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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고양이와 함께 결혼하기

  • 승인 2020-09-24 16:3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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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차 부부인 우리는
 여섯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들의
 연애와 결혼에는
저마다의 희노애락이 있기 마련.

이번 호에서는 
내가 겪었던 일들에 대해
독자분들께 조심스레 
털어놓아보려 한다.

나는 20대 중반부터 길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주며 지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아프고 갈 곳 없는 아이 들을 집에서 돌보기 시작했고, 어느새 네 마리를 반려하게 되었다. 

그런 나를 보며 지인들은 고양이에게 쓸 돈과 시간을 남자에게 쓰라며 내 미래를 걱정하곤 했다. 결혼도 안 한 여자가 많은 고양이와 생활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걱정거리가 된다는 것을 그때 처음으로 느꼈다.
 

확실히 연애를 반복할수록 ‘고양이가 많다’는 점은 마이너스가 됨을 실감했다.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빌미 로 나에게 다가왔던 사람들 역시 끝내는 고양이를 줄여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을 건넸고, 그 즉시 인연을  잘라내는 상황들이 반복되었다. 내가 선택한 내 가족인데. 언감생심, 어디 굴러 들어온 인간이 박힌 고양 이를 빼내려 한단 말인가. 

그런 일들이 반복되며 나는 자연스럽게 ‘고양이와 함께 홀로서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네 마리의 고양이에게 어울리는 집을 구하고 우리가 먹고 살 만큼 저축을 하며 돈을 버는 그런 삶 을 이어나가리라고 다짐했다. 

“근데 난 고양이 네 마리가 있는데…괜찮겠어?”



고양이 4마리 키우는 여자

그러다 우연히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남편 역시 어머니가 길에서 냥줍한 고양이를 기르고 있는 집사였고 나보다도 훨씬 더 생명을 존중하고 아끼는 사람이었다. 

소, 닭, 돼지는 물론 작은 새우와 물고기가 죽는 게 싫어 채식하는 남편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먼저 프러포즈를 해버렸다. 프러포즈하며 내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근데 난 고양이 네 마리가 있는데…괜찮겠어?”라고.

우리는 결혼 후 어미 잃은 아기 고양이들 수유 임시보호를 꾸준히 맡았다. 그중 한 마리는 시댁에서 둘째로 맞았고 두 마리는 우리가 입양해 총 여섯 고양이와 살게 되었다.

결혼하고 1년 정도는 내가 데려온 성묘 네 마리와 남편이 가까워지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그때를 회상하며 ‘아이 넷 딸린 여자와 결혼한 느낌’ 이었다는 남편의 말에 숨이 멎을 것처럼 웃었던 기억이 있다.

내가 세상 전부일 테니까

고양이가 낯선 집과 낯선 가족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방황하고 불안해할 녀석들을 생각해서 처음 한 달 정도는 따로 방을 내주어 네 마리가 함께 생활하며 천천히 적응 기간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남편의 냄새가 익숙하지 않았던 나의 첫째 고양이는 침실에 들어와 남편 냄새가 묻어있는 베개에만 일부러 소변을 봤다. 몇 개의 베개가 버려진 후 일정 기간 동안 침실은 고양이 출입 금지 구역이 되었다. 

결혼과 출산의 문제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파양하고 유기하곤 한다. 

같이 살을 맞대고 잠을 자고 밥을 먹던 가족을 버리면서까지 해야 하는 결혼과 출산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 사람들의 삶은 정말로 행복할까. 그렇게 이어가야 하는 인연이 정말 당신을 사랑하고 배려해주는 인연일까.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제발 본인의 반려동물을 삶에서 제외할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에겐 당신이 세상 전부이며 유일한 가족일 테니까.

나 역시 나와 고양이로 이루어진 가족 안에 더 이상 사람이 끼어들 틈이 없을 수 있고,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해왔다. 그렇지만 이렇게 나와 고양이들의 좋은 반려인이 되어준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나 또한 그에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을 데리고 온 고마운 사람이겠지. 

앞으로도 이렇게 오래도록 고양이와 우리가 함께하는 삶이 지속되기를 바라본다.




 

 

CREDIT
글 사진 장경아
에디터 조문주


<Cat's Life-고양이와 함께 결혼하기>
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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