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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아기, 그리고 아기 고양이

  • 승인 2020-09-24 16:3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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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사고뭉치,
용또행의 기피 대상 1호.

사람 아들 때때에게
드디어 동생이 생겼다.

세상 귀여운 치즈 냥이 남매 ‘
삼뿜이’와 ‘사뿜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다섯 냥이+반인반묘 대가족

  삼뿜이와 사뿜이는 이웃사촌인 모리네 집사님이 구조한 엄마 고양이 단비의 새끼들이다하지만 단비는 건강상 아기들에게 젖을 먹일 수 없었고나는 모리네 집사님을 도와 인공 수유 도우미를  하게 됐다그리고 그 인연은 자연스레 입양으로까지 이어졌다.

  수컷인 용복이와 또복이는 성묘가 되고부터 서열 싸움을 하는 듯 자주 몸싸움을 했다또 성격이 잘 맞는 또복이와 행복이는 자주 붙어 다니면서 꽁냥꽁냥 놀았고질투가 심한 용복이는 점점 더 외로워했다.

  그 모습이 안타까웠던 나는 용복이에게 예쁜 여동생이 하나 있었으면.’ 하고 생각하곤 했다그래서 고민 끝에 암컷인 사뿜이를 데려오기로 했는데어쩌다 보니 수컷 삼뿜이의 입양 처에 사정이 생겨 당분간 우리 집에서 함께 지내기로 했다그리하여 우리 집은 다섯 냥이+반인반묘 한 마리의 대가족이 되었다.

 저절로 엄마가 되는 줄 알았는데

   아깽이 두 마리와 시한폭탄 같은 18개월 남아인 때때가 한 집에 있으니 여기가 가정집인지어린이집인지 헷갈릴 정도로 정신이 없다좋은 점이 있다면 빈둥빈둥 누워있기 좋아하는 뚱뚱이 용복이와 또복이도 뿜이들과 함께 노느라 활동량이 훨씬 늘어났고이리저리 뛰어노는 뿜이들 덕분에 서열 싸움도 잠시 잊었는지 용복이와 또복이 둘이 싸우는 모습을 본 지도 한참 되었다는 것이다.

  뿜이들이 함께해서 좋은 점도 많지만 그만큼 걱정도 많아졌다그중 가장 큰 걱정은 우리 집 서열 1행복이다아깽이들이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니는 모습이 행복이 눈엔 그리 탐탁지 않은 모양이다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한 달이 지난 지금 행복이의 미소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자식들 마음을 다 헤아릴 수 있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자식이 생기면 저절로 엄마가 되는 건 줄 알았는데.

 

역시 ‘엄마’가 되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

 미치도록 사랑스러운

  뿜이들이 오는 첫날먼저 때때와 마주치지 않도록 분리를 시켜놨다통제가 어려운 18개월 남자아이는 고양이에게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걱정이 무색하게 때때는 집에 고양이가 있는 게 당연하다는 듯 행동했다서로 친해질 수 있도록때때 손에 낚시 장난감을 쥐여 주었을 때의 반응이 잊히지 않는다때때는 행여나 뿜이들이 다칠까 제대로 낚싯대를 흔들지도 못하고 망부석처럼 멀뚱멀뚱 서 있기만 했다아기와 아기 고양이가 함께하는 일상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미치도록 예쁘다.

  내 품에 안겨 뽀로로를 보는 때때 위에 사뿜이가 살포시 올라와 잠을 청하고, 그런 동생을 쓰담 쓰담 해주는 때때. 함께 뒤엉켜 잠든 모습, 혼나고 있는 때때에게 장난을 치는 뿜이들을 보고 있으면 밥 안 먹어도 배부르다.’라는 말이 이럴 때 하는 거구나 싶다. 

  
본인도 신장 1m가 안 되는 꼬꼬마면서, 더 작은 뿜이들을 지켜주려고 하는 모습은 가슴 뭉클하게 기특하다. 이 작은 아이의 사랑을, 배려를, 따뜻함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웃음이 나고, 이 작은 천사들이 맘 놓고 살아갈 수 있는 착한 세상을 선물해 주고 싶다는 마음이 뭉게뭉게 피어난다. 작은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반려동물과 함께 자란 아이들이 모여 만든 미래의 세상은 지금보단 더 따뜻하지 않을까.

온 힘을 다해 지켜줄게

  감당하기 힘든 일이 자꾸만 겹쳐 사는 게 꼭 벌 받는 것처럼 느껴졌던 때가 있었다그땐 나를 둘러싼 이 세상이 참 나쁘게만 보였다.

  하지만 무기력하던 내 삶에 어느 날 고양이가 불쑥 나타났다그리고 다시 한번 힘을 내 열심히 살아보아야겠다고빈 주먹을 꽉 쥐게 만들어줬다이렇듯 나에게 고양이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고맙고도 은인 같은 존재다사는 게 힘들어 아이 낳을 생각은 차마 못 했는데자꾸 웃으며 살다 보니 내게 아기천사가 찾아왔다몸은 힘든데 자꾸만 어디서 힘이 솟아나고힘든 일이 생겨도 어느새 까먹어버리곤 웃고 있다.

  약한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준 고마운 이 천사들을 위해 나도 단단한 울타리가 되어 최선을 다해 지켜줄 것이다착한 마음에 상처 입지 않도록이 맑은 눈으로 아름다운 세상만 볼 수 있도록 말이다.




CREDIT
글 사진 강은영
에디터 이혜수


<BABY&CAT-아기그리고 아기 고양이>
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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