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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지친 맘을 달래는 복덩어리 복남

  • 승인 2020-09-24 16: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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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과 대학에 다니면서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주변에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동기들이 많다는 것이다.

덕분에 시험기간 스트레스를 날리는 데
큰 도움을 받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종종
서로의 반려동물을 자랑하면서
공부할 에너지를 얻곤 한다.

그러나 이 끝없는 자랑 속에서
최후의 승자가 있었으니.

 시험공부는 고양이와 함께

최후의 승자란 바로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고 있는 자취생이다그날 역시 나는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 고양이와 함께 사는 같은 과 자취생 언니의 집에 방문할 계획을 세웠다.

 언니 오늘 공부 어디서 할 거야카페도서관?”
나 집에서 하려구우리 집 가서 공부할래내가 저녁 해줄게!” 

기숙사생인 나에게 언니의 자취방은 꿈의 공간이다. 거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깔끔하고 센스 있는 인테리어와 언니의 훌륭한 요리 솜씨 구경은 두 번째다.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언니의 반려묘 복남이의 존재다.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올리브색 눈동자와 진한 연필로 공들여 그린 것 같은 섬세한 이마 가르마를 소유한 고양이 복남. 

복남이를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한 시간은 훌쩍 지나 있다.

 집사가 되기 위해서는

복덩어리 복남이는 동기 언니의 생활 방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고 한다.

귀가시간은 빨라졌고약속도 줄어들었다자기 물건은 잘 안 사면서 복남이 물건은 이것저것 사들이는 등 소비 패턴까지 바뀌었단다.

복남이의 열성 팬인 내가 생각하건대현재 언니는 집사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고 본다오늘도 언니는 복남이의 깔끔한 성격과 습식 캔 사료를 좋아하는 입맛을 맞추기 위해 누구보다 부지런하게 생활하고 있다사람보다 훨씬 작은 생명과 가족이 되었지만신경 써야 할 일은 더욱 많아졌다는 그녀.

 복남이는요

왜 이름을 하필 복남이로 지었느냐는 물음에 언니는 대답했다.

원래 이름이 촌스러워야 오래 사는 거 몰라?“
 

언니는 나도 올리브색 눈동자를 따 올리라고 지을까 고민했었어!’라며 장난스레 말을 덧붙였다.

 
그렇다. 복남. 비록 그 귀티 나는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지만, 복남이가 오래오래 건강하길 바라는 언니의 소망이 담뿍 담긴 사랑스런 이름이다. 

그럼에도 촌스러운 이름인 건 어쩔 수 없다. 분명 이름에 혀를 굴리는 발음 하나쯤은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할 만큼 복남인 잘생겼으니까.

복남이의 미모를 감상하느라 넋이 나간 나에게 언니가 말했다.
“복남이 당면이랑 노는 거 좋아해. 공부 안 할 거면 당면 가지고 복남이랑 놀아줘!”

 묘생 1년 차 복남이는 우연한 기회에 마음에 꼭 드는 장난감을 찾았다고 한다.

그녀가 요리하면서 흘린 당면 하나에 세상 행복해했다던 복남이.그 당면 한 가닥을 가지고 씹고 뜯고 맛보고 온갖 사냥 놀이를 하며 놀았단다.

그 모습을 본 그녀가 새로운 당면을 하나 꺼내서 요리조리 흔들어주자복남이는 처음으로 날아다니는 고양이의 모습을 보여줬다고이제는 그녀가 부엌에 가서 부스럭 소리만 내도쪼르르 달려와 당면 줘!’ 하며 열심히 애옹애옹 운다고 한다.
 

 복남이가 잠든 사이

복남이의 치명적인 자태에 홀려 시간 가는 줄 모르던 우리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이제 막 시작된시험 지옥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기 위해 책을 펴고 노트북을 킨다그렇게 각자 자신만의 공부 세계로 빠져들어가기 시작할 때쯤 복남이도 활동을 시작한다.

집사의 노트북 위에 올라가서 아무 단어나 만들어 보기집사의 책 위에 올라가서 고롱고롱 노래 부르기물 바꿔달라고 항의하기 등등.

 시험공부는 아무래도 복남이가 단잠을 자면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늦게 시작하는 만큼 우리는
새벽 늦게까지 깨어 있어야 할 테지만공부에 지칠 때쯤 한 번씩 곤히 잠든 복남이의 동그란 솜방망이 발을 보며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CREDIT
글 사진 성예빈
에디터 이혜수
복남이 인스타 boknam_the_cat <예비 수의사의 일기-지친 맘을 달래는 복덩어리 복남>

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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