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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모카와 두부는 여섯 살

  • 승인 2020-09-24 16:3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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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주 어릴 때 엄마와 헤어졌어요.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엄마 젖도 제대로 떼지 않은
상태로 헤어졌다고 해요.

그래서 지금도 우유를 먹으면
엄마 젖을 먹는 기분이라,
가끔 집사의 우유를 할짝대곤 해요.

저도 형제가 있었는지는 몰라요.
그런데 집사는 아마 내가
형제 많은 집의
막내인 것 같대요.

잘 삐지고, 샘 많고,
식탐이 많아서 그렇다나요.


 바쁜 고양이 모카

  아침엔 잠이 많은 집사를 깨우면서 하루를 시작해요사실 몇 번을 깨워도 잘 일어나진 않는 편이라결국 저도 옆에서 다시 자 버리긴 하지만요.
 
  낮에는 포근한 이불에 들어가 잠을 자요자다가 일어났는데 아무도 없으면 너무 무서워요전 외로움을 아주 많이 타거든요자다가 부스스 일어나 야옹야옹 집사와 두부를 찾으면집사가 반가운 목소리로 제 이름을 불러줘요혼자가 아니라서 다행이에요.

  같이 사는 두부는 착하지만 좀 느리고 답답한 편이에요그래서 제가 가끔 화내고 때리는데미워서 그런 건 아니에요장난치는 건데 두부가 엄살이 좀 심하거든요.

 

   예전에 우다다를 하다가 실수로 집 밖으로 나간 적이 있어요너무 무서워서 그냥 앞만 보고 달렸는데더 이상 갈 데가 없어서 멈춰섰어요춥고 어두운 곳이라 너무 무섭고집에 가고 싶었어요그런데 집으로 가는 길을 모르겠어서 덜덜 떨고 있었어요.

  조금 있다가 집사가 눈물로 범벅이 돼서 저를 부르며 달려 와줬어요다행히 같은 건물의 옥상이었다고 해요그 이후론 다시는 문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 않아요저도 무서웠지만집사가 그렇게 우는 모습을 다시 또 보고 싶진 않거든요집사 무릎 위에서 식빵 구우며 느긋하게 잠드는 밤이나는 참 따뜻하고 좋아요.

  나는 아직도 엄마가 기억나요형제 중에서 가장 늦게까지 엄마랑 같이 살았거든요형제들이 하나둘 씩 떠나가고그때마다 엄마가 훌쩍거리며 나를 꼭 껴안아 주었죠나는 형제들 중에서 가장 작고 약했대요그래서 엄마가 늘 나를 감싸주고 먹을 것도 더 챙겨줬어요.

  모카는 엄마 얼굴도 모른다고내가 부럽대요그런데 난 잘 모르겠어요엄마 얼굴이 기억나는 게 가끔은 많이 슬프거든요.

  꿈에서는 옛날처럼 같이 뛰어놀고 늘 엄마 품에서 잠들 수 있어요그래서 많이 자려고 해요그럼 엄마를 자주 볼 수 있으니까. “아예 생각도 안 나면 덜 슬플까?”라며 모카한테 말했다가 한 대 맞았어요배부른 소리 한다고요.
 
  사람들이 먹는 음식에 관심이 많은 모카와는 달리저는 입이 조금 까다로운 편이에요조금이라도 낯선 음식에는 입도 안 대죠그래서 아픈 데도 없고속도 늘 편해요아무거나 받아먹고 주워 먹는 모카는 가끔 배탈이 나거든요.

 
  캣 타워의 맨 위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식빵 굽는 걸 가장 좋아해요모카는 매일 우다다다 뛰어다니는 녀석이라 여기까지 잘 안 올라와서거의 제 피신처 같은 곳이죠.

  위에서 내려다보면 집사는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커피를 홀짝이고모카는 이리저리 참견하며 다니다가 집사의 커피에 몰래 발을 넣어 맛보더라고요.

 

  걔는 왜 이리 사람 먹는 거에 관심이 많은지 모르겠어요.

 가끔 저를 귀찮게 하고또 가끔 제 밥까지 홀랑 먹어버리는 얄미운 녀석이지만이제 모카 없는 조용한 삶은 상상할 수 없어요모카는 불같은 성격이라 금방 화르르 불타오르고 금방 식어버려요.

  나는 상처받는 것보다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보는 게 좋아요그런 나에게 소심하다고들 하지만그것보단 조심성이 많은 성격이라고 해두면 좋겠어요나는 그런 고양이니까요.

 

CREDIT

글 이수현
사진 최상원
에디터 조문주


<냥이의 숲-모카와 두부는 여섯 살>
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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