도 된다고 말해봤지만 어린 것이 싹수없게 말대꾸를 한다며 되레 화를 내셨다. 결국 경찰이 출동했고 아저씨는 대형견인 구찌가 자기를 물려고 했다고 거짓말까지 했지만 다행히 미리 찍어 놓은 증거 영상이 있었기에 억지 사과를 받고 귀가한 일이 있었다

. 동물을 싫어할 수는 있다. 동물을 무서워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해코지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 우리가 지켜야 할 진정한 매너가 아닐까.






 

CREDIT
글 사진 전소영
에디터 이혜수

<차우차우 구찌-GUCCI>
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12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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