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찌로고

Magazine C. 접객의 프로

  • 승인 2020-09-24 16:39:23
  •  
  • 댓글 0
뱅갈인 폴리와 하니는
역시 엄청난 개냥이다.

이런 성격을 가진 아이들이
너무 자랑스러운 나는
기회만 되면 눈치 없이 질펀하게
자랑을 늘어놓곤 한다.

그래도 어쩌나!
자랑하고 싶은 게 넘치고 넘쳐서
멈출 수가 없는걸.

보자, 오늘은 여기에
보따리 하나를 풀어볼까?

오이스터의 영업왕

폴리와 하니는 내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월급날 통닭을 사 온 아버지를 반기듯하루도 빠짐없이 나를 환대해준다.
버선발로 총총 뛰어나와 나를 맞이하는 폴리와 이에 질세라 청량하게 울며 아장아장 뒤따라와 배를 보이며 박치기를 시전하는 하니까지.

아이들에게 매번 이런 극진한 대접을 받으니 가끔 울적해도 그 기분이 오래 가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서비스는 집사에게만 제공되는 것이 아니다누구든 오이스터 스튜디오에 오면 상당한 수준의 접객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이따금 집사에게 질투를 불러일으킬 정도의 서비스라면 상상이 가시려나?! 그 이유 때문인지 오이스터 스튜디오의 재방문율은 꽤 높은 편이다.

 특히 폴리는 많은 애묘인의 로망인 무릎냥이로평소에는 주로 집사의 무릎을 방석처럼 이용하지만 새로운 사람이 오면 새 방석(?)에 아주 안락하게 똬리를 튼다.

그러면 오이스터 게스트들은 저린 다리와 차오르는 방광의 압박에 괴로움을 호소하면서도 혹여 폴리가 다시 안올라오지 않을까 걱정하며 쉬 내려놓지 못한다하지만 걱정 마시길다시 앉아 있노라면 어느새 폴리가 애살맞게 울면서 자리를 잡고 있을 터.

 
반면 시크해보이는 집사 바라기 하니는 예고 없이 손님들의 무릎에 올라앉아 천연덕스럽게 그루밍을 하거나 장난감을 발밑에 툭 떨구고는 칭찬의 궁디팡팡을 요구하는 깍쟁이다.

그리고 아주 가끔 기분이 최상일 때면 골골송을 부르며 핥아 주기도 하는데그 모습을 보는 집사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질투를 도무지 감출 길이 없다.

 냥므파탈의 기술

폴리와 하니는 어쩜 이렇게 둘 다 낯가림이 없는지 수줍음 많은 내게 폴리와 하니는 유능한 영업사원아니 처세의 여왕님이시다.

영업에서 제일 중요한 건 뭐다바로 첫인상강렬하고 화려한 코트를 걸친 뱅갈들은 시크한 외모로 일단 상대의 기선부터 제압한다.

그리곤혼을 쏙 빼는 애교와 행동으로 상대의 마음을 한 조각도 남김없이 가져린다이런 냥므파탈 고난도의 처세는 이제껏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무서운 인상만큼은 꽤 자신 있지만(?) 회심의 한방이 없다 보니 중요한 순간에 늘 고전을 면치 못하는 나는폴리와 하니가 내심 부럽다.

 오이스터 스튜디오에는 이렇게 마스코트이자 열혈 사장님 두 마리와 비서 한 명이 지내고 있다셋이 있기엔 공간이 넓지 않아 계속 이곳에 있을 수는 없겠지만당분간은 의기투합해서 오이스터를 열심히 꾸려가기로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 두 사장님을 모시게 된 후로 기대치 않게 좋은 일이 하나씩 하나씩 꾸준하게 생겼던 것 같다.

그중 하나가 이 잡지에 기고하게 된 것인데 부끄럼쟁이인 집사 대신 우리 사장님들이 이렇게 적극 홍보를 하고 계신 거다또 스튜디오에 누구라도 일단 들어오면 절대로 놓치는 법이 없는 접객의 프로이시니 비서이자 디자이너인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다.

 이만하면 고양이는 도도하고 도무지 말을 듣지 않는 종족이라는 이야기만 줄곧 들어오던 집사가 팔불출이 되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집사가 되고부터 내가 버릇처럼 하는 말이 하나 있다사는 게 쉽지만은 않아서 다신 안 태어나는 게 제일 좋은 옵션이지만 꼭 환생해야 한다면 인간 말고 숨만 쉬어도 귀여운 고양이로 살고 싶다웬만하면 부잣집 고양이로. 


CREDIT
글 사진 장보영
에디터 조문주


<오이스터 스튜디오-접객의 프로>
해당 글은 MAGAZINE C 2020년 1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불법 복제 및 사용을 금합니다.

 

Tag #펫찌
저작권자 ⓒ 펫찌(Petzz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