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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마루의 젤리 발도장

  • 승인 2020-09-24 16:3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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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출신 개냥이 마루

  마루는 영국에서 태어났다고향인 런던에서 4개월서울에서 2개월을 지낸 마루는 현재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에서 두 달째 나와 함께 살고 있다.
 
 
  집사가 가는 곳마다 함께 따라다니다 보니이제 고작 8개월밖에 되지 않은 마루는 벌써 3개 나라에 젤리 발도장을 찍은 ‘여행냥’이 되고 말았다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 새로운 곳에 가면 밥도 잘 안 먹고 숨어서 안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는데마루는 이상하게 우리 집에 처음 왔을 때부터 금세 배를 홀라당 까고 드러눕더니 골골송을 불렀다.

  지금도 마루는 새로운 사람이 오면 경계하기는커녕 신나서 놀자고 달려가는 개냥이다그래서인지 이사를 꽤 많이 했음에도 새로운 집에 도착하면 무서워하기는커녕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탐색전을 펼친다. 

 

 

 
마루는 한국에 갈 수 있을까?

  마루를 영국에서 한국으로 데려가는 일은 생각보다 복잡했다마루를 비행기 화물칸에 혼자 두고 싶지 않았던 나는 기내 동반 서비스를 신청했지만비행기 한 대당 데리고 탈 수 있는 동물 수에 제한이 있다고 했다.

  여차여차 운 좋게 예약을 하긴 했는데하필 비행 당일 아침에 마루가 갑자기 설사를 하기 시작했다조마조마한 마음에 당장 표를 취소하고 부랴부랴 동물 병원부터 달려갔다검사 결과 다행히도 별 문제는 없었지만다시 처음부터 표를 사고 마루 자리를 예약해야 했다.

  너무 막막했지만 ‘마루를 책임지기로 한 이상이런 변수들을 내가 감당해야 하는 일이겠지.’라고 자신에게 말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대신 준비를 이전보다 더 철저히 했다비행기 안에서 또 설사를 할까 봐 기내용 가방에 마루 화장실이랑 모래를 바리바리 싸서 갔다.
'혹시 실수했나?’ 싶어 계속 배변 패드를 체크하느라또 몇 번씩이고 기내 화장실에 가서 마루 배변을 확인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가장 걱정했던 건 큰 비행기 소음과 비좁은 공간 때문에 스트레스에 시달린 마루가 계속 울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하지만 집사의 마음을 알아준 것인지마루는 16시간의 긴 비행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야옹’ 소리도 않고 얌전히 있었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정말 힘들었던 비행이지만마루야말로 만만치 않게 힘들었을 터다씩씩하게 버텨준 마루가 기특하다.

 
이번엔 말레이시아로!

  두 달 뒤마루와 난 다시 비행기에 올랐다이번엔 말레이시아다이전보다 비행시간도 훨씬 짧아진 데다가 마침 옆자리에 고양이를 좋아하시는 앉으셔서 한결 수월했다그분은 마루에게 “이야너 정말 출세한 고양이구나.”라며 장난스레 말을 건넸다.

  말레이시아에 도착한 마루는 일주일 동안 계류장(강아지나 고양이가 해당 국가에 입국하기 전 잠시 머무르는 곳질병이나 특이사항이 없는지 확인한다)에서 지내야 했는데이른 새벽 말레이시아에 도착하자마자 마루는 곧바로 그곳으로 보내졌다.

  물론 면회가 가능하기는 했지만보호자가 없을 땐 마루 혼자 오랜 시간 케이지 안에 갇혀있어야 했다마루는 외로움을 잘 타서 내가 10분만 밖에 나갔다 와도 야옹 하고 마중 나오는 고양인데….

  일주일이나 혼자 둘 생각을 하니 너무 미안했다. 나는 날마다 마루를 보러 계류장에 갔다. 도착해 케이지 문을 열어주면 마루는 온몸을 쫙 펴 가며 스트레칭을 한 다음, 하루 동안 아껴둔 애교를 다 피우러 다가왔다. 

  
어느 새 너무나도 길었던 일주일이 지나갔다. 마루를 데리고 돌아가는 길은 처음 마루를 만났을 때만큼 들뜨고 설렜다. 다행히도 마루는 언제 그랬냐는 듯 새 집에 들어가자마자 ‘푹’ 누워서 골골송을 불러댔다. 그동안 밀린 폭풍 애교는 덤이었다.

 

  곧 우린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또 그다음엔 어디로 가게 될지 아직 아무도 모르지만마루가 있어 정말 든든하다.
앞으로도 쭉 나는 혼자가 아닐 것이다어디를 가든 마루가 함께할 테니까.

 





CREDIT
글 사진 한예림
에디터 이혜수


<HI MARU-마루의 젤리 발도장>
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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