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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P. 청옥산 육백 마지기에서의 하룻밤

  • 승인 2020-07-14 09:2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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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300일은 캠핑을 다니는 친구가
어느 날 사진 한 장을 보내며

“여기가 은하수 맛집
육백 마지기란 곳이야.
들어는 봤나?”
하며 놀려댄다.

사진을 보는 순간 입이 쩍 벌어져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런 곳이 있다니!
.

청옥산 육백 마지기란?
 
  평창 청옥산(1,256m)은 평창군 미탄면과 정선군 정선읍에 걸쳐 있는 산이다. ‘청옥’이라는 이름은 산나물이 많이 자생한다 해서 붙여졌다. 또한, 정상 부근이 평탄한 지형으로, 볍씨 600말을 뿌릴 수 있는 곳이란 의미에서 ‘육백 마지기’라 부른다.

  고원 지대지만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차로 갈 수 있는 국내 몇 안 되는 지역이다. 정상에는 넓은 농경지와 풍력발전기가 장관을 이룬다. 고도가 높아 여름에도 서늘한 바람이 부는 청정지역이다.
 

 유럽에 온 것 같은 청옥산
 
  사전에 많은 정보를 검색해보며 육백 마지기 사진을 많이 봤지만 실제로 보는 풍경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꼬불꼬불 비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며 머리 위 간간이 보이는 풍력발전소의 프로펠러는 장관이었다. 중간중간 움푹 파인 비포장도로는 오랜만에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어 박진감을 더했다.
 
  오프로드 길 끝에 펼쳐진 육백 마지기의 첫 모습을 본 후, 가슴이 탁 트이며 오길 정말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혼자 왔으면 집에 있는 댕댕이들이 내내 마음에 걸렸을 텐데 같이 오니 좋은 경치를 함께 볼 수 있어 기쁨도 2배가 되는 느낌이다.

 
  길을 따라 계속 들어가니 발전기마다 숫자가 쓰여 있다. 정보에 의하면 발전기 3호 앞에만 차박을 허용한다고 한다. 늦게 가면 자리가 없다는데 우리는 일찍 출발했지만, 내비게이션이 길을 잘못 안내하는 바람에 평창이 아닌 단양까지 갔다가 돌아서 오니 꼬박 6시간이 걸렸다.

  해가 지기 전에 겨우 도착을 했던 터라 명당자리는 이미 오래전에 포기한 상태였다. 차박이 아니라도 다른 곳에 주차할 수 있어 우선은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우고 아이들과 함께 육백 마지기 구경에 나섰다.

  일요일 늦은 오후라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인기 명소답게 관광객이 꽤 많았다. 값비싸 보이는 캠핑카와 이름 모를 캠핑 장비를 실은 차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와! 정말 차박의 성지답구나!’ 하고 느꼈다.

  주변 산보다 월등히 높아 굽이굽이 능선이 보이고 날씨가 맑아 내 발아래로 구름도 있으니, 마치 신선이 된 것 같았다. 평창 고원지대의 상쾌한 공기를 한껏 들이마셔 본다.
 

 별빛 쏟아지는 밤하늘 풍경
 
  육백 마지기 구경을 반 정도 하니 해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역시 산에서의 밤은 금세 찾아온다. 취사가 금지된 곳이라 정선읍에서 준비해 간 치킨과 컵라면을 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밖에서 먹으니 꿀맛이다. 해가 떨어지니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겨울이 온 것 같다. 꼭 겨울 파카를 준비해 가야 한다.

 
  불빛 하나 없는 청옥산 육백 마지기의 은하수는 정말 장관이었다. 처음 본 은하수 모습에 역시나 입이 쩍 벌어진다. 장관을 담아보고자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은하수 촬영은 처음이라 긴장되지만, 꼭 담아보겠단 신념으로 촬영을 시작했다. 사실 점 찍어 둔 포인트가 있었는데 이미 다른 사람이 촬영하고 있어 타이밍을 놓쳐 아쉬웠다.

  은하수를 촬영할 때는 낮과 밤의 온도 차가 심해 금세 안개가 깔리기 때문에, 해가 지기 전부터 준비해 해가 지면 바로 촬영에 들어가야 한다. 자칫 잘못하다 촬영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니 주의해야 한다. 습기가 자욱해 카메라 렌즈가 선명한 상을 못 담아 몇 차례 시도 끝에 바로 포기하고 잠을 청했다.
 
 

강아지와의 차박 TIP
 
  가을은 기온 차가 크기 때문에 강아지와 야외에서 캠핑할 땐 여벌의 옷을 꼭 준비해야 한다. 또한, 자외선이 강하고 벌레가 많아 눈을 보호해줄 수 있는 강아지 고글도 챙겨야 한다. 노견이라면 아이가 쉽게 지칠 수 있어서 아이를 케어할 수 있는 어부바 가방도 필수다. 

 육백 마지기 차박을 마치며
 
처음 해본 차박이라 서툴기도 했지만, 아이들과 함께해 기억에 많이 남는다.

  다만 아쉬운 부분이라면 2019년 9월 1일부터 청옥산 육백 마지기의 야영 및 취사가 제한되었다는 점이다. 야영객들의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와 노상 방뇨, 소음으로 인해 자연이 훼손되어 주민들의 민원으로 시행되었다는데 참으로 안타깝다.
 
  지금이라도 자연을 보호하며 자연이 주는 선물을 누릴 수 있는 지혜로운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CREDIT
글 사진 신채민
에디터 이유경


<너에게로 떠나는 여행-청옥산 육백마지기에서의 하룻밤>
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12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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