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된 행복이
행복이는 3살이 조금 넘은, 아직 중성화를 하지 않은 암컷 고양이다. 예전엔 발정이 와도 3일 정도면 끝이 났는데, 아기 고양이 ‘금복이’가 오고 나서는 사정이 달라졌다.
행복이의 발정은 행복이 내면에 잠들어있던(?) 모성애를 깨운 모양이었다. 진작 어미젖을 다 떼고 4개월 차에 우리 집에 온 금복이에게 행복이는 젖을 물리기 시작했다. 어찌나 애지중지 키우는지, 내 배 아파 낳은 내 새끼 모유수유도 힘들다고 투덜대던 1년 전의 나의 모습과 너무도 대비되어 철없던 나를 반성하게 할 정도였다.
금복이가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가장 경계하고 미워하던 행복이었는데, 호르몬의 변화는 참 무섭다. 처음엔 젖 물리는 시늉만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진짜로 젖이 나오기 시작한 걸 보면 ‘엄마의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옥시토신이 분비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처음엔 황당했지만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행복이의 모습이 기특하고 신기했는데,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발정과 수유가 계속되니 조금씩 행복이의 건강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젖을 먹이니 발정이 끝나지 않았고, 발정이 계속된다는 건 자궁벽이 계속 두껍게 유지되고 있다는 거고,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자궁과 유선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젖을 끊고 발정이 진정된 후 중성화 수술을 진행하면 좋겠지만, 혹시라도 그 사이에 큰 병이라도 걸리면 어떻게 하나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행복이의 중성화 수술을 진행하기로 했다. 비록 호르몬의 장난으로 시작된 가짜 엄마였지만 어느 순간 행복이는 세상 그 누구보다 자신의 아기, 금복이를 사랑하는 진짜 엄마가 되어 있었다.
엄마보다 야옹
하루에 ‘엄마!’보다 ‘야옹!’을 더 많이 외치는 사람 아들 때때는 다른 동물은 ‘음메, 어흥, 멍멍’ 하고 어설픈 흉내를 낼 뿐이지만 고양이 소리 하나만큼은 ‘용복이가 나를 불렀나?’ 착각할 정도로 똑같다.
또 때때를 가만히 지켜보다 보면 의심은 더욱 커지는데, 분리수거하려고 놔둔 빈 박스에 들어가기 좋아하고, 높은 곳은 무조건 올라가야 직성이 풀리고, 낮보단 밤에 더 신나서 뛰어다니는 걸 보면 영락없는 고양이가 분명하다. 때때의 유일한 형제는 고양이 4마리가 전부이며, 가장 많은 시간을 고양이들과 함께하니 서로 닮아가는 건 어쩌면 당연하겠지.
때때는 이제 야옹이 형, 누나, 동생에게 간식도 나눠줄 줄 아는 어엿한 아기 집사가 되었다. 간식을 나눠주면서 뺏어 먹는다는 게 함정이지만, 그 모습마저 너무나 사랑스럽다.
때때가 두 돌이 되어가니 주변에서 하나는 너무 외로우니 형제를 만들어주는 건 어떠냐며 둘째 이야기를 종종 꺼내곤 한다. 그럼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비록 고양이긴 하지만 이미 때때에겐 형 둘에 누나 하나, 게다가 예쁜 여동생까지 있으니 분명한 5남매라고 말이다. 나중에 때때의 의견을 들어봐야겠지만, 또다시 출산과 육아를 반복할 자신이 없는 엄마에겐 아주 좋은 핑계다.
온기를 전해줄게
내 어린 시절도 늘 동물과 함께였다. 가족에게조차 털어놓지 못한 비밀을 강아지 동생들에게는 속 시원히 다 털어놓고 위로받곤 했다. 그들은 분명 어린 시절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형제였다.
슬픈 일이지만, 때때가 중학생이 되면 고양이들은 하나 둘 늙고 병들어 세상을 떠날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과 시간이 때때에게 사랑의 소중함과 기쁨을 깨닫는 시간이 될 것을, 그래서 훗날 더 많은 생명을 품어 줄 커다란 나무 같은 아이로 자랄 것을 나는 믿고 있다.
아이들이 빛나는 시간을 꽃피우며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용복이, 또복이, 행복이, 때때, 금복이의 모든 순간에 신나는 일이 가득하도록, 언제나 온기를 전해주며 함께 길을 걷는 엄마가 되어줘야겠다.
글.사진 강은영
에디터 이혜수
<BABY&CAT-이 계절을 함께 걷자>
해당 글은 MAGAZINE C 2019년 3월호에 수록된 것으로, 저작권은 (주)펫앤스토리에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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