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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고양이 식빵이 가져다 준 마음의 평화

  • 승인 2020-09-24 16:3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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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틈새를 비집고 볕이 들면,
바닥엔 따스한 온기가
사르르 스민다.

‘도도도독’ 하고
잰걸음으로 걸어온 고양이는
바닥에 얌전히 엎드려
그 따뜻함을 오롯이
즐길 준비를 한다.

 식빵 굽는 고양이

고양이가 식빵을 굽는 단계는 꽤나 체계적이다.

먼저 통통한 두 앞발을 ‘포옥’ 하고 순서대로 가슴팍에 꽂아 수평을 맞추고복실한 겨울 털이 잔뜩 오른 묵직한 궁둥이로 몸 전체의 중심을 잡아 몸을 둥글게 한다.

고개는 최대한 자연스럽게눈은 지그~시 감아준다정확히 10 10분의 형태로.

따뜻한 햇살 아래 고양이는 기분이 좋다금세 골골골 소리가 저만치서 들려온다그 모습은 마치 갓 구워 모락모락 연기 나는 식빵의 모습과 꼭 닮아사람들은 그 모습을 두고 ‘고양이가 식빵을 굽는다고 한다.

또 고양이들은 단체로 식빵을 굽기도 한다햇살 좋은 날 길을 걷다 보면 어디선가 하나둘 고양이들이 나타나는데모두 저마다 한자리씩 차지하고서 부처님 같은 얼굴로 식빵을 굽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고양이들은 왜 이렇게 사랑스러운 자세로 휴식을 취하는 걸까?

궁금한 마음에 그 이유를 찾아본 적이 있다고양이들은 신체 부위 중 유독 앞발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잠을 잘 때도 앞발을 꼭 품속에 고이 넣고선 잠이 드는 것이라고 한다. ‘아아너무나도 소중한 내 앞발!’이란 말이지역시 고양이는 엉뚱하고 너무 귀엽다.

 식빵 자세까지도 냥바냥

우리 집 보리굴비 식빵은 어떨까물론 보리도 식빵을 굽지만그 자세는 굴비만 못하다. 

자고로 ‘고양이 식빵 자세라 함은 앞발을 접어 가슴팍에 밀어 넣는 것이 정석이라 생각하는데보리는 꼭 두 앞발이 삐죽 나와 있다이런 것을 보면 집사들 사이에서 흔히 말하는 ‘냥바냥(고양이 by 고양이고양이마다 성격도 특징도 다르다는 뜻)’이란 단어가 나온 것도 이해가 간다.

 

 
반면 굴비는 식빵을 자주많이 굽는다당장에라도 막 구워진 달큰한 식빵 냄새가 풍겨올 것만 같다.

굴비의 모색등 부분의 회색 털과 배 쪽의 하얀 털은 턱시도 입은 펭귄을 생각나게 하지만얌전히 앞발을 가슴팍에 넣고 겁 많은 눈동자를 되록되록 굴리며납작 엎드린 채로 열심히 식빵을 굽는 굴비를 보노라면 생크림을 양껏 넣은 먹물 식빵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통통한 체형 덕분인지 굴비 식빵은 유난히 더 둥글고 쫀쫀해 보인다종종 개인 SNS에 굴비가 식빵 굽는 사진을 올리곤 하는데그때마다 “굴비 식빵 포장되나요?”, “굴비 식빵 10개 부탁합니다와 같은 재미난 댓글이 달리곤 한다모두가 사랑하는 굴비 식빵의 집사로서 너무나 행복하다.

 안 귀여워하곤 배길 수 없지

‘고양이 식빵’. 고양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대체 고양이와 식빵 사이에 무슨 상관관계가 있단 말인가?’ 하는 의문을 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고양이에 대해 관심 없는 주변 사람들은 ‘고양이가 식빵을 굽는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나에게 많이도 물어왔다.

하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던가내 핸드폰에는 이미 열심히 식빵을 굽는 고양이들의 수많은 사진이 존재한다누구에게든 일단 보여주고 나면 이내 보일 듯 말 듯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수줍은 미소와 함께 덧붙이는 한마디.

귀엽다…. “

 

그래안 귀여워하고는 배길 수가 없지누구 고양인데!

이렇게 오늘도 난 열심히 내 고양이 자랑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어쩔 수 없는 보리굴비의 집사다. (웃음)

 

 

 

CREDIT
글 사진 차아람
에디터 이혜수


<나만 없어 고양이 탈출기-고양이 식빵이 가져다 준 마음의 평화>
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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