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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P. 고슴도치 엄마 되기

  • 승인 2020-09-24 16:2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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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이면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듯
세상 불쌍한 표정으로
이불 속에서 눈만 끔뻑이는
개딸들이에요.

산책 의지도 없는지
밖에 나가자마자 바로 유턴해서는
집으로 도로 쏙 들어가 버리는
녀석들이랍니다.

아주 그냥 자기 관리의 달견들이죠.(웃음)

 자기관리 끝판왕

  거의 1 365일 극세사 담요를 떼 놓질 않는 연약하신 몸들이라행여 찬 바람에 콧물이라도 줄줄 흐를까 어디 몸살은 나지 않을까 눈치 살피기 바쁜 겨울날입니다.

  특히 무언가에 집중할 때마다 쫑긋 높게 서는플라잉 이어(Flying ear)를 지닌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라 그런지 바람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더라구요귓속에 몰아치는 바람 소리가 얼마나 싫은지 바람 부는 날 외출하기라도 하면 모르는 사람들은 신나서 폴짝거린다고 오해할 정도로 나부대는 녀석들이랍니다.

  게다가 특히 몸집 자그마한 공주님 레이는 겨울이면 귀 끝이 터져서 엄마 마음 상하게 하는 일이 생기기도 하죠그래서 올해는 미리미리 보습크림을 철저하게 발라주고 있답니다.

  여하튼다들 몸 사리기 끝판 대장들이에요쬐끔이라도 불편하다 싶으면 어찌나 엄살스럽게 구는지누가 보면 폭력 엄마로 오해할까 겁난다니깐요.

 고슴도치 엄마놀

  하루 종일 겨울잠 자는 곰들 마냥 이불 속에서 꼼짝 않고 있는 녀석들이 안쓰러워 고슴도치 엄마는 연약한 개딸들 겨울 옷 한 벌 마련해주려고 또 재봉틀 앞에 앉습니다.

체형이 특이해서 일반적인 기성품 옷들은 맞지 않아요몸통이 맞으면 길이가 너무 길거나길이가 맞으면 몸통이 좁거나 하답니다그래서 결국은 직접 만들어주는 것이 답이다!’ 하고는 거의 반 년 가까이 배우고 또 배워서 지금은 그나마 욘석들 체형에 맞게또 엄마 스타일대로 한 벌씩 해 입히는 수준까지는 이르렀답니다욘석들도 이제는 옷 차려 입으면 외출하는 줄 알고는 신나하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고슴도치 개딸들이 가장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느냐예요.

  올 인 원(All-in-one)이라고 부르는 옷들은 사실 사람들 눈에 예쁘게 보일지는 몰라도 4족 보행을 하는 강아지들에게는 골반이나 척추에 무리를 준다고 하더라구요특히나 우다다를 즐기는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들이라올 인 원을 입히지 않고도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는 옷이 없을까 늘 고민이랍니다.

  녀석들은 그냥 극세사 이불 속에서 겨울잠 자는 걸 더 좋아라 할 수도 있지만   말이에요그래도 고슴도치 개딸들 덕분에 엄마 취미 생활이 하나 더 늘어서 감사하고 있습니다어른이 되고부터는 바쁜 일상 속에서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살아왔던 날들이 대부분이었는데고슴도치 개딸들을 만나고 나서는 꼼지락꼼지락 무엇인가 손으로 만드는 것을 내가 좋아했었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답니다.

요즘은 그래서 틈만 나면 새로운 여유를 한껏 즐기며 고슴도치 엄마놀이 중이에요.

양치기 셋

  자기관리 끝판 대장들이다 보니쬐끔만 불편한 기색이 느껴지면 나 죽어라 비명을 질러댄답니다그래서 양치기 소년이 진실을 말할 때에도 믿질 않던 이웃 사람들처럼 이제는 어지간한 고함에는 반응이 무뎌진 견상궁이 되었더랬죠.
  울 겁순이 써니양은 가끔 자신을 안아주려는 손끝에 조금이라도 콕 찔렸다 싶으면 바로 나 죽는다 돌고래 주파수 못지않게 비명을 날리거든요어휴레이는 뭐 말해 뭐해요살짝 스치기만 해도 중상을 입은 것처럼 군다니까요.

  무튼그렇게 잦은 돌고래 소리에 무디어 갈 때쯤어느 날 넓고 넓은 잔디밭에서 신나게 뛰놀던 제이가 미친 듯이 늑대처럼 울부짖는 거였어요얼른 주변을 살폈지만 뱀이나 다른 짐승에게 물린 것도 아니고바닥에 돌부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넘어져 다리가 부러지거나 한 것도 아닌데 제이의 울부짖는 목소리에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었답니다.

  다시 침착하게 주변을 살펴보니 손바닥 길이만 한 나무 막대기가 하나가 나뒹굴고 있고 하필 우다다 뛰면서 나무 막대기 한 쪽 끝을 꾹 밟아 반대쪽 끝이 허벅지 안쪽을 찔렀던 모양이에요다행히 살갗이 찢어지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한동안 제이는 다리에 시퍼런 멍 자국을 장착하고 있어야 했죠엄살쟁이 양치기 개딸들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 한 번 강 펀치를 맞은 날이었답니다.
 
  요즘은 날씨도 춥고 바람도 쌩쌩 불어대는 제주 날씨에 양치기 개딸들이 겨울잠 모드에 접어든 터라산책 수발은 조금 줄어들었지요역시,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철저하게 자기관리 하는 개딸들이에요.

  그래도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들의 본능은 역시 우다다얼른 따뜻한 봄날이 다시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함께 겨울잠 모드를 즐기고 있는 고슴도치 엄마 견상궁이랍니다.(웃음)
 
 

글  김윤정
사진 이성훈
에디터 이혜수


<견상궁 수발라이프-고슴도치 엄마 되기>
해당 글은 MAGAZINE P 2019년 2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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