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찌로고

Magazine C.기류의 하모니

  • 승인 2020-09-24 16:34:11
  •  
  • 댓글 0
날이 화창한 어느 날.
부서지는 햇빛에 집 앞 공원 개울물은
마치 자개 가루가 흩뿌려진 듯 반짝였다.

문득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보았던
영롱한 자개무늬 장롱이 떠올랐다.

그때 나는 감탄했었다.
‘조개가 저렇게 예쁠 수 있구나.
거친 껍데기 안에
저렇게 아름다운 걸 숨기고 있구나.’
하고.
 

 대화의 형태

  조니와 데비는 어렸을 적부터 장난을 치는 방식이 확연히 달랐다. ‘어린이들 역시 노는 방식이 저마다 다르듯 고양이들도 그렇구나.’ 싶었다.

  남자아이인 조니는 도전적이고 격하게 노는 것을 좋아하고여자아이인 데비는 작은 반경 내에서 참 조신하고 차분하게 논다그날 역시 조니는 넘치는 에너지를 온 집안에 표출하고 다니느라 바빴고그러다 그만 창가에 놓인 예쁜 화초를 산산이 깨트려 버리고 말았다혼을 내지는 않았지만무척이나 아끼던 화분이었던 터라 속상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났다그때 나는 캣닢 인형을 던져주며 조니와 함께 놀고 있었다그러다 화초가 모여있는 곳에 인형이 툭 하고 떨어졌다.

  그다음 조니가 취한 뜻밖의 행동에 나는 왈칵 눈물이 났다행여나 화분을 깨트리지는 않을까한 발 한 발 살포시 화분 위로 발을 디디더니 떨어진 인형을 조심스레 이빨로 물고 나오는 것이었다.

  화분이 깨져버린 그날 조니는 엄마가 속상해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느꼈고그런 엄마의 모습을 속상해했던 것이다거친 조개껍데기의 영롱한 이면을 마주한 순간이었다조니와 데비의 대화의 방식을 하나씩 알아갈 때마다나를 사랑해주는 아이들의 마음이 더욱 깊게 느껴져 나는 감동에 젖곤 한다.

  너희는 서로 뭐라고 말하고 대화하는 걸까너희의 눈짓과 몸짓주위를 둘러싼 기류를 타고서로가 서로에게 그리고 나에게도 매일같이 말을 걸고 있겠지.

 

사랑, 그 의미

  데비가 트릿을 먹고선 잘 있다가 거실 한 귀퉁이에서 ‘켁 켁’ 기침을 했다. 아마 마른 트릿을 급하게 먹다가 목에 약간 걸린 모양이었다. 

  동시에 나와 낚싯대로 놀고 있던 조니는 그 소리에 놀란 듯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나보다도 더 빠르게 데비에게 후다닥 달려가 킁킁 냄새를 맡고, 핥아주고, 또 살펴보는 것이었다. ‘왜 그래? 어디가 아파? 왜 그런 소리를 내?’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때 나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많이 아끼는구나. 조니가 데비를.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조니와 데비는 어렸을 적부터 그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듯했다둘 다 주먹만큼 작았을 때부터둥그런 라탄 하우스 안에서 누군가 자고 있으면 살며시 다가가 그루밍을 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조니는 데비가 좋아하는 건 무엇이든 양보해줄 때가 많았다맛난 간식 역시 ‘자너 더 먹어.’ 하며 자리를 비켜주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장난감 근처로 가 놀았다.

  또 따뜻한 뜨개 스툴 위 조니의 자리는 항상 1/3정도로 비좁았다행여나 데비가 떨어질까 염려하는 듯조니는 언제나 자리의 대부분을 데비에게 양보하곤 했다.

우리의 따스한 하모니

  따뜻한 봄더운 여름시원한 가을추운 겨울에도 조니와 데비는 언제나 꼬옥 붙어서 자야 한다고 배우기라도 한 듯한쪽 발로 서로를 꼭 끌어안거나 품에 얼굴을 부비며 자는 것은 당연한 일상이다.

  내가 조니와 데비를 키우고 있다고는 하지만아이들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으로부터 내가 오히려 배울 때가 더 많다뾰족뾰족 표면이 거친 돌이던 나는 어느새 깎이고 깎여 매끄러운 조약돌처럼 변하고 있다.

  사랑이 짧은 단어에 담긴 무게를 이 아이들은 내게 온몸으로 표현하며 알려주고 있다오늘도 우리의 도담도담 하우스는 조니데비그리고 우리가 나누는 따스한 마음과 하모니로 가득하다.





CREDIT
글 사진 김보미
에디터 이혜수


<도담도담 하우스-기류의 하모니>
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Tag #펫찌
저작권자 ⓒ 펫찌(Petzz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